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5일(월)
최저온도 -3°/ 최고온도 6°
24절기 중 23번째 절기인 소한(小寒). 겨울 중 가장 추운 절기이다.
날이 추워지니 고양이들이 밥을 찾아 다시 우리 집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 마을 고양이들은 우리가 이사 오기 전부터 이름이 있었다. 동네 어른들이 고양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들을 싫어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이 내심 좋았다. 우리도 자연스럽게 동네 고양이들을 익히고 이름을 불렀는데 그중 '장미'는 우리 집 단골 고양이가 되었다. 장미는 우리가 게으를까 봐 아침마다 문 앞에서 밥 달라고 야옹야옹 울고, 낮에는 마당에서 햇볕을 쬐며 뒹굴고 놀다가 어디 외출했다가도 저녁에 때가 되면 집 앞에 와서 밥을 먹었다. 장미 단짝인 옆집 이장님네 고양이 '노아'(일명 영국 신사)는 장미랑 세트로 몰려다니면서 이장님네서도 밥을 먹고 우리 집에서도 밥을 먹었다.
그렇게 시작된 고양이들과의 인연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 결국 우리는 장미와 노아의 새끼 한 마리를 입양했다.
(사연이 많다) 나로서는 예상치 못한 전개였지만, 고양이에게 정 주는 우리를 본 누군가는 이 모든 걸 예상하고 고양이 위주로 흘러가게 될 우리 미래를 그리며 책임 지지 못할 마음을 단속 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고양이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고양이들을 살리기도 하고 생을 마감한 고양이들을 마음 아프게 묻어주기도 했다.
길고양이들에게 겨울은 생존이 걸린 가혹한 계절이다. 고양이들은 영하의 날씨에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열량을 태운다고 한다. 다른 계절에는 뜸하게 보이던 고양이들이 추워지니 우리 집 마당에 자주 출몰한다. 평소보다는 많이 먹는 터라 사료도 많다 싶을 정도로 수북하게 담아줘도 깨끗하게 먹고 간다.
약 한 달 전부터 상처가 난 채로 컨테이너 창고 밑에서 숨어 지내던 고양이가 있어 약과 습식 사료를 먹였다.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것 같아 위기는 넘겼구나 안심했는데 결국 추운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다른 고양이들과 다르게 경계심이 강해서 밖으로 잘 나오지 않던 고양이라 우리도 겨우 밥만 챙겨주고 어쩌지 못했고, 그 무렵 여러 마리 고양이들이 근처에서 밥을 먹고 마당에 마련해 둔 집에서도 잠을 자는 터라 상태가 좋지 않은 고양이가 지내기에는 환경이 편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무리 내 할 도리는 다 했다 해도 막상 고양이가 죽은 모습을 보니 죄책감이 밀려왔다. 우리가 뭔가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을까. 그렇게 우리는 감당했어야 했을까 하는 온갖 미안한 마음들 뒤에 그래도 우리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할 만큼 했다고 서로를 위한 위로만 할 수 있었다.
그 고양이는 이름이 없는 고양이었다. 어쩌다 이름 없는 고양이가 우리 집에 숨어 지냈는지 모르지만, 그 친구는 얼마간이라도 더 살아 보려고 우리 집에 왔을 것 같다. 우리가 그 고양이의 살고 싶은 욕구를 지켜주지 못했지만, 가는 길은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고 좋은 곳에 가시라고 진심을 다해 빌었다.
그렇게 생을 마감한 고양이를 보낸 후 무거운 마음도 잠시 밥 달라고 졸졸 따라다니는 고양이들이 문만 열면 대기하고 있다. 고양이님들, 추운 겨울 잘 나시라고 식사는 잘 챙길 터이니 부디 이 계절 잘 버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