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보고 싶은 캄 친구들
# 보고 싶은 쏨낭에게
한국에 오고 캄보디아 생각이 날 때마다 쏨낭소식이 무척 궁금했어.
프놈펜에 있었으면 소식 주고받기가 어렵지 않았을 텐데 따께오라 그런지 연락도 쉬이 되지 않고 건너 건너 안부를 묻다 보니 보고 싶음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지더라고. 쏨낭- 내가 벌써 한국에 온지 4개월이나 돼가.
캄보디아에서도 뜨거운 더위였는데 요즘 한국은 그때 만큼이나 더워.
따께오였으면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도 불고 시야도 뚫려서 답답하진 않았을 텐데 서울은 좀 답답하네.
쏨낭네 아이들은 잘 크고 있어? 싸코다 키가 좀 컸으려나. 둘째도 셋째도 쑥쑥 컸을 것 같고 다들 너무 보고 싶다. 아이들이 날 잊진 않았겠지? 애들이 까먹지 않게 자주자주 내 얘기해줘. 나중에 만나서 낯설어하면 되게 서운할 거 같아.
프놈펜과 따께오를 오가며 지낼 때 보고 싶으면 볼 수 있고 소식을 묻거나 같이 장을 보고 밥해먹고 산책을 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렇게 물리적으로 멀어지니 나에게 언제 그런 시간이 있었나 싶어. 따께오에서 쏨낭에게 의지 하며 보낼 때, 늘 폐 끼치는 건 아닌지 미안했어.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아낌없이 배려해 주었던 마음 기억하고 있어. 한국에 와서 사람들에게 치이고 속상한 일이 생겨 속이 좁아질 때마다 쏨낭 생각이 더 많이 나. 쏨낭이 날 그렇게 배려해 주고 내가 그런 배려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데 당연하게 받기만 한 거 같아. 누군가를 배려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배려가 아니라 상대방을 생각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기껏 배려한다고 했던 것들이 나를 만족시키는 배려가 아니었나 반성하고 있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인 쏨낭 곁에서 지내면서 많이 놀라고 여러모로 생각도 바뀌기도 했어. 각각의 위치에서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쏨낭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가족 외에 이웃들까지 품어내는 능력에 감탄하기도 했어.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 그 안에서 중심이 흔들리지 않은 채 적당한 균형을 잡고 따께오 살림을 척척 꾸려내는 모습이 근사했어. 내 곁에 쏨낭같은 사람이 있다는 게 감사할 정도로. 변변치는 않지만 누군가의 딸로 살아내는 나를 응원해주리라 믿어.
따께오에 처음 방문했을 때, 별 보여주던 밤 기억나? 그땐 말도 안 통하고 낯설어서 방안에 일찍 들어가 깜깜한 방에서 눈만 껌벅이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날 불러 밤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을 보여줘서 긴장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어. 그렇게 여럿이서 빙 둘러 앉아 고개를 젖히고 별을 보던 그 날 밤부터 여러 날 부대끼며 지냈던 날들처럼 우리 또 그렇게 서로에게 촘촘한 기억들이 되자. 쏨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