8화 Rush
21
“알겠지? 여기서 큰 모래 언덕이 3개 정도 연속으로 보이면 남쪽으로 굴뚝이 하나 보일 거야”
톰은 A78에게 동선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었다. A78은 톰의 목소리를 최대한 잘 녹음하기 위해 엔진의 소리도 줄여가면서 녹음과 동시에 메모리에 저장하고 있었다. 빠르게 결과 값을 도출해 루트를 그리고 있었고 대략적인 지형을 만들어 나갔다.
톰의 말이 끝나자 마치다는 A78에게 오토바이 키를 주었다. “이 녀석은 나와 동고동락한 파트너 같은 느낌이야. 이 사막을 누구보다 잘 헤쳐 나갈 수 있지. 그러니 마음껏 달려라.”
마치다는 결심한 듯 A78을 보고 있었다. “나도 빠르게 뒤쫓아 가마. 이곳에선 규칙을 어긴 자들은 결국 사막에서 살아갈 수 없지”
“Let’s Gambling” A78은 날렵하게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오토바이의 격한 엔진음이 들렸다. A78은 오토바이의 엔진 진동을 느끼며 엔진의 구동상태가 굉장히 정상이라는 계산을 내렸다.
오토바이는 매연을 내뿜으며 지평선으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마치다와 니콜라를 안고 있는 톰은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엔진 소리에 니콜라는 슬며시 눈을 떴다.
“로봇 형아..?”
니콜라는 멀어지는 오토바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한편 크리피 페이스의 본부에선 릴리가 긴장된 표정으로 작은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잭슨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장로에게 짜증이 난 듯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봐 늙은이! 빨리 좀 나오라고!” 잭슨이 문을 두드리기 직전 작은 방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살짝 열렸다. 릴리와 잭슨 퍼플헤어 모두가 소름이 돋아 움찔하였다. 열기에 녹고 녹이 쓴 경첩 소리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뜨거운 용광로에서 차가운 한기가 방 안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잭슨은 릴리를 방문으로 밀어 넣었다. 릴리는 자연스럽게 숙이고 들어갔다. 방은 생각보다 좁지 않았다. 문 작을 뿐 방안 천장은 잭슨이 들어와도 될 만큼 넓었다. 그러나 릴리는 방이 꽉 차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 가지 기계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내장처럼 여러 관들이 방안을 꽉 채우고 있었고 관들 사이로 무언가 흐르는 소리도 들렸다. 불은 거의 들어오진 않았지만 용광로의 붉은 화염이 창에서 비춰 방을 조금씩 비추고 있었다.
“네가.. 마녀인가..” 릴리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에 얼어붙었다. 한기가 가득한 방인데 땀이 흘렀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거친 숨소리와 지팡이 그리고 거적때기와 금속음이 들렸다.
그림자가 보였다. 방 너머 문에서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러나 창에 비친 화염의 빛 때문일까 그림자가 점점 커져 갔다.
“히히... 그래 네가 마녀야..” 소름 끼치는 목소리는 마치 쥐가 귓속을 파고드는듯한 기분이 들정도였다.
릴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그림자의 끝을 주시하고 있었다. 두려운 감정이 들었지만 생존을 위해서라도 등을 보이면 안 되겠다는 본능이 그녀의 뇌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로였다. 그는 굽은 등의 작은 노인이었다. 한 손엔 지팡이를 들고 온몸은 무늬가 있는 붉은 거적데기로 대부분 가리고 있었지만 등에 소름 돋는 돌기들의 외형이 거적데기밖으로 돌출도 되어 있었다. 그는 기계로 숨을 쉬는 것을 도움 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대머리에 주름진 얼굴이었고 한쪽눈은 그의 얼굴의 반쪽만 한 기계가 달려 있었다. 그 기계에서는 붉은빛의 렌즈가 있었다. 장로는 멀리 있는 소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눈 옆 기계를 조절하자 렌즈는 길어져 소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히히힛... 히히” 장로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릴리의 얼굴을 주시하면서 무언가 작게 중얼거렸지만 릴리에게 들리는 것은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뿐이었다.
“조선... Casino” 장로는 웃으며 릴리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릴리는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뭐.. 뭣? 무슨 소리야?” 장로는 그런 릴리의 반응에 멈칫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그래도 상관은 없지.. 흠흠 그래 이제 거의 다 손에 얻었다.” 장로는 뒤를 돌아서며 다시 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당신 제정신인 거야..?” 릴리는 용기를 내 혐오감을 들어냈다. 장로는 그런 릴리의 말을 듣자 갑자기 휙 돌아보더니 릴리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지팡이가 땅에 끌리며 그는 몸을 릴리에게 옮겼다.
“당연히 제정신이다! 하하핫! 너는 모르겠지!” 장로는 얼굴을 릴리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 혀를 날름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제 이 사막은 내 지배 아래 두는 거다! 하하 히히”
“뭐..? 무슨 소리야?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릴리는 그런 장로의 알 수 없는 말에 혼란감을 느끼고 있었다.
“조선 Casino를 알고 있겠지?”
“그냥 어린애들 장난 같은 이야기잖아..” 릴리는 A78이 생각났지만 압도된 듯 가만히 대답만 하고 있었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장로는 그런 릴리의 대답을 큰 소리로 부정했다. 릴리의 눈엔 이미 그가 정신적으로 온전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너는 몰라! 그곳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잔재는 사막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장로는 눈에 핏대를 세워가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곳은 실제 한다고...” 장로는 갑자기 조용하게 릴리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장로는 웃으며 릴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네가 그곳을 가기 위한... 그리고 영원한 생명의 열쇠다”
22
“뭐..? 무슨..?” 릴리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조선 Casino 모든 것을 가진 전설 속의 장소 말이야..” 장로는 기계가 아닌 반대쪽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건 요즘엔 애들도 안 믿는 이야기야..” 릴리는 당황하고 있었다. 조선 Casino를 믿는다는 게 놀라운 게 아니었다. 겨우 그런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어서 이렇게 일을 벌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너 최근에 어떤 로봇을 만났지..? 특이한 복장의 로봇말이야.”
“그걸 어떻게..?” 릴리는 사실 장로가 조선 Casino에 대한 걸 이야기할 때부터 A78을 떠올렸다.
“잭슨에게 들었을 땐 긴가 민가 했지. 그런데 하는 행동이나 모습이 내가 찾던 그들의 흔적과 비슷하더군!”
“미쳤구나.. 당신 겨우 그런 어린이도 안 믿는 이야기를 믿어서 사막을 적으로 돌리다니”
“아니! 아니! 너네들이 전설로 만든 거지.. 이걸 보겠나?”
장로는 널브러져 있는 촛대에 불을 붙여 방 가운데 상자 안에 있는 고철 하나를 보여주었다.
“잘 보라고...” 장로는 기계 옆에 촛불을 가까이 다가가자 고철에서 그려져 있는 로고가 보였다. 릴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는 불빛에 선명해지는 로고를 보고 눈이 커졌다.
“사막의 외부 지역엔 이런 게 널려있지 평생 마을 주위에서나 사는 너네들은 전혀 모르는 거겠지만!”
“조.. 조선 Casino” 도시전설에서나 알려진 로고가 대놓고 그려져 있었다. “가.. 가짜 아냐?”
릴리는 장로를 의심하며 쏟아 붙였다.
그 순간
장로는 지팡이를 잡고 있는 손을 릴리의 목에 가져다 댔고 그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왜! 너도 내가 환상에 미친 인간처럼 보이나? 응? 하하하” 장로는 숨 막혀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손을 다시 풀어줬다.
“말을 조심하라고.. 너는 몰라 그들의 기술력을 그리고 그들의 힘을!”
장로는 과거를 회상하듯 천장을 바라봤다.
“만병 통치약을 너는 믿나?” 장로는 릴리를 노려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내 어머니가 불치병에 걸렸었지. 사막의 그 어떤 의사도 내 어머니를 치료하지 못했어. 근데 어떤 남자를 만났지.”
장로는 손을 떨고 있었다.
“의사 같지도 않았어. 오히려 엔지니어 같았지. 이상한 고글을 쓴 남자가 나와 내 어머니에게 다가가 손만 가져다 대더니 어머니가 바로 나았지. 그렇게 나는 온 사막을 돌아다니며 그 기술이 나노 머신 기술이란 걸 알았지”
“나노 머신..?”
“그래! 조선 Casino가 자랑하던 기술 중에 하나야. 자연 재생 기술, 나노 의료기술, 이런 사막의 사람들의 생사정도는 버튼 하나로 할 수 있었던 기술들이지”
장로는 점점 더 목소리가 격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조선 Casino를 찾아다녔지. 그 기술만 있으면 사막을 구원할 수 있을 테니까”
“뭐..? 구원이라고..?”
“그래! 구원! 모두가 나를 쓰레기들의 수장이라 생각하지만 이건 그저 구원을 위한 작은 희생일 뿐이야 투쟁은 사람들을 몰아가고 나를 더 따르게 만들 수 있지”
“그런 기술이라면... 싸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다 같이 찾아도 되는 거잖아”
장로는 그런 릴리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히히히히힛 너는 저 밖의 멍청이들이 내 말을 이해할 거 같나? 시장에서 너의 잘못도 아닌데 돌을 던지던 사람들이 나의 이 이상향을 이해할 거라 생각한 건가?”
“뭐..?” 릴리는 갑자기 표정이 굳어갔다.
“나만이 구원할 수 있는 거야! 이 사막을! 그리고 벌을 내릴 거야! 나를 비웃던 놈들 그리고 내 어머니와 내가 구원의 손길을 바랄 때 모른척한 놈들 모두에게 벌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신?”
장로는 회상하고 있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어머니를 악마의 도움이 있었다며 마을에 내쫓고 결국 다시 병이 생겨 빠르게 돌아가신 그날, 그리고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조선 Casino만 생각하던 그 시절.
‘그들이라면 죽은 자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놈들에겐 그 힘을 나눌 수 없어 하하하하하 히힛 그리고 네가 그들의 연결점이자 열쇠야!” 장로는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그런 장로를 보며 릴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하고 있었다.
“당신... 미쳐버린 거구나. 사막의 아지랑이에 홀려서...”
장로는 릴리의 말에 표정이 굳어졌다.
“뭐..? 내가 미쳐? 너도 날 이해를 못 하는 건가? 너도 미움을 받지 않았나? 그들이 밉지 않은 건가?”
릴리는 아무 말 없이 장로를 바라만 봤다. 장로는 눈썹이 꿈틀거리며 표정이 일그러져 갔다.
“너도 날 이해를 안 하는 거구나. 너도 저 바깥의 멍청이들과 똑같아! 히히.. 나만이 구원자야..”
장로는 갑자기 릴리를 빤히 바라보더니 기분 나쁠 정도로 입이 찢어지든 웃어 보였다. 주름으로 처진 얼굴이 입꼬리에 따라 올라가서 더욱더 혐오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너.. 그날 그래 마치다의 집에서 불이 난 거 원인 불명이라 알지?”
“야.. 너 무슨.. 설마”
릴리의 표정이 안타까움에서 점점 더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불 내가 일으킨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