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Casino

14화 Alive (4)

b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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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8은 주위에 쓰러져 있는 크리피 페이스의 기계 팔을 잘라버리고 숨만 붙어있는 남자에게서 마테체만 가져갔다. 릴리는 걱정하는 눈으로 로봇을 보고 있었고 로봇은 릴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Let’s Gambling”


릴리는 그런 로봇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는 내가 할 일을 할게” A78은 빠르게 그녀를 놔두고 전장으로 달려 나갔다.


그때 릴리의 손을 린이 잡았다. “얼른 도망가자! 지금이라면 도망갈 수 있어!” 그러나 릴리는 그녀의 손을 다정하게 밀어냈다.


“저는 지금 못 가요.. 저 녀석이 저렇게 애쓰니까 저도 도와야 해요. 아줌마라도 얼른 가세요! 톰과 니콜라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린은 릴리의 어깨를 잡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냥 로봇이야. 네가 도와줄 필욘 없어! 네가 책임을 느낄 필요는..” 린은 릴리의 각오를 다짐한 눈빛을 보자 어깨에 올린 손을 내렸다.


“그만큼 소중하다는 거겠지. 네가 내 딸이었으면 정말 쉽지 않았을 거야. 하하”


“당연하죠!” 릴리는 웃으며 린을 뒤로하고 장로의 기계팔에 꽂혀 죽어가는 크리피 페이스 인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누워서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는 인원을 마테체를 챙겼다. 그녀는 무언갈 빨아들이는 기계 팔을 유심히 보았다.


‘이게 장로의 에너지를 채워주는 거야.. 이 사람을 죽이던가 아니면 팔을 잘라야 해!’

릴리는 마테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곤 크리피 페이스 똘마니의 목 대신에 기계 팔을 내리쳤다. 그리곤 그 인원을 보며 소리쳤다.


“착각하지 마! 너를 동정하거나 그런 게 아냐! 나는 사람을 쉽게 죽이는 너네들과는 다르게 살인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릴리는 구슬땀을 흘리며 마구 기계를 내리쳤다. 이미 주위에선 A78과 잭슨, 퍼플헤어가 같이 장로와 싸우고 있었다. 릴리는 초조해하며 더욱 강하게 내리쳤다.


“빨리! 빨리!”


그 순간 “릴리는 이런 거 하긴 아직 어려!” 릴리는 내려치다가 갑자기 앞을 올려다봤다. 린과 도망가지 않고 남은 수많은 인원들이 한 손에 마테체를 들고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아줌마! 어째서!?” 릴리는 경악하며 질문하였다. 린은 한쪽눈을 찡긋 감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용기를 준거잖아. 우리도 저 장로에게 놀아났으니 복수도 해야 하고, 너같이 이쁜 여자애 혼자 이런 일 시키기도 그렇잖니?”


“사막에선 생존이 제1법칙인 거 이 시 잖아요” 릴리는 그렁 그렁한 눈으로 바라봤다.


“인간으로서의 법칙은 어른은 곤경에 처한 어린아이를 모른척하지 않는다가 있어. 이번엔 우리가 조금은 멋진 모습 보이게 해 주렴”


린과 어른들은 웃었다. 릴리는 오랜만의 미소였다.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본인에게 자주 보여주던 미소였다.


“엄마 아빠도 나를 지켜준 거였구나.” 릴리는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그 모습을 보던 린은 소리를 쳤다.


“모두 저 괴물에게 한방 먹어줍시다!”


“그래!”, “이건 복수다!”, “우리도 멋진 모습 보여주자!” 수없이 남은 인원들은 기계 팔을 소리를 지르며 기계 팔을 내려치고 있었다.


장로는 그런 벌레들의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 그리곤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미 에너지는 충분했고 그들을 잡을 때 쓰는 에너지가 지금 비축해 둔 에너지와 비율을 비교해봤을 때 압도적으로 효율이 낮았기에 무시하였다.


장로는 본인의 사고방식이 이상해 진듯한 기시감이 들었지만 무시하였고 앞에 보이는 총을 쏘는 크리피 페이스 인원들과 잭슨과 퍼플헤어 그리고 본 적이 없는 로봇에게 집중하였다.


“하하하 네가 바로 저 마녀의 로봇인가? 조선 Casino는 역시 놀라워!” 장로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며 더욱더 빠르게 그들을 공격했다.


기계 팔은 문어처럼 총을 쏘는 인원들을 포위하며 뱀처럼 묶고는 주사기처럼 보이는 바늘을 찔러 넣어 에너지를 흡수했다. 더블 배럴 샷건으로 팔을 터트린 잭슨은 본인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바늘처럼 보이는 부분이 더 단단하다! 팔의 관절부를 노려라!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 관절 부분이 부드럽다!”


퍼플 헤어는 장로의 팔을 피해 가며 장로를 계속해서 소총으로 쏘고 있었다. “이런 괴물 녀석! 다들 등을 맞대고 쏴라. 흩어지면 더 당해!”


A78은 시끄러운 엔진음을 내며 기계 팔 중에서도 두껍고 거대한 팔들을 골라 잘라내고 있었다. “Jackpot!” A78의 효과음에 장로는 신경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이런 벌레 만나도 못한 놈들이 반항을 하다니!”


장로는 소리를 지르자 등에 붙은 기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이미 폭발로 땅이 꺼져버린 구덩이에서 새로운 팔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릴리와 사람들은 경악하기 시작했다.


“뭐야?! 더 있는 건가?” 잭슨은 절망하기 시작했다. 총알이 떨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후퇴하라! 더 이상은 안돼!” 잭슨과 퍼플헤어가 후퇴를 명령하고 린 역시 상황을 보더니 릴리의 손을 억지로 끌고 남은 인원들과 도망을 가려고 하였다.


“어디를 도망가!!” 장로는 주위 구조물을 여러 개의 팔로 잡아 그들의 퇴로에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잭슨과 퍼플헤어를 제외한 모든 크리피 페이스들의 목에 기계 팔을 꽃았고 순식간에 빨아들였다.


모두가 경악하였고 장로는 이제 장로라는 이름이 무색 해질 정도로 젊은이가 기계에 매달려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네들 모두 하나하나 다 내가 천천히 에너지를 흡수해 주마!”


“이 자식이!!!” 잭슨은 더블 배럴 샷건을 들고 장로에게 뛰어가 그의 몸과 머리에 수발의 총알을 박아 넣었다. 그러나 장로는 순식간에 상처를 회복하곤 씩 웃었다.


“하하하 특히 잭슨, 너 같은 바보 녀석과 퍼플헤어 같은 반동분자들은 죽여달라고 빌 때까지 천천히 에너지를 흡수해 주지!” 장로는 이미 인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기분 나쁜 웃음을 보였다.


“나머지 인원들은 영원히 내 노예다! 물론 에너지가 떨어지면 너네라도 써야겠지만 말이지! 하하하 마녀 너도 마찬가지다!” 장로는 기괴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마치 본인의 몸에 들어오는 에너지에 전율하듯 떨고 있었다.

이미 퇴로가 막히고 모든 인원이 죽어가는 크리피 페이스들을 보곤 절망하기 시작했다. 릴리의 손을 꽉 잡은 린 역시 손을 떨고 있었다. 릴리는 A78을 보고 있었다. 눈은 이미 절망에 가까웠다. 도박도 어떤 것도 지금은 먹히지 않았다. 필요한 건 기적뿐이었다.


그때 릴리는 A78의 엔진소리가 달라진 게 느껴졌다. 등뒤 펜이 움직이는 소리가 아니었다. 더 깊숙한 어딘가에서 북을 치는 것처럼 뭉툭한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마치 실린더가 빠르게 왕복 운동을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였다. 그리곤 팔에서 레버 같은 부품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Gambling is superior”


처음 들어본 효과음이었다. 그리곤 A78은 레버를 본인 머리에 있는 두꺼운 모니터 옆에 장착하곤 돌리기 시작했다. 뜬금없는 로봇의 행동에 장로도 주위 인원도 바라만 보았다. 레버를 당기자 빠칭코 화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꽝. 다시 돌렸다. 두 번째 역시 꽝이었다. 세 번째였다. 777이 화면에 입력되자 시끄러운 효과음이 나기 시작했다. 장로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도박이라니! 이 고철덩어리가 고장 나 버린!!!”


그 순간 세상은 회색으로 변했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 날리던 모래도 공중에서 멈춰있었다. 구름도 움직이지 않았다. 장로 뒤 타오르던 불길들과 연기들도 멈췄다. 장로의 외침도 들리지 않았다. 태양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하늘의 중간에서 회색 세계를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