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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 책리뷰]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리뷰

by 이승화

사실 반 + MSG 반



<초간단 줄거리>

→ 런던에 사는 젊은 작가인 ‘나’는 스트릭랜드 부인을 알게 되고 그의 남편이 도망갔다는 소식과 함께 그녀의 도움으로 그를 만나러 파리로 떠나게된다.

→ ‘나’가 만난 스트릭랜드는 47살에 주식 중개인이었고 오직 그림을 그리기위해 가족과 생활을 남겨두고 멀리 떠나온 것이었다.

→ 기이한 스트릭랜드의 삶의 관심을 갖던 ‘나’는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거렁뱅이 같은 모습으로 그림을 그리고 다니는그와 적당한 거리의 관계를 가진다.

→ 비인격적인, 오직 예술밖에모르는 스트릭랜드의 삶은 주변의 관계를 파괴하기에 이르고, 타히티 섬으로 떠나고 만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나중에 듣게 되고 ‘나’가 작품으로 엮게 된다.

→ 실컷 그림만 그리다 병에 걸려 죽은 스트릭랜드, 그는 살아생전 빛을 보지 못했지만 이후에 그의 작품은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게 된다.


※장소: 타히티 섬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도서: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시몸장: 반갑습니다. 이번 책은 <달과 6펜스>입니다. 실제 폴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해서 더 유명한 작품이죠. 다들 어떻게보셨는지, 전체적인 감상 이야기해 볼까요?


○변강새: 엄청난 작품이었어! 소름이돋았다니깐! 말이 필요없네. 교과서에 실려야 될 책이야! 학생들 모두 정신차리게. 하하.


○홍기동: 강새 할배가 이렇게 적극적인 거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저도 메시지 자체가 좋은 자극이 됐음. 47인데도 저럴 수 있는용기가 정말 짱짱. 응원해주고 싶음. 오래 인상에 남을 것같음.


○황지니: 소재 자체는 극적이고 제가 예술을, 아름다움을엄청 좋아하긴 하지만… 불편한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여성비하하는 시선들이 영 찝찝했네요. 딱히 아름다운 문체를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약간 실망했어요.


- 하지만 여자들이란 워낙 머리가 나빠서
- 여자들은 노상 사랑 때문에 자살하려고 하지만, 보통은 정말 죽지 않도록 조심을 해요. 대개는 애인에게 동정심이나공포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일종의 제스처죠.


○위흥선: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소재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인물 자체도 매력적이고 분명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근데 너무 미화된경향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재미있다기 보다는 그냥 한 인물의 전기를 본 느낌입니다.



시몸장: 호불호가명확히 갈리네요. 그래도 ‘명작’이니만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군요. 구체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 나누어 볼까요?


○홍기동: 아까 흥선 님이 ‘폴 고갱’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런 실존 인물이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들은 혼란스러움. 어디까지가진짜인지 모르겠음.


○위흥선: 실제로 폴 고갱은 살아 생전에도 인기가 그렇게 없지는 않았습니다. 굴곡은 있었지만. 그리고 유명한 반 고흐와의 우정을 비롯하여 관계맺기에도그렇게 관심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주식 중개인도 했었고 타히티 섬으로 간 적도 있긴 합니다. 결과적으로 극적인 소설 속 스트릭랜드와 너무 일치시킬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황지니: 저는 그래도 고갱의 그림도 함께 찾으면서 보니 좋았어요. 특히 타히티 섬에서의 생활은, 타히티 섬에서 그린 그림을 보면 더이해가 잘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변강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내마음 속에 살아 있으면 그게 실화인 거야! 실화가 아니면 어떤가. 소설은어차피 픽션인데. 내가 실화로 만들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실제로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나머지는 다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지.


○위흥선: 제목에 담긴 상징성을 놓칠 수 없습니다. 엄청 나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 않습니까. ‘달’로 표현되는 이상과 ‘6펜스’로표현되는 현실. 우리나라로 표현하면 ‘달과 10원’ 느낌이죠. 눈앞에 있는 작은 현실과 저 멀리 잡을 수 없는 곳에 있는 현실.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 인간. 정말 좋은 제목입니다.


○홍기동: 근데 그렇게 보면 달이 너무 멀어 보임. 인터넷에서 본 영상이 있는데, 한 사람이 6펜스를 달을 향해 던짐, 그리고 달이 땅에 떨어지고 그 사람은 달도 주우며 끝남. 즉, 현실과 이상을 모두 가져간다는 의미였는데, 멋있었음.


○황지니: 전 물에 비친 달 그림이 떠올랐어요.달을 가장 가까이 둘 수 있는 게 물에 비친 모습이잖아요. 그래서 달 밑에 연못, 아니면 물을 담은 그릇을 보면 달빛이 슥 들어오면서 달이 담기는 거죠. 그렇게하면 달이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고, 물 안에 동전도 넣는다면, 달과동전이 같이 잘 어울려 있는 모습이 연출되지 않을까요.


○시몸장: 두 분 이야기가 다 머릿속에 연상이 되네요. 달과 6펜스라고 둘을 분리해 놓긴 했지만, 실제 주인공도 그 둘의 일치를 맛보았죠. 그렇기 때문에 그대로 분리된상태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 저는 어떤 막되어 먹은 인간인지를 떠나서, 그렇게 어떤 것에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어요. 신기하기도하고.

- 스트릭랜드는그때까지 자신을 얽매어왔던 굴레를 과감히 깨뜨려버렸던 것이다. 자기 자신이 아닌, 뭐랄까, 전혀 생각지 못했던 힘으로 넘치는 새로운 혼을 발견했던것이다. p.191

○변강새: 그렇지! 무엇을 해서 인정받거나, 유명해진다거나, 돈을 많이 번다거나, 그런 걸 넘어서서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거지! 난 예술은 잘 모르지만, 무엇이든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것이라고 보네!

- 나는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p.69


○위흥선: 정말 흔한 경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저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열심히 했지만, 일 자체가 목적이 된 적

은 없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긴 했지만 수단이었던 거죠. 그런 면에서 딱히 부럽다기보다는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게 모두를 행복으로 이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황지니: 저도 그 분에 공감해요. 예술을좋아하는 입장에서 예술가들의 삶이 정말 아름답게 보이고 동경할 때도 있지만, 모두 그런 삶을 지향할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소소하게 주어진 일 하면서 돈 모으고 여행 다니고, 맛있는 것 먹고 이런 삶도 만족스럽거든요. 어떤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모습도 멋있긴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구경하고 응원하기도 하는 그런 사람들도 필요한 거죠.


○시몸장: 세상에 좋은 게 많은데, 하나에푹 빠져 사는 것을 안타깝게 보는 사람들도 있긴 있죠. 나쁘게 비유하면 ‘워커 홀릭’이라고 해서 노예처럼 일만하고 그 성취감에 만족하는 사람으로비춰질 수도 있죠. 스트릭랜드의 삶을 무조건 찬양할 필요도 없긴 해요.


○홍기동: 잃은 게 많은 거 같긴 함. 가족도잃고, 친구도 잃고, 건강도 잃고…


○위흥선: 가족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정말 천벌을 받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스트릭랜드 부인이 생활력이 강해서 그런지 굶지 않았지만, 남은가족들이 가난하고 비참하게 생활했다면 더 화가 났을 겁니다. 순식간에 자식들은 아빠 없는 아이들이 되고, 부인은 과부가 되는것이 아닙니까.


○변강새: 그럼, 꼴보기 싫어도 계속참고 살아야 한다는 건가? 그 허세스러운 부인 꼴을 보라구! 더일찍 안 도망간 게 다행이지. 끔찍하더만! 그런 집안에서무슨 예술을 할 수 있겠어! 자식들한테는 좀 미안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내 삶이 우선 아니겠나.


- 지난번 보았을 때는 말끔한 차림이었지만 어쩐지 불안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저분하고 단정치 못했지만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p.59


○홍기동: 근데 궁금한 게, 스트릭랜드부인이 바람 난 것보다 그냥 나간 것에 더 화내는 이유가 뭐임? 상식적으로 바람 나서 나간 것에 더배신감 느끼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님? 깜짝 놀랐음.


○위흥선: 지금까지의 삶을 완전 부정하는 그 모습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그런 거같습니다. 그냥 여자를 바꿔치기 하는 그런 정도가 아닌, 부인과자식, 그리고 십수년 간의 생활을 모두 부정하는 모습에서 이기심을 본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시몸장: 조금은 이해가 돼요. 저도이별을 생각할 때, 다른 이성이 생겨서 이별을 고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신이나 상실감을 넘어서 더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거 없이 그냥 내가 싫어져서, 내가 질려서 이별을 원하는 거라면 더 끔찍한 것 같아요. 나와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더’좋은 것을 찾는다면 나에 대한 좋음도 함께 유지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근데 더 이상 내가‘좋지 않음’ 이라면, 모두사라지는 느낌?


○황지니: 저는 사실 이해가 안 됐어요. 상대방의꿈이나 목표에 대한 것은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쿨하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영역 밖이니깐. 근데 다른 여자로 인한 문제는 제 존재 자체가 대체되어 버린 느낌? 내가 손을 쓸 수 있는 부분에 관한 거니까 더 집착하게 되고 화가 날 것 같아요. 우리가 같은 인명 피해가 났다고 해도 지진과 같은 자연 재해 때 화를 내지는 않잖아요? 그건 우리 영역 밖이니까. 하지만 테러나 사건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상당해지죠.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깐…그래요. 전.


○변강새: 단순하게 생각해 봐. 다시돌아와도 화가라면, 좋아하겠어? 다시 돌아와도 주식 중개인이되어야 같이 이것저것 생활하고 자식도 키우고 할 텐데, 돌아와도 화가라면 안 돌아오는 게 낫지 뭐. 그러고도 남을 속물이지.

- 세상평판은 여성의 가장 내밀한 감정에도 위선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법이다. p.53


○홍기동: 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군요. 왜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는데, 뒤처리하기는 그게 깔끔하단 생각은들었음. 결국 바람난 것처럼 포장 되지 않음? 그래서 동정표도얻고. 그러니까 전적으로 남편의 변심으로 과부가 된 느낌. 만약그림 그리려고 나간 거라면, 그런 남편의 꿈을 인정해주지 못하는 부인 때문에 나간 느낌도 같이 드는데그런 건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변강새: 실컷 욕했다가도 나중에 유명해졌을 때,또 따뜻하게 포장하는 거 보라구. 자신의 감정보다 그러한 포장이 중요한 사람이라구. 그 포장도 스트릭랜드를 윙한 포장이아니라 결국 자신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거라구. 그런 사람과는 더 일찍 떨어져 지냈어야지!


○시몸장: 이 이별의 순간으로 인해 스트릭랜드 부인에 대해 깊이 있게 알게 된것 같네요. 이제 스트릭랜드 이야기를 좀더 해 볼까요. 도덕적으로는굉장히 결핍되어 있는 인물이죠. 근데 또 ‘나’의 말을 들으면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나’와 서로 밀당?하듯 관심 갖지 않으면 더 끌리는 스타일이 재미있더라고요.


- 그에게 왜 그런 감정이 없느냐고 탓한다면 우스운 일이 되고 만다. 야수더러 왜 그렇게 사납고 잔혹하냐고 탓하는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p.159


○위흥선: 저는 이런 도덕적 퇴폐주의는 결국 자기 방어, 회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짊어지기 싫으니까 외면하는거죠. 티나지 않게 자신은 득을 보고 있는데 주긴 싫은 겁니다. 그런면에서 공허한 외침이지만, 양심에 대해 외치는 ‘나’에 첫 질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 누구에게나양심 같은 것이 있는 법 아닙니까? 언젠가는 이 양심에 걸리지 않겠어요? p.64
- 나는, 양심이란 인간 공동체가 자기 보존을 위해 진화시켜 온 규칙을 개인 안에서 지키는 마음속의 파수꾼이라고 본다. p.77


○변강새: 그건 의식을 해야 생기는 거잖수. 의식을안 하는 사람한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영리하게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먹히겠지만, 애초에 깨끗하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지. 적어도 관심이없고 싶어하는 사람한테는 말이야. 칸트고 뭐고 스트릭랜드한테는 헛소리지.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해해 줘야지. 뭐.


- 난사랑 같은 건 원치 않아. 그럴 시간이 없소. 그건 약점이지.
난 욕망을 이겨내지는 못하지만 그걸 좋아하진 않아요. 그게 내 정신을 구속하니까 말야. 나는 언젠가 모든 욕정에서 벗어나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내 일에 온 마음을 쏟을 수 있는 때가 있었으면 하오. p.203

○황지니: 그래도 더크 스트로브한테는 심했어요.그한테 한 행동, 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인에 대한 행동. 정말 인격적으로 화가 났어요. 그냥 친구한테 함부로 하고 친구를이용한 것을 넘어 더크 스트로브는 그의 그림을 유일하게 인정해 주는 사람이었으니 더 그런 게 컸던 것 같아요. 아름다움을만들어 내는 사람도 아름다우면 좋을 텐데, 그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당신 생각은 왜 그래?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름다움이 해변가 조약돌처럼 그냥 버려져 있다고 생각해? 무심한 행인이 아무 생각 없이 주워갈 수 있도록?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가면서 이 세상의 혼돈에서 만들어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야. 그리고 또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아무나 그것을 알아보는 것도 아냐. 그것을 알아보면 예술가가 겪은 과정을 똑같이 겪어보아야 해요. 예술가가 들려주는 건 하나의멜로디인데, 그것을 우리 가슴속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려면 지식과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해. p.102


○홍기동: 저도 친구를 함부로 대하는 거 진짜 싫어함. 막 이용하고 그러는 거. 기본적으로 고맙다는 말은 한번 해줘야지, 인간 쓰레기 같았음. 그때는 진짜.착하면 지는 건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들 정도로.


○변강새: 근데, 그것이 더크 스트로브의성격 아닌가. 스트릭랜드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렇게 순딩이 같이 굴었구만 뭘. 더크가 차라리 예술을 보는 눈이 없었다면 상관 없었겠지만, 스트릭랜드의예술까지 인정한 마당이라면 예술을 숭배한 거라고 할 수 있지. 스트릭랜드는 따로 부탁하거나 인정을 바라지도않았지 않나. 그 부인도 마찬가지고. 자신이 택한 길이지뭐.


○위흥선: 정말 모두에게 그렇게 했으면 차라리 나을텐데, ‘나’를 대할 때 좀 다른 태도를 보이면서 성격장애가 아닌가 하는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사람의 심정을 좀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거리를 두고, 밀당을하니까 조금씩 다가오는 스트릭랜드의 모습은 정말 꼴보기 싫었습니다. 상대방이 다가오든 밀어내든 모두관심이 없어야지, 밀어내면 또다시 끌리는 건 무슨 이유입니까. 스트릭랜드가주변 사람들을 이용한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시몸장: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다들. 가상 인물인데요. 뭐… 그‘의사’ 이야기 혹시 기억 나시나요? 아브라함. 그 갑자기 속세에 약속된 명예와 부를 모두 내팽개치고섬에 정착한 의사. 스트릭랜드와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그사람을 평가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재미있었어요. 또 그에 반응하는 ‘나’의 생각도. 자신이살고 싶은 대로 사는데, ‘인격’을 왜 들먹이는지. 원. 그 사람을 실패한 것으로 몰고 가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성공한것처럼 보여서 그런 걸까요.


- 인격이 없었다? 다른 길의 삶에서 더욱 강렬한 의미를 발견하고, 반시간의 숙고 끝에 출세가 보장된 길을 내동댕이 치자면 아무래도 적지 않은 인격이 필요했을 것이다. 게다가그 갑작스러운 결정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더더욱 큰 인격이 필요할 것이다. p.259


○위흥선: 실제로 이런 소리 여기저기서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어떤 대학교 나온 어떤 사람이 지금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더라, 어떤박사는 지금 농사짓고 있다더라, 이렇게 가십거리로 말이죠. 그런말을 꺼내는 사람들은 ‘그럴 거면 그런 좋은 대학교 왜 나왔냐.’ ’배운게 아깝다.’ 이런 뉘앙스로 던지는 겁니다. 사회 부적응자같은 느낌으로 몰아가게 됩니다. 적응 못해서 도망 간 느낌…. 너무매치가 잘 되어서 약간 소름도 돋으면서 반성도 했습니다.


○변강새: 사람들은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다니까!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고 점수를 매기지. 그리고 평가절하하고 스스로위안을 얻는다고. 얼마나 비겁한 짓이냔 말이야. 항상 자신만의저울을 가지고 다니고 이것저것 재면서, 그렇게 인생에 대해서는 둔하니 얼마나 답답한가!


- 정말 아브라함이 인생을 망쳐놓고 말았을까?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한 것일까? 그것은 인생에 부여하는 의미, 사회로부터 받아들이는 요구,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p.260


○황지니: 정말 반성하게 되네요. 모이면하는 얘기가 다른 친구들 이야기인데…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겠어요. 다른삶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야겠어요. 점수판 보다는… 그리고 부러운 것은 부럽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있는 용기를 가져야겠어요.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런 말때문에 나랑 다른 것은 더 깎아 내리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기 싫어서.사실 이기고 지는 게 아닌데 말이죠. 다 각자의 삶인데.에휴.


시몸장: 갑자기분위기가 경건하게 됐네요. 이 책의 큰 모티프 중에 하나가 ‘예술지상주의’라고 할 수 있잖아요.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좀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예술하는 사람들 보면 타고난 재능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하잖아요. 더크의 입장에서도 더크는 감식안은 가졌지만 실제 그림을 그리는 재능은 없잖아요. 그래서 열등감과 함께 그런 숭배하는 마음을 가진 것 같아요. 이러한천재적 예술가의 삶과 일상 도덕적인 삶에 대한 균형이 불가능하다면, 어느편에 손들어 주고 싶으신가요?


- 예술가의 개성은 과연 인격의 파탄을 상쇄해 줄 수가 있는가? p.314


○위흥선: 김동인의 <광염 소나타>가 생각납니다. 거기서도 방화나 살인 같은 심한 자극이 있어야천재적인 작곡을 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많은 토론이 오가긴 하는데, 저는 그때마다 사회적 윤리의 손을 들었습니다. 예술의 목적이 삶을풍요롭고 아름답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의 삶을 망치면서 만드는 예술이 무슨 의미가있겠습니까?


○황지니: 예술의 목적은 여러 가지 나뉘겠지만,주 목적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예술은 아름답기 위한 것이라고생각해요. 그 아름다움이 삶을 따뜻하게 할지 차갑게 할지, 풍요롭게할지 파괴할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풍요로운 삶’이란것 자체도 충분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것을 주 목적으로 두고 싶진 않네요. 그렇다고 대놓고 삶을 파괴하는 예술을 찬양하기도 그렇고… 어려워요.


시몸장: 예술의 목적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더 명확하게 구분되기도 하겠네요. 자연스럽게예술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변강새: 사람 하나하나의 존재를 존중해 주듯이, 예술도 그 자체로 존중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 하나하나를 목적으로 두듯이, 예술자체도 목적으로 둘 수 있을 것 같네.


위흥선: 그럼 다른 사람들이 역으로 수단으로 전락하는 거 아닙니까?


변강새: 그렇긴 하지. 넓게 보면. 하지만그 사람들이 자기가 예술을 창조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에 일조한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한다면그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충실한 거지! 더크의 입장에서 보면, 스트릭랜드의정식 매니저가 되고 싶어 되었다면 희생 자체도 숭고한 거 아니겠는가.

-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열정은 미를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진리를 갈구하는 나머지 자기가 선 세계의 기반마저 부숴버리려고 해요. p.277


홍기동: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리 예술이라도 사회를 떠나서 생각할 수는없는 것 같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우리가 뭔가 행동하는것도 사회적으로 정의를 이루기 위한 것이니까. 사실 아무리 훌륭한 예술이라도 훌륭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있어야 훌륭한 거 아님? 아직도 기준을 모르겠는데, 결국사회 속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음.


시몸장: 맞아요. 그런 거 보면 항상 신기해요.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 이런 소리들 많이 하잖아요. 당시에는 인정 받지 못했는데, 나중에 인정 받게 된 많은 예술 작품들. 그렇다면 예술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거 아닌가요? 상대적인 것은그만큼 가치가 반감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실제로 지금 유명하단 그림들 봐도 별 느낌 없는거 많아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그건 학습된 미의식이아닌가 싶기도 해요… 복잡하네요.


변강새: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다 뻥이네. 집어 치워. ‘아름다움’ 마저 공부하고 누군가 주입해 주는 것이라면 도대체 내가직접 느끼는 것은 무엇이냐고.


위흥선: 예술가들 보면 기본 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조를 항상 창조하지 않습니까. 그렇게옛날의 예술과 지금의 예술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주입이라고 하는 것은 오바라고 생각합니다. 대중들도 예술가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작품을보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변강새: 소수의 예술가들이 자신들 입맛대로 무엇을 만들고 없애는 건 마음대로지만, 대중들이그것을 공부해서 알아야 한다는 것은, 그래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면 거부하겠네. 내가 하늘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때, 누가 설명해주던가? 내가 새 소리를 듣고 아름다움을 느낄 때 누가 설명해주던가?


황지니: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예술도 사실 유행이 있잖아요. 트렌드도 있고. 그런 거 보면, 참혼란스러울 때가 있긴 해요. 그 유행을 급하게 쫓아가야 하는 것인지,그냥 내가 취하고 싶은 것만 취하면 되는 건지. 그렇다고<모나리자>가 별로라고 하는 사람들한테 설명하는 것도 지치는 노릇이고.


홍기동: 요즘 예술은 정말 난해한 것들 많음. 특히 그림. 근데 사실 ‘경매가’ 이런거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작품 자체만으로는 뭔지 모르겠음. 내 눈으로는 아름다운지 모르는 작품인데, 그 작품을 예술이라고 하는 평론가 같은 사람들의 말을 믿고 도덕적인 면죄부를 주기도 좀 싫고. 내 눈에도 아름다우면 차라리 모르겠는데…


시몸장: 이러한 문제는 끝없는 이야깃거리죠. 앞으로 우리 삶이 의식주의 압박을벗어나 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예술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질 것 같아요. 계속되는 고민이 이어질문제니까, 다음에 시간 되면 더 이야기 나누어 봐요. 고생하셨고 2부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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