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없이 점령하라 2편 – 플라시보 효과

평화를 위한 강압적 제국의 손짓

by kim
트럼프의 귀환과 함께 세계는 거대한 흐름에 다시 휩쓸리고 있다.
그 흐름은 변화이고 질서의 재정립이지만 혼란하고 너무 급진적으로 흘러간다.
21세기는 다시 시작하고 있고, 변화는 역시 역사가 그러했듯 빠르게 흘러간다.



미국은 한때, ‘악의 진군’이라 불린 나치에 맞서기 위해 나섰다. 1941년 3월 11일, 민주주의의 거대한 무기고를 자처하며 ‘무기대여법(Lend-Lease Act)’을 시행해 유럽과 소련을 지원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황폐화된 유럽의 재건을 위한 마셜플랜의 중심 국가를 1948년에 자처하여 소련의 대서양 진출을 막고 냉전 내내 미국의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하였다. 결국 북대서양 조약기구는 바르샤바 조약기구보다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은 미국이 미래를 위해 자처한 국제무대에서의 리더의 자리가 거대한 존재감을 보이며 지구 위에서 군림하게 하였다.

marshall-plan-poster.jpg 당시 마샬플랜 포스터 출처:U.S. Economic Cooperation Administration (ECA), 1950. Public Domain.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은 달랐다. 언제나 군림할 거 같던 미국은 이제 도와주었던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를 주장하였고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유럽의 분담비율이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조건인 GDP의 2%보다 적은 경우가 더 많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대서양 조약기구를 이끌어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북대서양 조약기구 중심의 1 세계 질서가 흔들리자, 유럽을 포함한 세계 패권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틈을 중국이 파고들었고, 러시아도 그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트럼프의 현재 정치적인 목적은 굉장히 단순하다. 내년에 있을 중간 선거 그리고 본인의 정치적인 유산을 남기기 위한 행보이고 이 선거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휴전을 유도하려는 거다.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것은 철저한 안전망이고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적어도 푸틴의 과대망상적인 괴뢰정부를 제외한다면 NATO의 동진을 막아줄 수 있는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NATO의 동진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으로 인해 꽤 진행이 되어 버렸고 이제 모스크바에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파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도 트럼프의 새로운 군사협정이나 안전망 제공을 위해 협상을 하려 하겠지만 트럼프가 원하는 내용들은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터무니없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것들이 협상 전의 블러핑이라는 것은 알지만 급한 것은 현재의 전장의 한복판인 우크라이나이기 때문에 협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는 휴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휴전으로 우크라이나는 한국 이후, 21세기에 들어선 가장 대표적인 분단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선 완충지대를 얻고, 우크라이나는 우선 전쟁이 멈췄으니 재건에 들어가야 하고 재건에 들어가기 위해선 미국의 기업들의 역할을 강조할 수도 있다. 미국 기업들이 들어가 재건 사업에 뛰어들면 트럼프가 선호하는 돈은 안 쓰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할 수가 있고 미국의 기업들이 있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동안은 러시아가 함부로 침략을 하지 못하게 될것이다. 그렇게 전쟁의 억제제가 될 수 있기에 이런 성과들을 트럼프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과 같이 이용하려는 계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건은 하루이틀 만에 되는 사업이 아니기에 공병부대가 리비우 주변이나 키이우 주위에서 주둔하며 재건 사업을 도와줄 수 있고 군사적인 이점과 정치적인 이점을 분명히 가져가게 할 수 있다. 러시아로서는 분명히 미군이 주둔하기에 불만을 표출할 수는 있지만 평화적인 목적의 공병의 주둔은 트럼프에게 정치적인 명분을 주기에 적극적인 행동은 힘들 것이다.


겉보기엔 모두가 바라는 평화의 모습으로 비칠 것이고 본인의 임기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다음에 재건이 끝난 이후에는 트럼프의 임기종료와 더불어 협상은 다음 정부 때 넘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내막을 자세히 본다면 재건 이후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을 다시 한번 맛볼 수도 있다. 러시아 역시 전쟁의 상처로 매우 큰 경제적인 타격과 전략 자산의 손실 그리고 많은 인명피해를 보았기에 내부적인 정치 리스크도 있다. 러시아는 전쟁을 잠시 멈추고 다시 힘을 비축하여 우크라이나로 다시 진격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


결국 우크라이나에게는 그저 플라시보 효과처럼 잠시나마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그렇기에 플라시보 효과가 잠시라도 우크라이나에게 부활의 시간을 줄 때 우크라이나는 내부에 뿌리 박힌 부패의 문제와 미국과의 실질적인 협상을 위한 외교적인 준비도 해야 하는 것이다.


재건에는 많은 국가들이 참여할 것이다. 아시아, 유럽 그리고 미국이 들어가 경쟁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돕겠지만 재건 이후의 국가적인 부흥은 결국 우크라이나의 국민들과 정부에게 달려있다.


플라시보 효과는 결국 근원적인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다. 잠시나마의 안식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게 잠시나마의 안식은 많은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총 없이 점령하라 1편 - 나비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