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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트루먼 쇼_자발적 트루먼의 시대

당신의 인생은 미디어 안에 있나요, 밖에 있나요

by 이승화


#트루먼쇼 #피터위어 #짐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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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태어나서부터 방송국에 입양되어, 삶이 모두 '쇼'가 된 트루먼의 이야기

*감상: 자발적 트루먼은 괜찮은가...

*추천대상: 관찰 예능 좋아하는 분

*이미지: 슈.돌 + 나혼자산다 + 동상이몽 + 미.우.새

*내면화: 나의 일상이 생중계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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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다시 보고 싶었다. 더욱 많은 것들이 보였다. 수많은 간접 광고와 대중들의 반응들. 진실을 찾고자 하는 트루먼의 노력. 20년도 더 된 작품인데, 지금 더욱 와닿았다. 이 작품은 명작이지만 감독이 비판하고 싶은 내용들이 제대로 먹히지는 않은 것 같다. 모두는 자발적 트루먼이 되고 싶어 하니까. 자신의 일상을 노출하고 싶어 하고, 관심 종자를 하나의 캐릭터로서 소비하는 이 시대. 작품이 전혀 새롭게 보인다. 전에는 트루먼이 불쌍했는데, 지금은 인플루언서로 보인다. 실제로 한 책에서 트루먼이 부럽다고 한 학생의 대화를 인용한 글을 보기도 했는데, 그럴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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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는 내내 수많은 관찰 예능들이 떠올랐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기들이 카메라를 보고 신기해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신선하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PD들에게 말을 걸고, 같이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다. 어려서부터 수많은 카메라 앞에 노출된 삶을 산다는 것, 그것이 부모의 자발적 동의 안에 이루어진다는 것이 놀랍다. 어려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하고, 청소년이 되어 <둥지 탈출>을 하고, 독립하면 <나 혼자 산다>를 하고, 결혼하면 <동상이몽>을 하는 것이다. 결혼을 안 하거나 이혼하면 <미.우.새>로 전환할 수도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트루먼을 반기는 사람들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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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축제라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SNS가 있다. 브이로그를 통해서 실시간 영상으로 일상을 보여줄 수 있다. 어떤 통로든 대중에게 노출되는 면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True + Man'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포스터의 "당신은 진짜 인생을 살고 있나요"와도 같은 맥락이다. 관찰 예능에 나온 연예인들도 수많은 '캐릭터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갈등을 초래했었고, 일반인들 개인 방송과 SNS도 조작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인기도' 안에서 진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트루먼이 세트장을 탈출해서 '브이로그'를 한다면....-_-? 만들어진 세트장보다 더 진실에 가까울까? PD가 ~ 작가가 ~ 악마의 편집이 ~ 이런 핑계는 못 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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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를 보면서 엄마가 물어본 적이 있다. 저 안에 누가 있냐고. 쟤는 말투가 왜 저러냐고. 왜 유명한 거냐고... 아무도 모른다. 펭수는 진짜 펭귄인 척 행동한다. 마미손, 유산슬 등등의 '부캐릭터'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 속에서 대중에게 미디어란 어떤 의미일까? 적어도 '진실'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존재의 모순 속에서 오히려 웃음을 얻기도 하니까. 일상과 미디어는 더욱 가까워졌는데, 미디어는 점점 더 가볍게 소비된다. 가벼운 게 트렌드라면 할 말 없다. 가벼워야 '좋아요'와 '구독'이 늘어난다면, 영향력이 늘어난다면 그것이 충실한 자본주의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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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이 진실의 문을 여는 순간, 많은 시청자들이 환호한다. 쇼가 끝난다고 아쉬워할 줄 알았는데, 응원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다음, 시청자들은 곧바로 채널을 돌린다. '다른데 뭐 하지?' 트루먼의 일생일대의 선택이 아주 빠르게 잊혀진다. 30년을 지켜본, 업어 키운 '랜선 가족'인데 그렇게 손쉽게 정을 떼다니. 랜선 관계의 한계인가 싶었다. 자본주의의 논리 속에서 미디어와 인간성의 관계는 지속적인 고민거리다. 관찰 예능이 '시청률'과 '광고료' 때문이라면, 브이로그가 '수익성' 때문이라면... 트루먼(TRUE+MAN)은 존재할 수 없는 게 아닐까. SNS가 일상이 된 이 시대에, 나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10년 뒤에는 또 어떨까.(유튜브 수익체계가 확 바뀐다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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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모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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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인사하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나이트 ~ㅋㅋ


- 다른 데는 뭐 하지?


- 전부 가짜였군요, -자넨 진짜야


- 난 누구죠?


- 바깥세상도 다르지 않아 같은 거짓말과 같은 속임수 하지만 내가 만든 공간 안에서는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 '트루먼이 죽는 걸 생중계할 셈인가?' '우린 그가 태어나는 것도 생중계했지요'


- 당신은 트루먼이 불쌍하지도 않아? 지금 트루먼은 새장 속의 새, 동물원 안의 원숭이나 다름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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