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Casino

시즌 1 최종화

by kim

35


한동안 마을은 시끌벅적했다. 크리피 페이스들에게 납치당한 사람들이 돌아오고, 이 주위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크리피 페이스가 무너졌다는 뉴스였다. 톰과 니콜라는 린을 끌어안고 이틀을 울었다. 주위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 대부분이 부모를 찾았다. 일부 고아들도 마을 주민들이 받아들여 더 이상 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릴리는 그런 마을을 보며 조금은 쓸쓸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그리곤 오랜만에 본인과 크리스의 비밀기지로 돌아온 그녀는 본인이 조금은 성장한 거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곤 크리스가 남긴 책을 읽으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린이 마치다와 릴리를 본인의 집에 초대를 하여 릴리는 A78을 데리고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이제는 마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없었다. 릴리는 그런 마을을 처음으로 기분 좋게 편안한 기분으로 걸었다. 그런 릴리를 마치다는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아 마치다 씨! 그리고 릴리 어서 와!” 린은 웃으며 그 둘을 맞이했다. 집안에선 톰과 니콜라가 둘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릴리는 린을 데려온 첫날 눈물과 콧물 범벅이던 니콜라와 톰을 회상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로봇 형아! 릴리 누나! 어서 와!” 니콜라는 까르르 웃으며 릴리와 A78에게 안겼다.


“Jackpot!” 유쾌한 카지노의 효과음이 릴리와 주위 모든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아 진짜 배불러요..” 릴리는 웃으며 배를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다 역시 웃으며 배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렇게 먹은 건 오랜만이군!”


니콜라와 톰은 A78의 묘기를 보다가 지쳐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릴리와 마치다가 물을 마시고 있을 때 린은 둘은 앞에서 진지하게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릴리와 마치다는 린을 따라갔다. 영사기가 있는 방에 데려왔다.


린은 마치다와 릴리에게 영사기를 틀자 장로의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겠지. 그런데 말이야 이걸 봐서 말이야” 릴리와 마치다는 인상을 찌푸렸다. 불길이 솟아오르는 잡화점. 그렇다 바로 크리스를 잃은 그날이다.


릴리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영상 속 크리스는 기침을 하며 곧 쓰러졌다. 릴리는 먹은 것이 올라올 거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릴리와 마치다는 더욱 놀랐다.


불길 속 누워서 기절해 있는 크리스 위로 어떤 남자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러곤 크리스를 들쳐 매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이후론 마치다가 불길 속을 뛰어 들어와 릴리만을 데리고 나간 것이 영상으로 나왔다.

“서.. 설마....” 릴리는 린을 바라보았다.


“나도 믿기지 않았어. 하지만 릴리 너와 같이 다니는 그 로봇도 조선 Casino 소속이잖아? 그래서 나도 크리스를 들쳐 맨 이 남자의 화질을 더 올렸지.”


릴리는 두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남자의 등뒤에 로고는 장로가 릴리에게 보여준 로고와 같았다.


“조선 Casino...” 릴리는 속삭였다. 그리곤 걱정되는 것처럼 마치다를 바라보았다. 마치다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크리스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크리스가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아주 작은 희망을 본듯한 눈이었다.


그런 마치다를 보며 릴리의 마음속에는 아주 예전부터 꿈꾸던 불길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날 밤 릴리는 A78과 비밀 기지를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곤 크리스가 가장 아끼던 책을 꼭 쥐어 품에 안았다.


높은 천장, 모래 폭풍과 세상의 풍파에서 지켜주던 이 기지가 오늘따라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릴리는 린의 말이 계속 귀에서 맴돌고 있었다.


“릴리 어쩌면 너는 조선 Casino와 무언가 큰 접점이 있을지 몰라. 그래서 할머니들이나 믿었던 그런 전설 속에서나 들어본 장소에서 온 로봇이 오고 장로가 너에게 집착한 거지. 그리고 어쩌면 그리스도 조선 Casino와 지금 같이 있을지 모르고 말이야..”


릴리는 크리스를 회상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가 인상적이던 정말 아름답던 소녀이자 릴리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


‘크리스 너 살아 있는 거야?’ 릴리는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A78은 그런 릴리를 보며 표정 값은 도출하 기위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정말 복잡해 보였다. A78은 그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릴리 표정 1’이라고 따로 저장을 해두었다.


릴리는 무언가 결심한 듯 보였다. 릴리는 갑자기 기지 안으로 뛰어갔다. 기지 안에선 릴리와 A78의 발소리만 울러 퍼졌다.


36


새벽. 아직 여명이 사막을 달구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다의 잡화점이 이 주위에선 가장 빠르게 태양을 맞이하는 곳이었다.


“Let’s Gamble” A78의 유쾌한 효과음이 시장의 적막을 깨뜨렸다. 마치다의 잡화점 안에서 A78과 릴리 그리고 마치다가 함께 나왔다. 마치다는 한숨을 쉬며 릴리를 바라보았다.


“절대 마음을 돌리지 않을 거니?” 마치다는 걱정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리스 때문이라면 나중에 나와 사람들이 찾아볼 거란다. 네가 책임을 느낄 필요는..”


“아뇨” 릴리는 마치다의 말을 끊었다. 사실 말을 끊기 싫었지만 마치다의 말을 더 들으면 본인도 흔들릴 거 같았기 때문이다.


“책임감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에요. 아저씨는 저는 그저 크리스가 찾고 싶고, 제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가는 거예요”


“그렇다고 이렇게 가는 건 너무 빠르잖니..” 마치다는 릴리의 진지한 눈을 보며 마음을 접지 않을 것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여행 가는 건 제 꿈이었어요!”


“하지만 릴리.. 마을의 오아시스 지역을 벗어나면 온갖 기계들과 강도와 약탈꾼들이 득시글 거린단다.”


“그 정도의 스릴이 없으면 모험이 아닌걸요!” 릴리는 마치다를 보며 씩 웃었다. 여명이 이젠 아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노을이 아닌 아침해에 반사된 릴리의 금발이 더 아름답다는 걸 마치다는 이제야 눈치를 챘다.


‘이제 더 이상 내가 알던 꼬마가 아니구나’ 마치다는 조금은 쓸쓸해하는 듯한 눈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알았다. 그때 A78의 “Jackpot”이라는 효과음이 들렸다.


마치다와 릴리는 그 자리에서 굳었다. 잭슨과 퍼플헤어가 가게 앞에 서 있었다. 둘은 크리페 페이스의 과격한 복장을 입고 있지 않았다.


“어이.. 마침 잘됐군.” 잭슨은 입을 열었다. 마치다는 바로 전투상태에 돌입했다. 퍼플헤어는 손을 내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싸우려 온 게 아니다. 용서를 빌러 온 거야. 그리고 사죄의 의미로..” 퍼플헤어의 시선의 끝으로 가보자 사이드카가 달린 거대한 사막용 오토바이와 꽤 많은 양의 물과 식량이 보였다.


“이 정도로 용서가 안된다는 건 안다. 그렇기에 이건 감사의 표시도 포함이다.” 잭슨은 로봇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몰라도 덕분에 부하 몇 명은 살았다. 고맙다.” 잭슨은 이런 행동이 어색한 듯 말을 이어나갔다. 마치다는 싸우려 온 게 아닌 란 건 알았지만 경계를 풀지 않았다.


“우리 마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희들을 환영하지 못한다. 그래도 보급은 없는 것보단 나은 거겠지. 너희들은 어디서 사는 거지?”


“꽤 먼 곳이지. 걱정 말아라. 우리가 자라온 고향이니까.” 잭슨과 퍼플헤어는 짧게 이야기를 나누곤 다시 마을을 떠나갔다.


“어쩌면 녀석들도..” 마치다는 멀어져 가는 두 청년을 보며 말을 이어나가려다 멈췄다. 릴리는 사이드카가 달린 오토바이를 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거 아저씨가 주려던 오토바이보다 좋은데요?!” 릴리의 어린아이 같은 반응에 마치다는 쓴웃음을 지으며 A78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리 꼬마를 정말 잘 부탁하네”


“Jackpot” A78은 유쾌한 카지노 효과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아침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푸른 하늘과 밤의 차가운 바람과 작렬하는 바람이 만나 사막의 가장 신선하고 기분 좋은 공기를 맡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을 어귀에서 린과 톰 그리고 잠에서 덜 깬 니콜라가 보였다.


린은 릴리의 어깨를 잡으며 웃어 보였다. “이제 모험을 떠날 모험가에게 걱정은 안 어울리지 몸 조심히 다녀오렴. 그리고 언제든지 돌아와. 여긴 너의 집이란다.” 린의 말에 릴리는 조금은 그렁 그렁한 눈으로 손을 꼭 잡았다.


“물론이죠. 다녀올게요”


“릴리누나..” 니콜라는 비몽 사몽한채로 릴리의 다리에 안겼다.


“언제쯤 돌아올 거야..?” 니콜라는 살짝 울먹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릴리는 그런 니콜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니콜라. 엄마와 형아인 톰을 지켜주며 기다려줄 수 있지? 누나 니콜라가 용감해지면 돌아올게.”


“진짜지? 나 금방 용감한 어른이 될게!”


“하하하 어른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릴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톰은 릴리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 그리고 마녀라고 한 거 미안해..” 톰은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릴리는 그런 톰의 악수를 받으며 씩 웃었다.


“괜찮아! 네가 그동안 마을의 아이들을 지켜준 거잖아. 앞으로도 마을을 잘 부탁해.”


“당연하지!”


“Let’s Gamble” A78은 톰의 손에 너트를 하나 주었다. 톰은 어이없다는 듯이 로봇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릴리는 그런 로봇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엄청난 무기를 줬네?” 릴리는 A78이 적들에게 던지던 그 볼트와 너트들을 생각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릴리 잠시만.” 마치다는 릴리를 불렀다. A78이 린과 톰, 니콜라와 재밌게 놀고 있을 때 마치다는 릴리를 잠시 불러 세워 입을 열었다.


“릴리. 내가 로봇의 수리를 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아냈단다. 대부분의 부품은 여기서 교체 가능하니 내가 수리하고 교체했다. 엔진도 팬만 고치고 하니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길래 새것으로 바꿨지. 그런데 그 안에 더 깊은 곳엔 열지도 못하게 밀봉되어 있는 코어가 있더구나”


“코어요?”


“그래. 그게 아마 제일 핵심일 거야, 그래서 A78이 다른 로봇들과는 다른 거겠지. 나는 처음 보는 물건이더구나. 네가 저번에 말한 북소리 같은 실린더 소리는 거기서 들린 거 같더구나.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예비 부품이 없는 부품은 정말 소중히 써야 한다는 거 알지? 이걸 너에게 꼭 말해줘야 할거 같더구나”


“네. 마치다 아저씨 고마워요.” 릴리는 린과 톰, 니콜라에게 손재주를 보여주고 있는 A78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너를 위해서도 포함되는 건가..” 릴리는 조용히 속삭였다.


부르르릉


오토바이의 시동이 걸린 소리가 들렸다. 오토바이엔 기름과 30일 치의 릴리를 위한 물과 식량을 실었다. 그리고 사이드카 부분에 릴리가 앉았고, 운전은 A78이 맡았다. 마치다는 릴리에게 물었다.


“릴리 목적지는 어디니? 바로 조선 Casino는 아닐 거 아니니?”


“저는 아마 우선 남쪽의 대도시 레스트레인으로 가보려고 해요!”


“레스트 레인이라.. 나쁘지 않구나! 가끔 여기서도 그쪽 출신 상인들이 오니까. 하하하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거라. 사막 어디든지 내가 가마!”


마치다의 듬직한 말에 다시 한번 뭉클한 마음이 든 릴리는 마치다를 꼭 안았다. 그리곤 마치다에게 속삭였다.


“아저씨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요. 다녀올게요.”


“그래. 조심히 다녀오너라.”


릴리는 헬멧과 고글을 썼다. 그녀가 탄 오토바이는 출발하기 시작했다. 거친 배기음이 들리며 사막을 가로지르려 하였다. 릴리는 멀어져 가는 마을을 뒤돌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릴리는 깜짝 놀라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뛰어오며 릴리에게 소리치며 배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릴리! 정말 미안해!”, “몸조심히 다녀와!”, “언제든지 돌아와!”, “우리 가게는 너에게만은 공짜야!” 같은 마을 사람들의 외침이 들렸다. A78은 릴리를 보진 않았지만 그의 센서에는 미량의 수분 반응이 느껴졌다.


릴리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하지만 팔을 번쩍 들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마을 사람들의 환호와 배웅 소리가 들렸다.


작렬하는 태양이 이제 아침을 넘어 정오로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릴리의 푸른 눈에 비친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릴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젠 마을이 아지랑이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릴리는 사이드 거울을 통해 보고 있었다. 릴리는 고글과 헬멋을 다시 고치고 소리를 질렀다.


“가자!!!!”


“Let’s Gamble”


오토바이는 아지랑이와 모래들 너머로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