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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진 Jul 07. 2015

# 장도열차

03. 보고 싶은 캄 친구들

# 이병률의 '장도 열차'라 시는 다음 문장들로 시작한다.
- 대륙에 사는 사람들은 긴 시간 동안 열차를 타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친척들을 아주 잠깐이나마 열차가 쉬어가는 역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면서 사람들이 우는 모습을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


# 고엘 식구들과 일박 이일 바닷가 계곡에서 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가 탄 버스는 낯선 길목 어딘가에서 자주 멈췄다. 차가 멈추면 고엘 친구 중 하나가 바닷가 근처 시장에서 산 게, 새우, 조개 봉다리를 집어 들고 재빨리 버스에서 내린다. 누군가 마중 나와 봉지를 받아 들고 손을 흔들면서 사라지고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처음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버스가 멈출  때마다 나도 고엘 식구들의 엄마 아빠 언니 동생 친구들에게 창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다들 자기 식구들 놀러 가는 것도 여유치 않았을 텐데 고향 식구들 까지 챙기는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다 나도 이 길 어딘가에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주 잠깐이나마 만나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가 멈출 때마다 손을 흔들 때마다 더욱 간절해져서는 그들은 울지도 않는데 괜히 나만 버스에서 몰래 울었다.


2012.06.10



#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는 동안은 바다 건너 떨어져 있는 친밀한 사람들이 그리웠다. 아무 때나 볼 수 있고 아무 때나 목소리를 듣곤 했던 그들이 아무 때나 그리웠다. 좋은 것을 보면 같이 보고 싶어 생각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같이 먹으면 더 맛있겠지 생각났다. 화가 날 때는 같이 분노해줄 친구가 간절했다.  나라는 사람은 어쩌자고 혼자서 여기까지 와서 보고 싶은 사람들을 그리워만 할까 내 선택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 날이 더워지니 캄보디아 친구들이 보고 싶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한낮 더위에 얼음 가득한 사탕수수 음료를 나눠 마시던 친구. 몸이 아파 누워 있을 때 보보(죽)를 사다 챙겨주던 친구. 무심한 나보다 내 가족의 안부를 더 자주 물어주던 친구. 때때로 딸처럼, 동생처럼, 언니처럼 살펴봐주던 캄보디아 친구들이 그립다. 서울 생활이 팍팍하고  거칠어질수록 그들의 잔잔한 웃음기와 마음씀이 그립다. 지금 생각하면 다시는 받지 못할 사람들의 온기를 최선을 다해 누린 것만 같다.(다시 받지 못한다 생각하니 서글프다.) 보고 싶다는 말이 부족하게 보고 싶다. 곧 뜨거운 여름이 오긴 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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