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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자기 개발의 정석(임성순)

진정한 자기계발의 의미에 대하여

by 이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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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개발의정석 #임성순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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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전립선염으로 고생하는 중년 남성의 에로틱한 자기 개발 이야기

*감상: 소중한 전립선..........

*추천대상: 기러기 아빠들

*이미지: 아네로스

*내면화: 나의 자기개발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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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묘한 얼굴과, 제목에서는 전혀 떠올릴 수 없었던 내용의 이야기.

외로운 기러기 아빠 주인공이 전립선염으로 병원을 찾고, 치료법을 통해 (드라이)오르가즘을 느끼고, 허전한 삶이 변화하는 이야기. 파격적인 묘사와 유쾌한 문체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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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개발서(자기계발서)'의 특정 형식과 내용 때문에 그러한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때 유행했지만, 지금은 한물 간 성공 시리즈로 한정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아가서 '자기계발'이란 말에 대한 호불호도 심하다.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일부러 피하는 느낌. 하지만 스스로를 계발하는 것은 성장의 관점에서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고, 어떠한 장르의 책이든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면 '자기계발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의미를 갖고 있듯이, 책도 그렇다고 본다. 특정 장르에 대한 무차별적인 편견과 혐오는 위험하다. 장르, 카테고리의 분류는 절대적이지 않다. 편의를 위한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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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 중년 남성의 '자기계발'은 외국어를 공부하고, 컴퓨터 학원에 가고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변태같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자신에게는 가장 필요한 방법으로 스스로에게 투자한다. 함부로 더럽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란 책을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고 하는 그 행동이 자신에게는 획기적인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의미의 오르가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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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빡쎈 공부와 같은 성공을 향한 '자기계발'의 삶을 살아왔던 주인공, 그가 믿었던 '정석'은 모래성과 같았다. 충실히 정도를 걸어왔지만 그것이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았으니까. 결핍을 채워주는 오르가즘을 통해 진정 자신을 위한 '자기계발'로 의미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진정한 '자기계발의 정석'을 찾은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장님만의 자기계발을 응원한다. 나도 나에게 맞는 '자기계발'을 꾸준히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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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오래 새기는 방법 중에 하나를 실천으로 꼽는다. 그래서 책에 있는 것 중 작은 거라도 실천에 옮기고자 노력한다. 유발 하라리 작가의 책을 읽고 '명상'을 시도해보고, 가족 책이 나오면 엄마에게 연락해보고 하는 그런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나의 전립선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겠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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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국립국어원> 자기계발 vs 자기개발

'개발’은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함.'의 뜻을, ‘계발’은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의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러한 뜻을 나타내는 '개발'과 '계발'을 비슷한말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발'과 '계발'의 뜻을 고려하여, '자기 개발' 또는 '자기 계발'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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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라니까. 뿐만 아니라 공간에 가구를 바꿔도, 없던 걸 들여놔도, 카펫 같은 걸 바꿔도 룸 톤은 미세하게 달라져요. p.19


- 목표를 정해 놓고 그것을 향해 줄달음치는 것이 이 부장의 삶에 대한 태도였고 미덕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창피하긴 했지만 , 이부장의 일상에서 몇 안 되는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전립선을 좀 더 소중히 대하기로 했다. p.62


- 이 부장은 가슴이 먹먹했다. 아이가 조숙하고 이기적으로 보일 정도로 세상에 대해 계산이 빠른 것은 자신 탓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정석을 씹어 먹는 마음으로 매달려 성취할 삶이란 것이 지 아비처럼 10점 만점에 3.21 정도의 행복뿐일 것만 같아, 더더욱 가슴 아팠다. p.109


- 물론, 그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갔고, 일은 굴러갔다. 하지만 부장 정도가 되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정말 두려운 일이라는 걸. 자신이 없어도 회사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을 인정하면 그동안의 헌신이 다 무엇이었나 싶었다. 그러나 이런 허무함도 그의 부하 직원들이 이 부장 역시 대체 가능한 무언가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었다.


-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안정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한 노력 위에 서 있는지를. 그리고 남편이 어라만 주눅 든 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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