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大寒) 땅에 숨겨둔 시작

by 봉진

2026년 1월 20일(화)

최저온도 -6°/ 최고온도 2°


1년의 절기 여정의 마지막 절기 대한(大寒). 아침마다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거나 땅이 얼어붙어 유난히 고요했다.

시골집 난방비 절감을 위해 보일러는 잠자는 방, 작업방에만 틀고 나머지 거실 부엌을 밸브를 잠가 두었는데 손님맞이를 위해 거실까지 보일러를 돌리니 창밖 고요함과는 달리 집안에 온기가 돌았다. 아침 온기가 따뜻한 만큼 이불 밖으로 나오기도 쉬워졌다.

작년 하지 무렵, '하지 감자'라는 말을 처음 배웠던 것처럼 여전히 초보 농부이지만 새싹이 돋고 열매가 열리고 수확하고 풀들이 저물어 지금은 적막이 가득한 땅을 지나온 덕분인지 조금은 단단해진 기분이다.


며칠 전 내린 눈이 듬성듬성 남아 있는 빈 논과 밭을 보고 있으면 지난 모내기 시절과 바람에 휘날리는 가을벼의 운치에 비해 현재 땅의 모습은 조금 쓸쓸하다.

모두가 쉬는 겨울 논밭에서도 초록색 싹을 틔우며 추위를 견디는 작물이 있으니 '마늘'이다.

우리는 초보에 게으르기까지 해서 마늘 심는 시기를 놓쳤지만, 역시나 부지런한 동네 어르신 땅은 쉴 틈 없이 뭐든 심기고 뭐든 수확되는 만능땅이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겨울을 나고 수확될 마늘은 얼마나 단단하고 야무질지 기대가 된다. 시골에 와서 새삼 놀랐던 농부님들의 '절기력'은 언제나 존경스럽다. 하지에 감자를 수확했던 땅에 가을에는 배추와 무를 수확했고 지금은 마늘로 이어지는 흐름은 농부님들이 땅의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 밭에 여러 가지 작물을 심는 것은 연작 피해를 방지하기도 한다고 하니 농부의 부지런함은 지혜로 승화된다. 땅이 쉬는 동안에도 멈춰있을 것만 같았던 생명을 멈추지 않고 저마다의 속도로 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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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봄에 심을 씨앗 봉투들을 정리해 본다. 대서 무렵 '앞으로 남은 절기에 심고 수확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라며 조급했던 마음과 달리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 서두르지 않아도 하지가 오면 감자를 캘 것이고, 대서에는 찰진 옥수수를 나누어 먹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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