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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니콜라마티외)

시스템 속 상실과 성장

by 이승화

#그들뒤에남겨진아이들 #니콜라마티외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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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이방인들, 그 2세대인 사춘기 청소년들의 뜨겁고 텁텁한 이야기

*감상: 강렬하다, 씁쓸하다.

*추천대상: 질풍노도이신 분

*이미지: 다문화, 꺾인 날개, 오토바이

*내면화: 나의 사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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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했던 하얀 벽돌은 성장소설, 사회소설, 다문화소설, 야설... 등등의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어서 이리 두꺼웠던 것이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들다.

두꺼웠지만 묘사가 장난 아니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영화의 거친 청소년들이 생각나는 강렬한 성장기의 모습들.

술, 싸움, 마약, 오토바이, 섹스, 주먹..... 다 그려진다. 떠오른다.

슈퍼 모범생이었던 나와는 거리가 멀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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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정신 못 차리는거야?" 라는 생각으로 비행 청소년들의 일상을 따라가다보면, 중요한 것을 알게 된다. 이들에겐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

이방인으로서 소외받은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소외'도 이어 받는다는 것을.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닥파닥 뜨겁게 살아 숨쉬는 모습이 조금은 애처로웠다. 뜨거운데... 뜨겁기만한... 해소되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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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그들', 이방인 1세대, 부모님들의 모습도 마음이 아팠다. 고생만 했던 우리 부모님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억눌려 살아야 했던 그 시대의 삶. 그냥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밖에 몰랐던 그 삶. 자유와 인권의 나라라는 프랑스도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문화적 위계, 그 속모습. 그러다 가족한테도 버림받는 쓸쓸한 노년, 투박한 남자에게 찾아온 쓸쓸함과 후회. 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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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묘하게 이어지는 그 붉은(?) 악마 느낌도 오래갈 것 같다. 광란의 2002년 월드컵을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들과 청춘들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 술도 마약도 싸움도 오토바이도 다 싫어하지만, 이 앙토니와 하신에게는 애정이 간다.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조금이나마 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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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 그런데 지금 진차에 빠진 듯한 이 기분, 하루하루 감옥에 갇힌 것만 같은 이 기분은 도대체 뭐지. p.211


- 생각해보면 아이러니였다. 아버지 세대의 남자들은 일자리를 찾을 수 없을뿐더러 생활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조국 모로코를 등졌다. 그런데 이제 그곳이 약속의 땅이요, 프랑스에서 저지른 악행과 징크스들을 씻어 주는 완벽한 고향으로 둔갑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따! p.287


- 실망은 소년을 또 다른 종류의 열정으로 이끌었다. 삶에서 모든 것은 점점 작아지다가 결국 우리의 손을 벗어나 먼지가 되어 버리므로, 소년은 부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금전적 이익만이 유일하게 죽음을 뒤로 미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삶의 손실 앞서 소년은 분노를 축적했다. p.290


- 하신은 죽음과 풍요로움이라는 극단적인 두 가지 감정을 가까스로 추슬렀다. p.296


- 지금 생활이 아무리 안락해도 처음에 온몸으로 겪은 가난의 흔적을 지우기엔 역부족인 듯했다. 그것은 어디서 올까? 직장에서 경험한 분노, 사회적으로 미천하게 간주되는 일들, 소외, '이민자'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을까? 아니면 아무도 자발적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무국적자 신세? 왜냐하면 이 아버지들은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강, 박봉, 존중받지 못하는 처지, 자녀들에게 물려줄 변변한 유산 하나 없는 뿌리 뽑힌 사람들이라는 균열 사이에 간신히 그리고 여전히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운명은 자녀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원통함과 경멸을 물려주었다. p.429


- 미성년은 이처럼 모호한 미덕을 지녔고 그로 인해 보호받았으나 끝나기가 무섭게 그때껏 한번도 상상해 보지 않은 잔인한 세사잉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의 행동이 현실이 되어 얼굴을 강타했고, 두 번쨰 기회는 오지 않았으며, 사회는 더 이상 인내심을 보여 주지 않았다. p.479


- 이 년 전부터 앙토니는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절반쯤 코마 상태로 잠들어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더러 보았다. 더러운 베갯잇, 활짝 벌어진 입, 죽음 같은 잠. 어떻게 보면 한 편의 연극 같았다. p.479


- 우리는 사랑하고 죽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것도 지배하지 못한다. 도약도 끝도 우리의 힘 밖에 있다. p.576


- 생생한 관찰의 결과


- 그다음부터 엘렌은 전남편을 떠올릴 떄면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말하지 않았다. 추억은 동전처럼 무너져 내렸다. 엘렌은 추억들의 순서를 맞추었고, 자기 편의에 맞게 이야기들을 재구성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두 사람에게는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 넌 어쩜 그렇게 네 아빠랑 똑같니. 칭찬이 아니었다. 앙토니는 자랑스러워 했다. p.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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