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의 구성 요소: 패널과 사회자
독서토론의 구성 요소인 책과 사람 중에서 저번 시간에 '책'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사람'을 패널과 사회자로 나누어 이야기하겠습니다.
다음은 독서토론을 함께할 사람들입니다. 2시간을 생각했을 떄 인원은 보통 4~8명을 적당한 수로 봅니다. 인원이 적으면 1인당 발언 시간이 확보되면서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는데는 한계가 있죠. 반대로 인원이 많으면 1인당 발언 시간이 줄어들어 표면적인 이야기에 그칠 수도 있으나,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토론의 방향성에 맞게 인원을 조절하여야 합니다.
토론 구성원의 남녀성별, 나이, 직업군 등의 특징에 따라 나누는 대화의 내용과 폭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경우는 인지발달의 차이를 고려하여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토론은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균형잡힌 토론을 위해서는 한 쪽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성인들의 경우에도 특정 나이대를 정하거나, 직업군을 한정하여 관심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토론하고자 하는 모임도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다양한 연령대, 성비를 조절하여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경우도 있으니 토론의 성격과 컨셉에 따라 고려해야할 사항입니다.
- 20~30대 청춘 독서모임 .
주부 독서모임 / 교사 독서 모임 / 간호사 독서 모임
토론 구성원의 준비도도 모임 진행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정된 도서를 다 읽지 못한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어느 정도로 배려해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합니다.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에 소외되는 참여자가 생기거나, 대화가 주제를 벗어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약본이나 관련 자료를 제공해주거나, 모임 시작 전에 책을 함께 훑어보며 내용을 점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토론의 질을 위하여 최소 2주 정도의 선정 도서 읽는 시간을 확보해주고 꾸준히 관리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책도 중요하지만 토론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구성원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진입 장벽으로 완독하지 못한 사람은 참여하지 못하는 규칙을 만들어 놓은 모임이 있는 이유입니다.
토론이 재미있어지는 것도 사람 덕분이지만, 많은 독서토론 모임이 힘들어하는 것도 사람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해왔고, 그것은 책 한 권, 몇 번의 토론으로 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예민한 주제들은 더욱 견고합니다. 궁극적으로 토론 모임에서 모든 다양성을 품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그래서 토론 규칙 및 운영 규칙을 명문화하여 개인과 개인간의 갈등을 조율하고자 노력합니다. 모임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구성원을 제한하여 정하고, 안정화된 이후에 구성원의 폭을 넓히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지막 사회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사회자의 역할도 다양하게 나눌 수 있지만 주로 발제를 통해 나눌 이야기를 준비하고, 토론 과정을 진행하고 조욜합니다. 사회자가 권위를 갖는 경우 도서 선정부터 토론의 큰 기획까지 담당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전담해서 진행하기도 하고, 사회자 역할을 돌아가면서 맡기도 합니다. 모두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은 좋지만, 사회자의 진행 역량에 따라 토론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사회자가 발제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우선 순위’입니다. 여러 가지 질문을 만들고 상황을 준비해도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토론은 변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다양하게 확산되기도 하고 샛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이것 또한 토론의 매력이기 때문에 완벽히 통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준비된 발제를 다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연한 태도와 함께, 넘어가도 될 것들과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미리 정리해두어야 합니다. 그러한 우선 순위가 한없이 삼천포로 빠지다가도 독서토론의 발제로,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결국 독서토론이니까요.
발제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취합하는 방법을 이용해도 됩니다. 한 명 당 하나씩의 질문만 만들어도, 5개 이상의 질문들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이럴수록 더욱 중요한 것이 우선 순위,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 있겠죠.
충실히 발제를 하고 준비를 해도, 실제 토론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과 같이 예상하기 힘듭니다. 그 순간순간 상황을 적절하게 조율하며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많은 경험이 필요하기도 하죠. 저는 사회를 볼 때 나름의 롤모델을 정하라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직접 경험이 적으면 간접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죠. 자주 나오는 진행자 분들은 손석희, 유재석, 신동엽, 유희열 등이 있습니다. 토론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공정함과 날카로움을 바탕으로 사회를 보는 손석희, 상대방을 배려하며 진행하는 유재석, 순간순간 재치있게 개임하고 웃음을 이끌어내는 신동엽, 조금은 부족해보이지만 경청을 토대로 대화를 조율하는 유희열. 다들 유명한 사회자이지만 각자의 특색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을 머릿속에 그리고 진행하면 도움이 됩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나가는 것이죠.
선정 도서, 모임의 분위기에 따라 역할을 다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드럽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와 유머러스하게 분위기를 조절할 때, 날카롭게 이야기를 매듭지을 때 등 상황에 따라 적절한 개입을 하는 것이죠. 모두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기본 바탕으로 골고루 발언권을 갖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그래서 말수가 적은 사람들은 한번씩 발언권을 지정해주고, 투 머치 토커에게는 살짝 주의를 주는 것이죠. 특정 주제에 따라서는 한 쪽 입장으로 의견이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진행 과정 속에서 챙길 것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토론 참가자의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의견 대립이 있어도 그 자리에서 잘 풀 수 있도록, 감정이 상하는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의견이 오고 갔어도, 생각의 교류를 나누었어도, 기분이 상한 상태로 마무리 지으면 안 좋은 기억만 남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독서토론 자체에 대한 나쁜 기억이 지속적인 참여를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뜨거운 토론 이후에도 유종의 미를 잘 거두도록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