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화 Apr 24. 2020

미디어 리터러시, 무엇을 배우는가

접근하고 이해하고 비판하고 활용하고 만들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키우는 것일까요? 새로운 미디어 활용 능력을 배운다고 하면 디바이스나 유틸리티를 다루는 능력을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사실 이는 새로운 미디어를 받아들일 때 어느 정도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처음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보급되던 시절, 학교나 학원에서는 컴퓨터 자판 치기를 가르쳤습니다. 자판 연습을 위한 타자 게임도 많이 활용됐죠.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컴퓨터 선생님은 ‘베네치아’라는 타자 게임을 일정 스테이지까지 통과하라는 과제를 내주기도 하셨습니다. 중학교 때는 수업 시간에 이메일 보내기, 문서 작성 등 인터넷과 유틸리티의 기본 활용법을 배웠습니다. 당시 흔하게 볼 수 있던 사설 컴퓨터 학원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가르치곤 했는데요. 초등학생들도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죠. 하지만 지금도 컴퓨터 교육은 다른 방향으로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포토샵, 프리미어 등의 편집 프로그램, 컴퓨터 언어, 3D, 코딩 등 보다 전문적인 영역으로 세분화되었을 뿐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영역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는 굉장히 포괄적이기 때문에, 학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 중에 있지만 거시적으로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미디어에 대한 접근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과거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책이나 신문에 담긴 수많은 정보에서 소외되었듯이, 현대의 다양한 미디어에 접근하지 못하면 그만큼 해당 미디어를 통해 오가는 정보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 개학을 통해 계층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정만이 나오는 이유죠. 특히 디지털 미디어의 경우 각종 디바이스나 플랫폼의 활용법, SNS 이용법 등을 알아야 접근이 용이합니다. 환경이나 문화적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진입장벽이 두터울 수 있죠. 따라서 PC,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여러 미디어의 활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기본 전제가 됩니다. 


한국은 비교적 일찍부터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어 디지털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요즘의 아동과 청소년은 대부분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미디어에 친숙해져 있으므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는 이 과정을 생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친근함이 역으로 ‘미디어 중독’ 문제를 불러 일으킵니다. 주체적인 ‘접근 능력’은 스스로 사용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향에서 교육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다음 단계는 미디어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를 파악하고, 그 안에 담긴 주제나 메시지를 이해하며 즐기거나 감동하는 등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것을 통합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입니다. 기호, 연출, 음악 등 미디어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표현 방식에 대한 이해는 물론, 주제와 사회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까지 필요합니다.

이해와 수용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은 표면적인 이해를 넘어 능동적이고 비판적인 이해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과거 미디어가 귀하던 시대에는 경전, 성경 등 책에 쓰여있는 내용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고 사유의 바탕으로 삼았지만, 오늘날은 미디어를 통해 들어온 정보라도 한 번쯤 의심해보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어릴 때부터 미디어를 받아들여온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미디어를 자연스럽게 여긴 나머지 그 내용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에서 본 유해한 행동을 무분별하게 따라하거나, 미디어의 내용을 무조건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미디어 접근 능력은 있지만 미디어 이해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부터 학교에서는 TV 광고나 만화, 드라마 등을 대상으로 비판적 읽기 교육을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사건들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왜곡된 정보나 악의적인 소문이 대중에게 실질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뉴스 리터러시’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사실 보도 그 자체도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지만,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판을 치고, 가짜뉴스에 많은 사람들이 휘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사에서도 광고나 시청률 확보를 위해 자극적이거나 편향된 보도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과 집단간 혐오가 큰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신뢰도 높은 ‘뉴스’라고 하더라도 거리를 두고 검증하는 자세가 필수가 되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파급력이 크고 광범위해진 오늘날은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내용뿐 아니라 미디어 자체의 특성과 영향력에 대한 교육 또한 필요합니다. 미디어 특유의 특성을 이해하면,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들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고는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활용합니다. 또 많은 미디어들은 이러한 광고비를 주 수익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런 미디어의 특성을 이해하고 미디어를 대하면 좀더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의 특징, 영화의 특징, 만화의 특징 등을 파악하여 보다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일방향 미디어 시대에서 쌍방향 미디어의 시대로 변화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점점 중요성이 커져가는 것이 미디어를 활용한 소통 능력입니다. 과거에는 댓글에 중점을 두어 ‘악플’을 경계하고 ‘선플’을 장려하는 활동을 많이 진행했습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죠. 댓글의 영향력은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 서로 상처받지 않는 건강한 소통의 중요성도 지속적으로 강조됩니다. 온라인 소통에 익숙해질수록 경계심이 줄어들며 오프라인 소통과 연계되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나아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많은 정보들이 생성되고 있고, 그 유용한 정보들을 나의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능력입니다. 업무 능력 및 학습 능력 향상에도 꼭 필요합니다. 점점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꼭 챙겨야 할 주의사항도 점검해야 합니다.

초연결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SNS의 영향력은 날로 확대되어 가고, 이를 바탕으로 한 소통도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정치 영역까지 활발히 뻗어가고 있습니다.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 정책을 집행하는데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죠. 여기서 댓글조작, 실시간 검색어 조작 등 다양한 문제도 노출되었습니다. 이에 현혹되지 않는 합리적 소통과 정치 참여 방식도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꼭 챙겨야 할 소양입니다. 경제적으로도 SNS 마케팅은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영세 자영업자부터 대기업까지, SNS를 활용한 홍보와 고객과의 소통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고객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소비자의 권리를 찾게 된다거나, 제품 구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바람직한 소통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를 창의적으로 제작하는 능력입니다. 오늘날의 미디어에서는 작게는 댓글을 달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1인 방송을 제작하거나 자신의 콘텐츠를 연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영상 촬영 기법, 편집 기법 등의 제작 기법과 SNS 마케팅 방법, 채널 운영 방법 등이 미디어 교육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분야에 따라 다양한 교육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자신이 창작하는 콘텐츠의 의미와 파급력을 이해하기 위한 교육입니다. 또한 창조뿐 아니라 공유하는 것도 미디어 공급의 일부이므로, 이에 대해서도 의미를 이해하고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 문화의 특성상 더 많은 조회수,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남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배포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초적인 저작권 교육, 정보의 출처 확인과 표시 방법,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책임, 커뮤니티 매너 등 소통의 기본 태도에 대한 교육과 문화 조성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준비가 된 상태에서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구성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는 적은 비용으로 창의적 인재의 길을 열어주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만의 꿈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꾸준히 제작한 콘텐츠는 나만의 포트폴리오가 되고, 퍼스널브랜딩의 기반이 됩니다. 수익성을 담보한 직업으로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죠.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새로운 진로교육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간략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미디어가 변화하면서 교육 내용도 앞으로도 계속 변화하겠지만, 항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바탕에는 읽고 쓰기의 즐거움이 있어야 합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전에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이나 할 부분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결국 미디어 리터러시는 더욱 발전되고 열린 환경에서 즐기는 ‘읽고 쓰기’의 연장선상입니다. 이해하고 마음껏 표현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주체적으로 사유하고 표현하는 즐거움을 알고 더 좋은 방향으로 계속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역동성을 파악하려면 감수성과 호기심이 필요합니다. 미디어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감수성은 우리를 미디어 읽기로 이끄는 동력입니다. 우리는 미디어를 보고 수시로 감동하기도 하고 불편해하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감정들이 미디어를 즐기게 하는 것이죠. 재미와 몰입을 느끼면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깊어질 뿐 아니라, 주변과 반응을 주고받거나 제작자에게 피드백을 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하게 됩니다.


이어서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는 많은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왜 불편했을까? 왜 비슷한 내용인데 어떤 것은 감동적이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을까?’와 같은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호기심이 그 미디어를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집니다. 나아가, ‘같은 장면을 위에서 촬영했다면 어떨까?’, ‘내가 저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같은 마음으로 이어져 창조성도 기를 수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포함된 궁극적 의미 중 하나가 미디어를 활용하고 제작하는 능력인 것도 이러한 이유죠. ‘읽고 쓴다’는 것은 ‘수용하고 제작한다’, ‘소비하고 생산한다’는 말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할 미디어에 대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유연하게 수용하며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태도를 키우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출처: <미디어 읽고 쓰기> 이승화 / 시간여행


매거진의 이전글 주체적 태도, 비판적 사고 기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