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신호에 대하여.
'사랑 신호'에 대한 질적접근(직관적, 주관성)과 양적접근(숫자, 과학적,객관성)을 바탕으로 비교하려고 합니다. 우선 체계적인 분석보다는 직관적인 영감에 이끌려 이 글을 쓰게 되었음을 밝힙니다. 작품을 모두 두세 번 정주행하거나, 프로그램 덕후는 아니어서 세세한 부분까지 비교하고자 한 것은 아니니 너그럽게 봐주세요!
우선 홈페이지 소개글을 바탕으로 각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다.
썸만 타며 애태우는 청춘 남녀들을 위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하트시그널이 밝혀진다!
무한한 썸을 타는 공간 '시그널 하우스'를 찾아온 청춘 남녀들의 짜릿한 동거 이야기! 야릇한 눈빛과 본능적인 몸짓들 속에서 은밀하게 오가는 하트시그널!
숨겨진 시그널을 찾아내는 가장 흥미로운 러브 서스펜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시그널의 신세계!
2017.06.02 ~ 2017.09.01 (13부작)으로 시즌 1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18.03.16 ~부터 시즌 2가 방영 중에 있습니다. 같은 룸에서 남녀가 함께 생활하고 그 모습을 연예인 탐정단(?)이 추리하며 진행됩니다.
이론상 완벽한 만남을 뜻하는
연애 과학 연구소 P.O.P (프로젝트 온 페이퍼)가 문을 열었습니다.
첫인상에 낚여 잘못된 상대와 힘든 연애를 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희 P.O.P에서는 상대와 첫 만남을 가지기 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과학적인 실험과 각 분야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이론상 완벽한 상대를 찾아 주는 미래형 SF 커플 매칭 프로젝트를 실시하려고 합니다.
2017.11.10 ~ 2018.01.12 (10부작)
다양한 질문들이 제공되고,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과 반응을 과학적으로 분석합니다. 감정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 데이터를 변호사, 정신과 의사 등의 연구팀이 분석합니다. 또 연예인 MC들도 한몫 거들죠.
시간 흐름상으로 보면 [하트시그널 시즌 1] -> [이론상 완벽한 남자] -> [하트시그널 시즌 2]인데요. 살을 덧붙이면... (같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남녀의 행동을 전제로.) 연예인 탐정단의 '촉'을 바탕으로 한 질적 탐색을 통해 사랑을 추리한 [하트시그널]을 보고, 반기를 들며 감정인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양적 탐색을 통해 사랑을 추리하고자 한 시도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 이후에 또다시, 거의 같은 포맷으로 역시나 사랑은 '촉'이지!!라고 하면서 시즌 2를 두둥!
연예인 판정단은 모두 동일하다고 봤을 때, 차이는 그들이 얻는 정보입니다. 단순화해서 보았을 때, 이미지(맥락)로 얻는 정보와 숫자로 얻는 정보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추후 결과에서는 해석이 덧붙여지겠지만, 이미지는 그 정보 자체만으로도 더 많은 해석이 개입된다고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하트시그널]에서 눈을 찡그린 표정을 보고 화가 났다고 추측한다면 [이론상 완벽한 남자]에서는 불쾌지수 85라는 숫자를 보고 판단합니다. 여기서 '눈을 찡그린 표정'은 토론의 대상이 됩니다만 '85'라는 숫자는 토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연구 방법 면에서도 굉장히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하트시그널]은 한 공간에 사람들을 풀어놓고 그들의 자연스러운 생활을 관찰합니다. 생활 속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일어나는 반응들을 보는 것이죠. [이론상 완벽한 남자]는 매우 통제된 상황 속에서 실험(?)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봤을 때, [하트시그널]이 좀 더 인간적(?)이고 정이 가는 프로그램이고, 사람은 역시 만나봐야지 ~, [이론상 완벽한 남자]는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얼굴도 보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어?라고 혀를 내두르는 분들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경험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데이터에 의지한다는 해석도 많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상처받기 싫어하며 조금도 손해 보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효율성'이란 이름 아래 남(데이터)에게 판단을 맡겨버린다는 것이죠.
물론 일리 있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각도를 달리하여 영화 <살인의 추억>의 두 형사를 떠올려 볼까요?
자신의 직관을 믿는 송강호와 객관적 증거를 믿는 김상중. 이렇게만 비교해봐도 혼란스럽습니다. 더 '믿음직'스러운 것은 어느 것인가요?
여러분은 감정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한 '거짓말 탐지기'와 베테랑 범죄심리학자의 인터뷰 해석 중 어느 것을 믿으시겠습니까?
내 배우자(남자와 여자 모두)의 외도에 관한....'정서적 믿음'과 '유전자 검사' 중 어느 것을 믿으시겠습니까?
논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한 관찰과 기록으로 이루어진 '질적 연구방법론'과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진 'SPSS 통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양적 연구방법론' 중 어떤 연구결과에 더 믿음이 가시나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은 주관성을 따르면서, 다른 결과물에서는 객관성을 찾는 모순을... 우리는 많은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데이터는 그렇다고 하고, 이제 '나'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본인이 인식한 감정과 분석된 데이터의 차이, 예를 들어 '화가 났다'는 본인의 인식과 '불쾌지수'라는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반응하시겠나요? 어디에 더 비중을 두시겠나요?
그렇게 따졌을 때, 저 상대방이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주변 분위기나 상황, 외모와 같은 복합적인 요소 때문에 판단이 흐려진다면 그것은 옳지 못한 선택을 유발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모든 것을 통제한 상황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선택에 가깝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미 복합적인 상황과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런 실험도 불규칙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져야 더 진정성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상황과 맥락은 아주 자주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다면....)
물론..... 양적인 접근과 질적인 접근이 모두 균형 있게 이루어지면 좋겠죠.
이 둘이 같은 방향을 나타낸다면 그보다 더 반가울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 않기에 비중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TV를 보다 문득 들었고, 이렇게 적어 보았습니다. 나의 '하트시그널'에 좀 더 귀 기울이고, 다른 사람의 '하트시그널'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이렇게 의미를 찾을 때 '미디어'는 더욱 풍요롭게 다가온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428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