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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Apr 24. 2020

미디어 알아보기: 영화, 상업성과 예술성

상업성과 예술성의 조화, 영화

영화는 영상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미디어입니다. 스크린 상영을 전제로 하여 발달했기 때문에, 특정한 시간 안에 서사가 완결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보통 대중영화는 1시간 반~2시간 반 사이의 러닝타임을 갖지만, 15분 이하로 구성되는 단편영화나 4시간 이상 상영되는 긴 영화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주어진 시간 안에 인물과 배경, 서사 모두를 압축적으로 집어넣어야 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오랜 역사만큼 고도의 연출 기법을 발달시킴으로써 한정된 시간에 굉장히 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사와 사건으로 전달되는 스토리 외에도 연출, 미술, 음악 등을 통해 전해지는 내용이 많죠. 이런 요소들을 읽어내는 것 역시 중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입니다.  



책에서 문체를 이야기하듯 영화에서도 ‘영상 필체’가 있습니다. 촬영 기법부터 조명, 미장센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계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의 렌즈라는 프레임은 한정된 시야를 담아내기 때문에 다양한 효과를 의도적으로 낼 수 있습니다. 


카메라 각도를 예로 들면, 대화하는 인물을 촬영할 때 인물을 가까이에서, 얼굴이 잘 보이게 촬영하면 시청자는 인물을 더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낍니다. 또 먼 거리에서 찍으면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죠. 아래에서 올려다 찍으면 대상이 더 위엄있게 보이고, 위에서 내려다 찍으면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카메라 각도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죠. 또 연출 기법 중에는 ‘오버 더 숄더 쇼트’라고 해서 카메라의 바로 앞에서 등지고 있는 다른 인물의 머리와 어깨를 포함하여 화면에 잡는 방식도 있는데요. 답답하게 왜 이렇게 보여주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화면을 통해 시청자는 두 인물의 관계성을 느끼게 되는 식이죠. 굉장히 섬세한 작업입니다. 


미장센이라는 말도 익숙합니다. 미장센mise en scene은 ‘장면 속에 무엇인가를 놓는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소품 하나, 배우의 위치 등 모든 것을 다 감독이 구성한 작품으로 보는 것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방해되는 것은 프레임 밖으로 치우고 어울리는 것은 가져옵니다. 책장을 배경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때도, 책장에 어떤 책이 꽂혀있는지 신경쓰입니다. “나 이런 책 읽는 사람이야” 라는 마음과 함께 의도적으로 책을 재배치하기도 하죠. 그렇게 프레임 안을 재구성하여 어떤 의도를 담아내는 것입니다. 감독이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독자에게는 해석의 재미를 안겨주는 요소입니다. 작품을 꼼꼼하게 보고, 두 번 세 번 보면 많은 보물들을 찾을 수 있고, 이는 작품을 이해하는 생각의 근육을 키워줍니다.     


몽타주(Montage)라는 말은 들으면 경찰서나 미술시간이 떠오르곤 합니다.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자료를 합성한 용의자의 얼굴사진이나, 이것저것 오려서 붙여 작품을 만들던 시간 말이죠. 프랑스어 ‘montor(모으다, 조합하다)’에서 온 말로 이것저것을 오리고 붙이며 재구성하여 창조적인 의미를 만드는 것으로  편집(editing)과 함께 사용됩니다. 미장센이 하나의 쇼트에 담긴 의미를 이야기했다면, 이것은 연속성을 통해 의미를 담습니다. 예를 들어 한 소년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여준 다음 시험지를 보여주면, 우리는 ‘시험을 잘 보았구나’ 라는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면 ‘사랑에 빠졌구나’라는 또다른 의미가 생성되죠. 마찬가지로 부모님의 모습을 보여주면 ‘화목한 가족이구나’라는 의미를 떠올릴 것입니다. 소년의 얼굴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 어떤 장면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죠. 이런 몽타주 기법을 통해서 영화는 다양한 메시지를 흥미롭게 전달합니다.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영화의 매력 중 하나는 청각적 효과입니다. 상황에 적합한 효과음, 감정을 전달해주는 배우의 목소리, 작품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전하는 배경음악까지, 작품에서 음향효과가 주는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 음악(OST_Original Sound Track)은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영화보다 더욱 긴 생명력을 자랑하기도 하죠. 이어폰을 놓고 왔을 때, 어쩔 수 없이 자막에만 의지하여 영화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줄거리 파악은 되지만, 아쉬움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죠. 유명한 영화 음악 많지만 <겨울왕국 1>의 <Let it go>는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따라부르기 쉬운 가사와 함께, 작품의 주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겨울왕국 2>가 개봉했을 때도 줄거리보다 음악을 기대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In to the unknown>도 큰 인기를 얻었죠. 지금도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영화 음악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곤 합니다. 음악을 들으면 그 작품의 감동이 다시 떠오르기도 하죠.     


영화는 굉장히 많은 자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짙은 상업성으로 많은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로서 영향력이 점점 커지며 현재는 종합 예술로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꾸준히 성과도 내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인정 받으며 큰 상을 수상한 것도 자랑스럽지만, 대중성과 예술성, 사회성의 절묘한 조화라는 평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이미지텔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토리텔링과 견주면 이해하기 쉬울텐데요. 이미지를 활용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지나 영상을 하나의 언어로 보고자 하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왔는데요. 단순하게 흑백 이미지와 컬러 이미지의 차이서부터, 색깔의 변화가 주는 느낌, 위에서 바라보는 것과 아래서 바라보는 것의 차이 등 이미지로만 담을 수 있는 많은 메시지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직관적으로 전해지는 정보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온전히 이해한 것이라 곤 할 수 없습니다. 이도 정성스런 관심이 필요합니다. 영상이 상상력을 죽인다고 하지만 이는 영상에 너무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감독의 상상을 즐기되 내 상상과 별개로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장면의 의미를 추리하고 비판하며 나의 관점을 가지고 영화를 깊이 읽다 보면 더 깊은 사유와 상상의 매개체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영화도 다양한 면에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존 2D 중심에서 3D, 4D, IMAX 등의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고, 컴퓨터그래픽은 점점 더 정교해지며 영화 기술 발달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어두운 곳에서 조용히 영화를 관람하던 문화도 변하고 있는데요. 영화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싱어롱를 비롯해 다양한 컨셉의 상영관이 오픈되고 있으며, 집에서 TV나 스마트폰으로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 서비스들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는 미디어 생태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존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넘어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을 제작하여 독점 상영하고 있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영화 관람을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봉을 미루던 기대작이 넷플릭스에서 먼저 공개해 화제가 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기존에 ‘영화’하면 떠오르던 ‘극장’과 ‘팝콘’의 문화생활 이미지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미디어 읽고 쓰기> 이승화 /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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