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적으로 비행의 역사와 이슈가 되는 사건들을 다루면서, 비행기에 대한 디테일한 내용도 담겨 있는 책이다. 비행의 역사는 정말 신기하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류의 욕망과 기술이 만나 이루어낸 성과. 그 역사는 정말 피로 이루어졌다. 그 이후에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기술들에 대한 내용, 기장의 역할들도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내가 보기엔 똑같이 생긴 비행기 사진들도 엄청 많이 담겨 있다. 비행기 많이 타는 분들은 정말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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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정말 끔찍하다. 하지만 전쟁이란 대립 상태가 많은 발전을 불러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비행의 역사에도 전쟁은 빠지지 않는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전쟁이란 상황 속에서 가능해지고, 또다른 발전을 불러온다. 지금 우리가 안전하게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닐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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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디테일하게 비행 관련 이슈들을 다루면서 사고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다른 교통 수단에 비해서 확률적으로 사고가 적다고는 하지만, 사고 사례들을 모아 보니 비행기가 무섭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비행 전문가들이 있어서 듬직하다. 앞으로도 안전한 항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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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연방항공국이 "모든 비행규정은 피로 쓰였다"라고 한 것은 그 규정이 만들어진 피의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자기 선언이었다. p.7
- 비행기 납치를 하이재킹이라고 한다. p.17
- 구멍 난 배가 침몰하지 않기 위해 누군가가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면 누구를 던져버리는 것이 옳다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애초에 없다. 공리주의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는 길은 오로지 처음부터 그 상황에 들어가지 않는 것뿐이다. p.73
- 수백 명의 승객이 탑승하는 에어라인 비행의 우선순위는 안전성 > 쾌적성 > 적시성 > 경제성이다. p.106
- 영화 <허드슨강의 기적>, 인간 행동의 동기는 경제적 이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인간은 누구나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전통적으로 조종사들에게 비행은 생계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 에너지의 표현으로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p.178
- 안전을 위한 기장의 선제적 조치가 '아찔한 회항'으로 매도되고 위험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비행이 노련함으로 미화되는 사회에서 절대 안전이란 과제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p.230
- 모든 인간은 실수를 범한다. 조종사는 항상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고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실수는 감추는 것이 아니라 수정하는 것이다. (로저 베테유) p.287
- 모든 항해의 출발은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내 위치를 모르면 나침반이나 지도가 있어도 목적지로 가는 방향을 잡을 수 없다. p.299
- 비행의 본질은 정확한 항법이다. 항법의 실패는 비행의 실패를 뜻한다. 디지털 기술은 비행의 방식을 급격하게 바꿔놓았고, 분석과 판단 없이도 즉각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들 덕분에 조종사들은 더 이상 위치와 방향을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비행이 자동화되는 것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조종사에게 생각하고 분석하는 습관과 능력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p.332
- 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발행한 안전관리매뉴얼에는 프로패셔널 조종사의 안전 관리 수준을 반응적, 선제적, 예측적 수준의 세 단계로 구분한다. p.342
- 역사상 모든 비행기 제작사의 비약적인 발전은 전쟁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p.358
- 비상사태를 선언할 때 사용하는 국제표준용어인 '메이데이'는 프랑스어 Maider (Help me)에서 유래했다. p.371
- 조종사들의 비행 스타일은 훈련을 통해 형성된다. 그리고 시뮬레이터의 훈련과 평가 방식은 문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p.380
- 미연방항공국이 말한 것처럼 '조종사의 완성은 건물이 서는 것'과 같다. 지식의 바탕 위에 스킬이 있어야 하고, 지식과 스킬을 관장하는 것은 조종사의 태도다. 그 태도는 규정과 절차 뒤에 숨겨진 배경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p.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