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리뷰
사실 반 + MSG 반
<초간단 줄거리>
주인공: 나, 클로이, 윌
(1) 주인공 ‘나’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클로이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2) 클로이와 ‘나’는 연애를 하기 시작한다.
(3) 우연히 ‘나’와 클로이는 친구 ‘나’의 친구 윌과 셋이 만나고 ‘나’는 피곤해서 먼저 들어온다.
(4) 그날 밤 클로이와 윌은 가까운 사이가 되고, 결국 연인사이가 되면서 ‘나’는 이별을 맞이한다.
(5) 큰 슬픔에 죽을 각오까지 하지만, 마음을 정리하고 또다른 사랑을 찾는다.
※ 참여인원:
- 시몸장 (데미얀/ 선과악, 두 신을 섬기는 균형 잡힌 사회, 20's)
- 홍기동 (홍길동/ 또 다른 율도국을 꿈꾸는 밑바닥 혁명가, 20's)
- 황지니 (황진이 / 아름다움을 위해선 영혼도 파는 쿨한 아티스트, 30's)
- 위흥선 (흥선대원군/ 고지식하며 마음 먹은 것은 이루고 마는 욕망 가득 허세남,30's)
- 변강새 (변강쇠 / 짐승 같은 본능을 유지하는 자연인, 40's)
※장소: 보통 씨의 인생학교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도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보통)
●시몸장: 반갑습니다 ~ 이번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입니다. 보통 씨의 첫 작품이라고 하죠. 사실 보통 씨 책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애매하긴 합니다. 줄거리가 특별히 있진 않죠. 하지만 그 별거 없는 줄거리 안에서 보통 씨의 통찰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전체적인 감상 이야기해 볼까요?
○황지니: 사랑 자체를 다룬다는 입장에서 정말 좋았어요. 하지만 주인공이 남자라 그런지 공감 안 가는 부분도 많았어요. <우리는 사랑일까>가 여자 주인공이라 그런지 더 공감이 많이 갔네요.
○홍기동: 헐, 이게 공감이 안 감? 완전 대박인데. 이건 교과서로 삼아야 함. 완전 전.중.후 정리도 잘 되어 있고, 공감도 100%. 이걸 미리 읽었어야 했는데.. 휴..
○변강새: 이런 사람 만나면 피곤해... 뭐 이리 생각이 많아. 말도 많고. 지루하잖아. 따분하고. 이러니까 여자한테 차이고 징징거리지!
○시몸장: 작가 님이 대머리이긴 한데..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그런 걸 수도 있겠네요. 생각을 많이 옮겼다는 면에서 소설보다 에세이 같긴 하죠. 매력이기도 한데 어렵고 지루하게 느끼실 수도 있겠네요.
○위흥선: 저는 그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생각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맞이했을 때, 바람처럼 흘리기 마련인데 이 작가는 포인트를 잘 잡아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들에 딱히 답을 내리지도 않아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시몸장: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어마어마한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고 하네요. 사랑이란 공통된 주제를 다루어서 그런가봅니다. 구체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 나누어 볼까요?
○황지니: 시작부터 로맨틱 코미디 같지 않나요? 운명적 사랑이란. 캬. 아주 사소한 우연부터 시작된다니까요. 그 남의 과자 뺏어먹는 장면도 재미있고.. 절로 웃음이 났어요. 사랑은 다 그렇게 아무렇지않게 시작되는 거죠.. 후후
○홍기동: 요즘 그런 게 어딨음. 다 소개팅이나 SNS나, 업체 끼거나 뭐 그런 거지. 뭔가 조금씩 알고 만나지 않음? 소개팅을 해도 먼저 대화 나누어 보고 하는 판인데. 대화하다 안 맞으면 그냥 파토내고!
○시몸장: 뭐, 굳이 남의 환상을 깰 필요가 있나요. 소개팅은 정말 뻘쭘한 것 같아요. 작정하고 만나는 것 같잖아요. 거기다 애써 노력하는 것도 싫고... 또 나만 마음에 들면 그것도 슬프지 않나요. 저는 차라리 적당히 서로 간을 볼 수 있는 동호회(?) 같은 것을 선택하겠어요.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따분한 사람은 나 자신이 되고 만다.
○황지니: 아 저 완전 공감가는 거 있었어요. 엘리스 구두 지적할 때, 남자들이 스타일 지적하는 거! 엄청 거슬리거든요. 뭘 안다구! 근데 그게 또 치졸하게 그걸로 복수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다른 뭔가에 화가 났는데 그걸 돌려서 괜히 다른 걸로 지적하는 거예요. 살이 쪘네, 옷이 별루네, 화장이 번졌네. 이 책 보면서 남자의 마음 좀 알게 됐어요
테러리스트적인 삐침이 구조적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아무리 사소하다고 하더라도 삐치게 만든 쪽에 어떤 잘못된 행동이 있어야 한다. 다만 가해진 모욕과 유발된 삐침 사이에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위흥선: 저는 그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사랑’이란 말이 사실 너무 흔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도 잘 짚어준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마어마한데, 사람들이 내뱉는 사랑은 너무 흔해 보여서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내가 말하는 것은 지속적인 사랑이란 매우 주관적이라는 것입니다. ‘사랑’이라고 부르는 한 가지 특질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는 거죠.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다들 달라요. 열정과 사랑을 구별하는 것, 순간적으로 홀리는 것과 사랑을 구별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입니다.
나는 너를 마시멜로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자기가 평생 들어본 말 중 가장 달콤한 말이라고 대답했다.
○변강새: 별 고민을 다하네. 네 사랑만 위대하나. 머리를 좀 비워야 한다니까. 여기 좋은 말도 있다구. 생각을 줄여야 해. 사랑을 나눌 때는! 정신적이나 육체적이나!
생각만큼 섹스와 대립하는 것은 없다. 섹스는 본능적이고, 반성하지 않으며, 자연발생적이다. 이에 반해 생각은 신중하고, 말려들지 않으려 하고, 판단하려고 한다. 내가 섹스를 하는 동안에 생각을 했다는 것은 성적 교류의 근본 법칙을 어긴 것이다.
○홍기동: 저는 그 <마르크스주의>부분 보고 지니 님한테 그 밀당 부분 물어보고 싶었음. 여자들 맨날 나쁜 여자한테 끌린다고 하잖음. 진짜 그럼?
○황지니: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이건 여자만의 문제가 아니지요. 남자도 마찬가지죠. 뭔가 시크한 매력에 끌릴 수도 있는 거고... 너무 순종적이면 좀 지겨울 수도 있는 거고... 남자가 더 심하지 않나요. 이런 건?
○시몸장: 워워. 남자 여자 다 똑같죠. 뭐. 사람인데. 그냥 주인공이 남자니까.. 이해해 주세요. 성대결하면 끝도 없으니까, 다른 얘기 해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유머가 뛰어난 편인데, 유머가 있으면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에 큰 공감을 했어요. 크게 트러블이 생기진 않더라고요.
유머가 있으면 직접적으로 대립할 필요가 없었다. 자극물 위를 미끄러져 넘어갈 수 있었고, 그것을 비스듬하게 바라보며 눈을 찡긋할 수 있었고, 실제로 말을 하지 않고도 비판을 할 수 있었다.
○위흥선: 저는 그렇게 장난스럽게 넘어 가는 거 딱 질색입니다. 뭐 그냥 친구라면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꼭 짚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것은 고치고, 다음에 또 반복하지 않게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면!
나의 유일한 변명은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 그녀는 내 이상형이라는 것 따라서 나는 이 작은 결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보통 친구에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다.
○변강새: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 숨막혀 죽겠구만 아주. 사랑하니까 더 자유롭게 놓아주고 새처럼 날아다닐 수 있게 해줘야지. 그렇게 존중해 줘야 더 아름다워지고 서로 좋은 거 아니겠냔 말이지.
○황지니: 사실 저도 좀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오긴 했었거든요. 그 <우리는 사랑일까>에 나오는 ‘사랑의 영속성’이란 개념 엄청 좋아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저기쯤 있다고 믿는 것. 그런 것이 좋은 거 아닌가. 근데 이 책 보고 찔리는 부분이 있었어요. 클로이도 결국 친구한테 뺏겼잖아요. 혼자 냅두었다가. 사실 또 막상 내비두면 외로울 때도 있고.. 집착이 반가울 때도 있고..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상대를 마음대로 살게 해주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우리더러 마음대로 살라고 허락한다면 그것은 보통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몸장: 어떤 사랑이 좋은 것인가, 성숙한 사랑인 것인가는 이따 얘기 나누어보도록 하죠. 근데 이렇게 사랑에 빠져 있다가도 조금씩 깨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방귀라거나 트림이라거나.. 그 부분을 틀린 음정으로 비유하는 것도 정말 좋았어요.
사랑하는 여자를 더 잘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감은 머릿속에서 작곡한 놀라운 심포니를 나중에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소리로 들었을 때의 느낌과 같다. 우리의 생각 가운데 많은 부분이 연주를 통해서 확인되는 것에 감명 받기는 하지만, 아주 사소한 것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연주되는 것을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다.
○홍기동: 그런 게 좀 깨기도 하는데 귀여울 때도 있음. 그런 거 하나씩 공유하면 더 친근해짐. 그런 걸로 재미있는 별명도 만들어 부르고 하잖아요. 여기서도 라이프모티프 나오는데, 그렇게 막 노는 커플들이 더 끈끈해 보이긴 함. 왕자 공주 커플보다.
이러한 라이트모티프들은 중요했다. 그것이 우리에게 우리가 서로에게 남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었고, 일들을 함께 겪어가며 산다는 느낌을 주었으며, 함께 끌어낸 의미를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라이트모티프들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접착제 역할을 했다.
○변강새: 뭐니 뭐니해도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이거지. 그녀한테 무엇을 보느냐. 캬. 사랑은 콩깍지라니깐! 저울로 잴 수가 없어. 계산기도 필요 없다구. ‘왜’라는 게 붙을 수 없는 게 사랑이란 말이지!
윌은 신중하게도 클로이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지 않고, 더 정확하게 내가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느냐고 물었다.
○시몸장: 캬. 맞아요. 책 제목이기도 하죠. 근데 원래 제목은 “Essays In Love”인데, 제목 참 잘 바꾼 것 같아요. 근데 사실 그렇게 주관성에 의존하다 보니까, 이리저리 한눈도 많이 파는 거 아닐까요? 이 <마음의 동요> 보고서 JYP가 정말 위대한 가수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난 여자가 있는데 ~’
우리가 우리 짝과 얼마나 행복하든, 그 사랑 때문에 다른 사람을 쫓는 일은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짝을 사랑하는데도 왜 그것이 구속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우리의 사랑이 기울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왜 그것을 아쉬워할까? 사랑의 요구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늘 가망의 요구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황지니: 진짜 남자들 한눈은 엄청 파는 거 같아요. 살색만 보이면 다 눈 돌아가고. 왜 그런 거죠. 죄다 사랑을 발견하는 건가요? 커플이 지나가도 막 저를 쳐다봐요. 저란 눈 마주치고. 옆에 여자친구 있는데도. 어쩌라는 건지...
○홍기동: 개가 지나가도 쳐다보는데. 남자들이 만사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듯. 이것저것 아는 거 좋아하고 그러잖아요. 원래...
○위흥선: 저는 이별의 순간도 참 인상 깊었습니다. 실제로도 똑같이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워서 제가 좋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은 그게 부담이 된다고 떠났습니다. 그땐 당황스러웠는데....
나는 내가 하는 말이, 과거에는 그렇게 매력적으로 들렸던 말이, 갑자기 왜 화를 돋우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바뀐 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 수많은 점에서 기분 나쁜 존재로 비난받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홍기동: 맞음. 저도 제가 귀여워서 좋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너무 애같다고 철이 없다고.... 어이없었음.
○변강새: 그건 답이 없는 거지. 그냥 싫은거 라니까. <낭만적 테러리즘>에도 딱 나오잖아. 대책 없는 거지.
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은 왜 너는 나를 사랑하는가 하는 질문만큼이나 대책 없는 질문이다.
○황지니: 맞아요. 사실 화나긴 해도, 마음이 떠난 걸 어쩌겠어요. 돈 빌려주고 못 받은 거 아니면... 꼭 피해자 코스프레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의무적으로 만날 필요는 없잖아요?
어떤 사람이 사랑을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을 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 사람의 선택, 따라서 책임을 넘어선 일이기 때문이다.
○위흥선: 이래서 더 진지한 사람이, 더 사랑한 사람이 손해라고 하나 봅니다.
○시몸장: 실제로도 사랑 문제로 인해서 큰 상심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복수하기도 하고 자해하기도 하고. 근데 이 책에서 그 부분을 정말 유머러스하게 잘 다룬 것 같아요. 비타민 엄청 먹고.
○홍기동: 그 부분 엄청 좋아함. 자살로 인해 복수한다고 마음 먹는 경우 많은데, 사실 내가 확인할 수 없는 거지 않음. 의미 없는 거지 그럼. 사랑 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도 이런 건 피해야 한다고 봄.
나는 내 죽음을 그려보면서 나 자신의 소멸을 바라보는 관객 역할을 맡는 것을 상상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즉 죽은 동시에 살아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위흥선: 그래서 성숙한 인격과 사랑이 필요한 겁니다. 저는 뼈아픈 이별을 통해서 성숙한 사랑은 인내를 동반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성숙한 사랑은 절제로 가득하며, 이상화에 저항하며, 질투, 마조히즘, 강박에서 자유로우며, 성적 차원을 갖춘 우정의 한 형태이며, 유쾌하고, 평화롭고, 상호작이다.
성숙한 사랑의 절정은 결혼이며, 일상을 통해서 죽음을 피하려는 시도이다.
○변강새: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하고 있네. 기껏 배운 게 그거야?
○시몸장: 워워. 드디어 이야기 나눌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성숙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홍기동: 독립적인 공간을 지켜주는 사랑. 그 관계가 성숙한 사랑이라고 생각함. 아까 사랑이냐 자유주의냐에도 나왔지만, 고르라면 자유주의에 가까운 듯. 지속적으로 서로의 공간을 유지해주는 그런 사랑이 성숙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함.
○황지니: 기동 님이 아직 어려서 그래요… 그걸 머리로 아는 것과 진짜 지키는 것은 정말 다른 문제죠. 그 <우리는 사랑일까>에 기둥 그림이 나와요. 남자는 가족, 일, 사랑 등 여러 기둥으로 버티는데, 사랑에 빠진 여자는 사랑이라는 기둥 하나로 버티고 살아가요. 뭔가 억울한 거 같지만 그래도 굳이 성숙한 사랑을 이야기 한다면, 저는 불타오르는 사랑, 하나의 기둥만으로 버티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신경쓰기 보다 나의 감정에 충실한 사랑을 하고 싶어요!
○위흥선: 간단히 비유하면 분산투자와 올인 투자라고 할 수 있겠군요. 꼭 여자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하나의 기둥으로 살아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기둥이 여러 가지인 것 같이 보이지만 결국 사랑이라는 큰 기둥 안에 있는 잔 기둥에 불과했었습니다. 하지만 옛말에 왜 “한 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담지 말라”고 하는지 알았습니다. 데미지가 너무 컸습니다. 저는 지금은 분산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오래 가는 사랑이 성숙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변강새: 뭔 소리야! 오래 가는 게 왜 성숙한 사랑이야! 그건 서로에게 짐이 된다니깐. 답답한 소리 하고 있구먼. 내 눈앞에 사랑이 있으면 온 힘을 다해서 사랑해야지. 뭐 천년만년 살 줄 알아? 있는 거 다 줘. 그리고 떠나면 아파해. 그리고 상처가 나으면 다시 사랑하고! 그럼 되는 거지 뭐. 후회 없는 사랑이 가장 좋은 거라고. 들고 있는 저울을 버리라니깐.
○시몸장: 근데 어떻게 됐든 관계 속에서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지금이 행복하긴 한데, 그 행복이 남의 손에 있다면 내 사랑의 방법과 상관 없이 불안하긴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상적이긴 하지만 성숙한 사랑이란, 불안이 없는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클로이를 사랑하면서 생기는 불안은 부분적으로는 내 행복의 원인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이었다.
○시몸장: 성숙한 사랑이 무엇이냐고 생각하느냐, 이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고 살면서 또 수시로 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고, 자신의 가치관이 바뀌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사랑은 할만한 것이니까, 감정의 벌거숭이는 되지 맙시다.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