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를 연주한 밴드, 핑크플로이드 입문곡Top10

음악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열여덟 걸음

by kim

밴드음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대중들은 보컬의 색깔과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당연하다. 압도적인 보컬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쉽고 성공하기도 훨씬 쉽다. 퍼포먼스마저 완벽하다면 역사에 이름을 세기기도 한다. 나 역시도 그런 밴드와 보컬들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나에게 밴드란 결국엔 연주자들과 보컬의 합을 얼마나 완벽하게 보여주냐 이다. 퀸이나 레드제플린, 딥퍼플 등 보컬의 능력만으로 그들이 세계적인 밴드가 된 것은 아니다. 물론 보컬도 환상적이지만 그들에게 맞는 곡을 써주는 엄청난 작곡가들과 더불어 광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앨범 혹은 싱글곡의 퀄리티에 밴드 멤버들이 집착하였기에 그들은 세계적인 밴드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할 밴드인 핑크플로이드도 밴드의 합에 있어서 가장 완벽에 가까운 밴드라고 소개하고 싶다. 사실 핑크플로이드는 조금은 전위적인 밴드라고 할 수는 있고 압도적인 보컬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컬에 맞는 완벽한 곡과 지금도 전율할만한 앨범 퀄리티를 보여주어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라는 말을 하고 싶다.


대한민국에선 앨범커버로 더 유명한 밴드지만 나에겐 가장 완벽한 밴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행복한 음악적 경험을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나의 취향이 정말 찐하게 들어간 리스트지만 그래도 입문곡이기에 가장 대중적인 곡들의 느낌으로 리스트를 만든다.


10. Time (8집 The Dark Side of the Moon)

https://youtu.be/Qr0-7Ds79zo?si=Dxf6HaJjC-GcHqxk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아


혼란하게 째깍거리는 수많은 시계의 태엽소리 후 갑작스럽게 울리는 종소리들 그리고 빠르게 고동치는 메트로놈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그들의 음악은 전율을 선사해 준다. 이 곡은 핑크플로이드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중 하나인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4번째 트랙이다. 이 앨범에서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트랙이다. 곡의 진행이나 메시지가 좋은 것도 있지만 단순하게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곡의 기타 솔로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전위적인 곡이 아니기에 입문곡으로서도 굉장히 도전해 볼 만한 곡이다.


9. The Post War Dream (12집 The Final Cut)

https://youtu.be/4MNJoeMUVCw?si=N0zHB_sha4k7Fozs


Should we shout, should we scream
소리쳐야 할까? 비명을 질러야 할까?
What happened to the post-war dream?
전후의 꿈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사실 나는 이 앨범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핑크플로이드 역사적으로 보았을 땐 작곡을 담당했던 로저 워터스의 입김이 점점 강해져 거의 개인 앨범처럼 나와버렸고 결국 내가 사랑하던 핑크플로이드가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깨지고 말았다. 물론 로저 워터스의 능력이 엄청난 건 맞지만 결국 그의 독불장군적인 성격이 핑크플로이드를 깬 건 맞기에 이건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나는 요즘 국제정서를 볼 때 이 곡이 자꾸 생각이 난다. 이 곡은 로저 워터스가 당시 포클랜드 전쟁을 보고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전사한 본인의 아버지에게 헌정하는 앨범이자 반전의 메시지를 담 앨범의 1번 트랙이다. '반전' 어쩌면 지금 가장 필요한 말일지도 모른다. 잿더미가 된 땅 위에 올려지는 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드는 트랙이다.


8.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Two (11집 The Wall)

https://youtu.be/HrxX9TBj2zY?si=Z7A3ebPa1SVdZ21C


우리가 만든 벽은 과연 안전지대일까


11집 The Wall은 핑크플로이드 커리어에서 2번째로 많이 팔린 앨범이자 록오페라의 진수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앨범의 가장 히트곡인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Two는 사실 핑크플로이드 답지 않게 록의 형식이라기 보단 디스코적인 리듬을 차용한 곡이지만 당시 영국 교육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 곡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밴드의 전위적인 색깔이 강한 핑크플로이드의 곡들 중에서 이곡은 그래도 다가가기 쉬운 장르에 학교를 다녀본 누구나 느껴봤을 감정을 잘 표현한 곡이기에 추천할 수 있다. 나에게는 핑크플로이드가 이런 디스코적인 음악도 잘한다는 게 웃겨서 굉장히 재밌게 들었던 곡이다.


7. Money (8집 The Dark Side of the Moon)

https://youtu.be/-0kcet4aPpQ?si=mJjUtJfmBKKeoF4L


가장 위대한 베이스 기타 리프 중 하나


핑크플로이드는 사회적인 비판이 강한 밴드다. 그들 모두 사회적인 문제를 풍자하려고 하였고 이 곡 역시 마찬가지다. 돈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회의 시스템을 그리고 그 수단 중 하나인 돈을 풍자하는 곡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건 이 곡으로 그들은 엄청난 돈을 모으기도 했는데 이게 참 재밌다. 아무튼 그들의 곡 중에서도 정말 특이한 곡인데 현금계산기의 소리와 이 소리를 흉내 내는 베이스로 시작한다. 어떻게 들어보면 굉장히 단순하지만 그 중독성이 엄청나다.


6. Wish You Were Here (9집 Wish You Were Here)

https://youtu.be/K6qj09OHvjw?si=6TgqaN2Dah8qyzaA


How I wish,
how I wish you were here
아, 네가 여기 있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9집은 핑크플로이드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앨범이다. 8집의 어마어마한 성공으로 그들은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되지만 밴드의 살인적인 일정으로로 밴드 멤버들은 녹초가 되어갔다. 그때 밴드 멤버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건 전 멤버이자 리더이고 핑크플로이드라는 밴드의 색깔인 광기라는 주제를 잘 자리 잡게 해 준 리더와의 충격적인 재회였다.


시드 배럿! 초창기 핑크플로이드의 리더였지만 과도한 방송의 관심에 정신이 점점 무너진 그는 마약이라는 지옥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었다. 다시 만났을 때 한때 미남이던 그는 완전히 망가진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녹음실로 왔을 때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


45분 후 그가 전 리더였다는 것을 알고 멤버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후 그 절망적인 상황을 곡으로 만들어 그를 위한 헌정 앨범을 만들었고 그게 바로 이 곡이고, 이 앨범이다. 그는 살아 있긴 했지만 이미 영혼은 마약과 약물, 그리고 정신적인 문제로 이미 망가진 이후였다.


5. Shine On You Crazy Diamond (Pts. 1-5) (9집 Wish You Were Here)

https://youtu.be/Tu7oq3VNgpY?si=mXWzX3rtihulIWoi


Shine on, you crazy diamond
빛나라, 광란의 다이아몬드여


핑크플로이드의 영혼을 만들어준 건 어쩌면 시드바렛이었을 거다. 그런 그를 정말로 헌정하기 위하여 만든 곡이고 그들의 존중이 이 곡에서 정말 많이 드러난다. 바렛이 나간 후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로 들어온 길모어의 기타 리프를 시작으로 이 곡은 정말로 웅장하게 시작한다. 13분이 넘는 대곡이지만 한번 들으면 빠져나가기 힘든 흡입력이 있다. 웅장하지만 그 안에 바렛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담긴 곡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곡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그들은 정말로 광기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광기를 영혼으로 연주했을지도 모르겠다.


4. Astronomy Domine (1집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

https://youtu.be/8UbNbor3OqQ?si=3Wq1eeLn3YsjKZDZ


핑크플로이드 초창기 최고의 명곡


초창기 핑크플로이드의 명곡이자 그들의 색깔을 온 세계에 알린 그들의 첫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이다. 모든 작사와 작곡을 리더인 시드바렛이 하였으며 그의 음악을 듣고 이후의 핑크플로이드의 곡을 들으면 얼마나 멤버들이 그의 음악세계에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당시 물론 사이키델릭 록이 많이 유행이었으나 핑크플로이드는 즉흥적인 느낌을 많이 배제하고 보다 구조적이고 절제된 방식의 광기를 보여주어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시드바렛이 멘탈이 조금 더 강해서 더 음악을 하였으면 어땠을까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3. A Great Day For Freedom (14집 The Division Bell)

https://youtu.be/lJ9x7FKhJj4?si=TdOVCyPwnAYBs9VH


Slipped away
휩쓸려 갔어


이 곡은 표면적으로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에겐 이 곡이 마치 로저 워터스와의 불화를 표현한 것처럼 들린다. 물론 개인적인 시각이고 나와 비슷한 핑크플로이드의 일부 팬들의 해석이다. 이 앨범은 9집 이후부터 점점 독재를 하며 멤버들을 괴롭히던 로저 워터스와 결국 결별하고 나머지 멤버들끼리 만든 2번째 앨범이다. 12집은 사실 갑작스러운 워터스의 부재로 혹평을 받았으나 그 이후 이 앨범에서 다시 멤버들은 초창기 핑크플로이드의 색을 되찾는다. 그 모습을 정말 잘 표현한 곡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데이비드 길모어의 기타가 이 곡에서도 정말 빛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역대급 키보디스트인 리처드 라이트의 사운드도 이 곡에서는 참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2. Louder Than Words (15집 The Endless River)

https://youtu.be/Ezc4HdLGxg4?si=Uckp58KNSilrHOdJ


Let's go with the flow, wherever it goes
그냥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자, 어디로 가든지
We're more than alive
우리는 살아있는 것 이상이야


가장 완벽한 밴드도 어떤 밴드나 그런 것처럼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어쩌면 인간은 유한한 삶이고 언제나 죽음이 끝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죽음은 언제나 옆에서 그저 같이 있기 때문이다. 핑크플로이드의 키보디스트이자 세계적인 키보디스트인 리처드 라이트가 암으로 떠나고, 남은 핑크플로이드 멤버들은 그를 대신할 멤버들은 없다 생각하여 마지막 앨범을 준비한다.


14집 The Division Bell을 만들 때 많이 들어가지 못한 리처드 라이트의 연주를 중심으로 재구성된, 사실상 헌정 앨범이 되었다. 이 앨범은 이 곡을 제외하면 가사가 없지만 나는 사실 이 곡을 위해 위의 모든 곡들은 가사가 없는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이 곡은 그만큼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음악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엄청난 성공 그리고 갈등 이후의 법정싸움, 그리고 다시 한번 재기하지만 그 이후 다시 이별을 겪고 난 이후 멤버들은 이미 나이가 많았고 그런 그들은 이제 마지막 황혼을 보며 그저 흐르는 끝없는 강처럼 흘러가길 바라는 걸지도 모른다.


1. Brain Damage, Eclipse(8집 The Dark Side of the Moon)

https://youtu.be/QFdkM40KOhE?si=46isEt0uQj_fUF9S

1) Brain Damage ▲


https://youtu.be/7-mFsGm1uvQ?si=MXJ5Cd6w0CIosAHR

2) Eclipse ▲


다시 한 번 더 앨범의 모든 걸 흔드는 광기의 마지막 트랙


다시 한 번 더 나는 8집으로 되돌아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라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지만 이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정말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나는 이 두 트랙을 마지막 추천으로 넣었다. 절대로 한곡만 넣을 수는 없기에 그리고 지금까지 이 글을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분이라면 적어도 핑크플로이드의 광기의 음악과 아름다운 선율에 전율을 느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두 트랙은 8집의 마지막 두 트랙이자 마치 하나의 트랙처럼 연결이 되어있다. 달의 어두운 면처럼 우리 인간의 어두운 면을 풍자하고 광기라는 주제로 날카롭게 표현한 앨범의 카타르시스를 담당하는 트랙이다. 절대로 스포일러를 하지 않겠지만 마지막 트랙인 이클립스를 끝까지 듣는다면 모든 앨범을 흔드는 가사가 나오는데, 만약에 궁금하다면 이 문단의 다음 간격을 드래그 해보길 바란다. 정말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 앨범이다.

"실제로 달의 어두운 면이란 건 없어. 사실, 달은 전부 어둡지-이클립스 마지막 가사".

핑크플로이드는 밴드음악을 비틀즈 이후, 앨범이라는 형식을 다시 한번 극한까지 밀어붙인 밴드이다.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프로그레시브 록과 사이키 델릭록의 전위적인 표현 방식을 대중적으로 풀어나가 대중과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은 밴드이다. 이들은 1집부터 심상치 않았고, 그들이 걸었던 모든 발걸음은 프로그레시브록과 사이키델릭 록은 물론 모든 선후배 밴드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개인적으로 나에겐 앨범 하나를 다 들으면서 이 정도의 아름다운 경험을 하게 해 준 고마운 밴드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더 이 글의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간다. 밴드 음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압도적인 보컬? 완벽한 밴드의 합? 전설적인 작곡가? 나는 한 가지의 답을 낼 수 없다. 하지만 압도적인 보컬이 있는 밴드도 있고, 완벽한 밴드의 합을 보여주는 밴드도 있고, 전설적인 작곡가가 밴드 멤버인 밴드도 있다. 나에게 밴드음악은 바다와 같다. 이 바다는 밤바다와 같아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름다운 곡이나 앨범이라는 별들을 따라가다 보면 또 아름다운 섬을 발견하여 나를 즐겁게 해주는 항해와 같다.


이런 경험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해보길 바란다. 더 이상 앨범 차트에 들어가지 않는 음악들을 찾는다는 건 어쩌면 우리는 잊힌 보물을 바다 아래에서 찾는 설렘 가득한 그리고 광기 가득한 모험일지도 모른다.


처음이라면 ‘Time’ 혹은 ‘Wish You Were Here’부터 들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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