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괴로울까

게으른 완벽주의자, 혹시 당신도 그런가요?

by kim

우연히 본 영상이 있다. 게으른 완벽주의라는 건 없다는 말이었는데 굉장히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말로 들리지만 어떤 시각으로 보면 또 어째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 게으른 완벽주의는 병이 아니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일 수 있다. 다만, 이런 감정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강해질 경우, 불안장애의 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게으름과 완벽주의 어떻게 본다면 같이 있기 힘든 말이다. 게으른데 완벽하다는 건 사실 모순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게으른 완벽주의란 말은 누군가가 만든 개념이 아니라, 심리의 한 형태다. 불안증의 또 다른 스펙트럼 중에 하나다. 그래서 사실 게으른 완벽주의가 아닌데도 게으른 완벽주의란 것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언제나 우울증과 불안증이 사회적으로 대두될 때마다 따라오는 현상들이다. 오히려 이런 부작용들이 있기에 정말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도 외면을 받게 되기도 한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꽤 유명한 말이다. 그만큼 인간의 심리는 굉장히 복잡하고 현재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다. 특히 불안증은 우울증과 다르게 증상이 일반적인 불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때도 많다. 사람들이 보통은 그저 내가 겁이 더 많거나 연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사실 불안증과 그냥 불안에 대한 차이는 반응과 겪는 시간에 따라 다르다. 그저 불안하기만 해도 만약 불안증 검사를 한다면 상태에 따라 불안증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검사를 할 때도 외부적인 요인을 최대한 배제하고 해야 하기도 한다. 만약에 내가 정말로 그냥 어떤 상황에 있어서(예를 들어 시험) 불안하다면, 그 상태를 불안증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물론 불안의 요소가 오래 지속되어 불안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현재 나의 주위 환경이다. 무언가 불안한 현상이 있다거나 그런 상황에 놓이면 불안은 따라오기 때문이다. 이미 시작된 불안들은 꽤 오래가기도 하는데 그래서 이미 불안증을 겪어본 사람이면 더욱더 재발이 잘 일어나기도 한다.


불안증을 검사할 때 중요한 것은 외부적인 상황에 어떻게 반응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시간이 얼마나 오래 지속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만약에 외부적인 요인이 없지만 혹은 이미 해결하는 중이거나, 이미 해결책을 알아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기 시작하면 불안증을 의심해 볼 수도 있다.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생각날 수도 있고, 모든 상황이 끝나도 올 때가 있고, 혹은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어떤 사물을 보기만 해도 불안증이 오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이 갑작스럽고 극심하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 있으며, 반복적일 경우 '공황장애'로 진단되기도 한다.


신체적인 증상도 물론 있다. 불안하면 발현될 수 있는 증상들 중에 하나가 복통과 두통 그리고 변비나 설사 같은 증상들도 있다. 이건 동물들에게도 많이 보이는 증상들이기도 하다. 사실 불안이라는 건 과거부터 인간이 살아남기 위하여 만들어진 호르몬의 생존 버튼과 같아서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장치다. 인간은 겨우 자연의 위협 그리고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난 지 200년도 되지 않았다. 법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상을 지켜나가는 현대인들에게 감정이라는 건 극단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 것이다. 이런 증상들의 또 다른 모습이 바로 게으른 완벽주의자다.


게으른 완벽주의자, 해외에서는 이를 ‘Lazy Perfectionist’라 부르며,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자주 언급되는 심리적 경향 중 하나다. 사실 이런 유형들이 많이 보이는 건 어떻게 보면 인간의 사회적인 거리가 너무 가까워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의 행동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보이는 세상이 된 것이다. 사실 다른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비교도 물론 있지만, 나의 결과가 너무 초라하게 보일까 봐 그 시선과 평가가 두려운 것이다. 이런 두려움은 꽤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인간의 본능은 단체생활에서 나의 평가를 중요시했고, 그런 평가들 속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게 본능 중에 하나다. 그런 본능을 거스르고 무언가를 해내가고 그 무언가를 할 때 진흙길을 걸어 나가야 한다면 누구나 주저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여기서 하나 중요한 게 다르다. 바로 불안증의 한 이면인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고통을 받는 다라는 것이다. 모든 불안증이 그렇다. 물론 ‘게으른 완벽주의’는 DSM(정신질환 진단 매뉴얼)에 공식적인 진단명으로 포함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심리적 특성은 불안장애와 유사한 방식으로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의료적인 조치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정말로 불안증의 일면으로 보여주는 형태라면 우울증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고통스럽다. 만약 정말로 게으른 완변주의자라면 마감기한이든 시험의 날짜가 다가오든 아니면 시간이 흘러가는 것 그 자체가 고통이 될 수 있다. 완벽주의자라는 건 즉 나에게 오는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완벽하게 해내가고 싶은 거고, 그 기한을 맞춰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 기한이 올 때도 본인의 상상하는 너무나 높은 이상향 같은 목표치에 다다를 수 없고 비현실적으로 많은 준비를 해야 한 것에 압도되고 절망하며 그저 무기력하게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위에서 보면 이루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은 내가 너무 준비를 못한 거구나 라는 착각을 한다.


사실 사회를 살다 보면 완벽하게 준비되고 나가는 사람은 없다. 그저 뛰어들고 실패할 때도 있고, 계속 앞으로 나가 무언가 이루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은 모든 것이 준비되어 나간다고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건 착각이고 여기서 본인을 점점 사회와 단절시키는 극단적인 형태의 모습도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사회에서도 이 말이 점점 퍼져나가면서 정말로 그런 불안증의 이유가 아닌 정상적인 불안의 형태에도 "나도 그런 거 아냐?"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무기로 쓰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사회적으로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도움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아마 영상의 인물도 이런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무기화해서 본인의 일을 합리화시키는 건 사실 사회적으로도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그런 사회적인 시선이 늘어날수록 진짜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나는 나약할 뿐이야"라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불안이나 우울감이 지속되어 일상에 영향을 준다면, 전문가의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결코 나약함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이다.


그럼 만약에 불안증은 아니지만 게으른 완벽주의자 같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꽤 간단하다. 처음부터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는 높은 허들은 준비하지 않았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없는 시선도 상상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당신의 옆에서 무언가 잘나 보이고 당당하게 해내가는 그런 사람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저 오래 그 일을 해왔고 익숙할 뿐이다. 망신을 당한다는 게 두렵다는 생각도 벗어나야 하는데 그 일은 당신에게 달려있는 거다. 완벽한 준비는 누구도 모른다. 언제나 부족하다고 느끼고 부족한 면을 볼 때마다 절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절망은 당신의 생각보다 더 약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힐 수 있을 정도로 짧고 영향이 크지 않다.


나도 망신당하는 걸 두려워했지만 어느 순간 이 생각이 들었다. "뭐 죽기야 하겠어?"

인생은 어렵지만 또 어떤 시각으로 보면 간단하다. 시간의 흐름일 뿐이고, 인체학적으로 보면 그저 우리의 세포가 노화될 뿐이다. 우주적으로 보면 별에서 온 우리가 다시 별로 그리고 지구로 돌아갈 뿐이다. 완벽한 소멸이 아닌 물질의 흐름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순환 바퀴로 돌아가는 작은 흐름일 뿐이다.

그러나 그 안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 단순한 인생에 색을 넣으며 아름답게 만든다.


그렇기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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