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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Apr 24. 2020

미디어 알아보기: 책, 가장 오래된 미디어

가장 오래된 미디어, 책

    


책은 가장 오래된 미디어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권위가 있고,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원래 책이란 책의 형태, 즉 종이를 묶어 내용을 담은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글 위주로 된 서적은 물론 그림책, 화첩, 팝업북 등 다양한 콘텐츠를 포함했죠. 


그런데 전자책, 오디오북 등이 등장하면서 책의 정의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굳이 종이에 인쇄되지 않더라도, 완결성 있는 체제를 갖추어 글과 그림으로 지식과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콘텐츠는 책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서는 글을 중심으로 하여 저자의 지식과 생각을 전달하는 미디어를 책으로 정의하겠습니다.      

책을 나누는 카테고리는 다양합니다. 크게 보면 소설, 시, 희곡, 에세이 등의 문학과 그 외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인문, 교양, 실용 분야, 그리고 전문서와 학습서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간단히 소설과 비소설로 나누어 알아보겠습니다.     


소설은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갖고 있죠. 소설의 3요소로 문체, 구성,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구성의 3요소로 인물, 사건, 배경을 포함합니다. 조금 딱딱해보이지만 이러한 기준의 분석에 따라 여러 장르로 구분되곤 합니다. 소설가는 특정 배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어떤 사건을 겪는 구성을 통해 이야기의 주제를 전달합니다. 거기다 이것을 어떤 문체로 전달하는지도 중요하죠. 이런 이야기의 구조는 다른 미디어에서도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소설의 맛은 이 문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니까요. 문체의 매력을 잘 모르는 분들도 번역본을 읽을 때는 그 차이를 실감하곤 합니다. 세계명작과 같이 출판사마다 여러 번역본이 나온 작품은 비교도 많이 되죠. 직역과 의역을 넘어 같은 내용도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와닿는구나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어떤 분들은 어차피 ‘가짜’인데 왜 소설을 읽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허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는 말이 함께 떠오릅니다. 진짜 일어났던 일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죠.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커튼>이란 책에서 “소설은 커튼 안 삶의 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소설은 보여주고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것은 삶에 진실에 우리를 한발짝 더 다가가게 해줍니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새로운 인물을 통해서 대리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뿐인 인생에서, 여러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경험이니까요.     


소설 못지않게 대중에게 많이 읽히는 책이 에세이입니다. 에세이는 수필, 서간집, 기행문, 자서전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주로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는 데에 목적을 둡니다. 그 안에서 지식을 공유할 수도 있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에세이는 자유형식의 글로 다루는 소재도 광범위하고, 자기고백적인 성격으로 저자의 생각이 직설적으로 들어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장르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많습니다. ‘인문에세이’, ‘역사에세이’, ‘철학에세이’와 같이 지식 정보를 부담없이 전달하는 의미로도 많이 활용되죠. 그만큼 독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입니다. 요즘은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운 힐링 에세이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유연한 장르로서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문학적인 글 외에는 크게 설명하는 글과 주장하는 글로 나눕니다. 어떤 정보를 전달하거나 주장을 통해 설득하고자 하는 글이죠. 그래서 객관적인 정보나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탄탄하게 이야기를 구성하려고 노력하죠.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 뚜렷한 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를 하거나, 교양을 쌓거나, 지적 욕망을 채우는 것이죠.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100% 객관적인 텍스트는 없습니다. 최신 연구에 따라 기존 상식이 뒤집히기도 하고, 같은 사실도 학계별로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구’를 전제로 하는 문학과의 차이점은 사실에 가까운 정보를 전하려고 하는 노력, 설득하려고 하는 그 노력에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가장 오랜 기간, 많은 정보를 쌓아온 것이 책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가고, 인터넷 검색으로 충분하지 않은 자료들을 책을 통해 확인합니다. 인터넷에 있는 단편적인 정보를 넘어, 책은 구조화된 지식의 총체로서 완결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디지털 시대에도 독서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며 교육을 하는 것이죠.     



가장 오래된 미디어인 책도 꾸준히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부담없이 출판할 수 있는 독립출판 시장의 형성은 자유로운 주제를 통해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판을 전제로 하지 않은 웹소설은 새로운 장르성을 보여주며, 꾸준히 독자층을 확보하고 기존 작가들도 흡수하고 있으며 다양한 미디어의 원작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와 만난 전자책을 시작으로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월 정액제로 노래를 무제한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책도 그런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죠. 연예인이나 전문 성우가 녹음한 오디오북, 책의 내용을 채팅으로 재구성한 콘텐츠, 북튜버들을 활용한 책소개, 온/오프라인 북클럽 등. 책이란 콘텐츠를 넘어 ‘경험’과 ‘취향’을 팔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책이 너무 가볍게 소비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나,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유의미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미디어 읽고 쓰기> 이승화 /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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