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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 책리뷰] 리스본행 야간열차(파스칼 메르시어)

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리뷰

by 이승화

사실 반 + MSG 반


<초간단 줄거리>


→ 스위스의 고전문학교수 그레고리우스는 어느 날 우연히 포르투갈 여자를만난다.

→ 포르투갈 여자의 ‘포르투게스’라는 말에 이끌려 방황하던 중, 우연히 헌책방에서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보게 되고 그 저자를 찾아 리스본으로 떠나기로한다.

→ 그 책의 주인공 ‘아마데우데 프라두’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그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갖고 발자취를 더듬어간다.

→ 자신과는 많이 다른 아마데우의 삶에 끌리면서 그레고리우스 자신도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 아마데우의 삶을 정리하며, 현기증을빌미삼아 그레고리우스도 다시 스위스로 돌아온다.


※장소: 리스본 헌책방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도서: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jpg


시몸장: 반갑습니다. 이번 책은<리스본행 야간열차>입니다. 영화로도나온 작품이죠. 두 권짜리가 개정되어 한 권으로 다시 나오면서 좀 두껍게 느껴지긴 하겠지만 실제로 액자식으로구성되어 있어 소설 한 권 안에 에세이 한 권을 또 담고 있는 것 같죠. 전체적인 감상 이야기해 볼까요?


○위흥선: 저자가 철학자라 그런지 참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 권의 소설 안에 철학 에세이 한 권이 포함된 느낌이었습니다. 알찬 책이라 만족스럽습니다.


○홍기동: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긴 했는데, 흥미진진한부분도 있었음. 담고 있는 내용이 많아서 처음에는 진도가 굉장히 안 나갔는데, ‘언어의 연금술사’ 부분을 훑어 읽었더니 진도가 잘 나갔음. 그레고리우스 아저씨의 여행 이야기?


시몸장: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던져주는 내용이 많은 책이라 모두 다 챙겨가려고 하면 부담될 수도 있어요. 저도세 번째 읽는데 읽을 때마다 받는 메시지가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은 책같구요.


○황지니: 저도 얻은 게 많은 책이었네요. 저는 ‘언어의 연금술사’ 부분이 더 좋았어요. 그 아마데우만의 강하면서도 깨질 것 같은, 유리 같은 감성이 느껴져서좋았어요. 정말 아름다운 문장들도 많았고. 정말 원서로 읽고싶은 책이었어요.


변강새: 아 엄청 지루했네. 무슨 생각이 이렇게 많은지 원. 이런 스타일 완전 피곤해! 쓸데없이 복잡하고 어렵기만 하잖아.



시몸장: 다양한 감상이 나왔네요. 호불호와 상관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니, 구체적인감상 나누어 볼까요. 인상 깊은 장면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변강새: 아마데우, 그 친구가 생각이 많아서 피곤하긴한데 종교에 대해서 비판하는 장면들은 참 좋았어. 내가 종교가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 단상에서 한 연설을 비롯해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구만!


- 신은 자신이 들 수 없는 돌덩이를 창조할 수 있을까? 만들 수없다면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제들 수 없는 돌덩이가 생겼으니까. p.214


○시몸장: 워워.. 강새님 옐로카드. 종교 논쟁은 다음 기회에!


○황지니: 저는 그 ‘포르투게스’라는 말에 감흥 받는 모습, 아마데우의 문장력에 감탄하는 모습 등 언어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들이 참 좋았어요. 언어 자체가 수단으로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아름다울 수 있고, 감동을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네요.


○위흥선: 처음에 좀 당황했습니다. 너무 개연성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포르투게스’에 대한 말에 대한 느낌도 그렇고… 근데 정말 언어를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겠네요.그래도 그 모든 작은 것들이 원인이 되어 떠났다기 보다는 결국 그레고리우스 안에 많은 것들이 쌓여 있었던 거라고 봐야 맞는 것 같습니다.


○시몸장: 맞아요. 우리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띠게됐을 때,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무슨 일 있어?” “실연당했어?” 이런 것들이죠.근데 사실 그렇게 큰 계기가 없어도 충분히 변할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맨 처음 문장이 참 와닿더라구요.


우리 모두 여러 가지 색깔로이루어진 누더기. 헐겁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펄럭인다. 그러므로 우리와 우리 자신 사이에도,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만큼이나 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홍기동: 우리는 모두 다중인격이라는 느낌으로 들리는데… 무서움.


○황지니: 근데 공감 가는 부분도 있어요. 친구들보면, 초/중/고/대/회사 모두 나를 바라보는 게 달라요. 나를 조신하게 보는 친구들, 말괄량이로 보는 친구들, 똑순이로 보는 친구들. 난 가만히 있는데 다 다르게 보는 것들 보면신기해요.


○변강새: 그건 상황에 때라 태도를 바꾸어서 그런 거 아냐? 그때그때다르게 행동하니까 다르게 판단하지. 복잡하게 눈치 보면서 사니까 그런 경우도 많잖아.


○위흥선: 세상살이가 변강새님 처럼 단순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지만, 그 다른 모습을 ‘가식’이네‘다중인격’이네 라며 구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 아니겠습니까.


○황지니: 맞아요. 그런 면에서 궁금할 때가 있어요. 나는 또 어떤 모습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서 여자들이 헤어스타일도자주 바꾸고 스타일링도 변화를 주고 하는 거라고요! 매번 새롭고 다른 느낌을 주려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스스로도 다른 느낌이 있거든요. 리프레쉬!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


○시몸장: 누군가 즐겨 ‘나는 원래 이래.’라고 말한다면 그 ‘원래’란것이 얼마나 가볍고 별볼일 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는 데 이 기차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아주 간단한조작으로 확 선로를 바꿀 수 있는 이 기차 선로처럼, 우리의 현재 삶과 모습이 얼마나 쉽게 바뀔 수있었는지. 생각보다 ‘존재’는딱딱하거나 무겁지 않다는 것을 말이에요.


- 기차가 언제든지 탈선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끔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렇다, 나를 놀라게 하는 생각은 대부분 이것이다. 그러나 가끔작렬하는 어떤 순간에는 이 생각이 마치 복을 내리는 번갯불처럼 나를 뚫고 간다. p.249


○위흥선: 이것과 마찬가지로 아마데우는 많은 변수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런 것. 약간 후회가 섞인 것 같지만… 이런 ‘순간의 선택’에 대한 질문은 그레고리우스에게도 마찬가지로 향하는 부분이인상 깊었습니다. 고전문헌을 연구하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 이런질문들이 꽤 많이 나오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시몸장: 맞아요. 저도 그 졸업식 때 아마데우의모습이 선명합니다. 졸업식이란 것이 끝남과 출발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잖아요. 어떤 중학교로 갈까, 고등학교로 갈까, 대학교로 갈까 등등. 저는 실제로 대학교 진학 때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1지망 2지망 3지망이런 거… 내가 다른 대학교에서 다른 전공을 배웠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해요.


○홍기동: 저는 실제로 중학교 때까지 축구부를 했음. 나름유망주라고 생각했었는데, 부상을 당함. 그땐 정말 짜증났는데… 가끔 그런 꿈을 꿉니다. 축구 선수가 되어 그라운드를 뛰는 꿈. 특히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보고 자는 날은. 하. 계속 운동을 했다면 어땠을지.


○황지니: 저는 그 고등학교 때 만났던 첫사랑. 그때너무 열렬한 사랑을 해서 공부를 안 했어요. 그때 사랑이 다인 줄 알았죠. 후회하진 않는데, 사랑을 좀 늦게 알고 그때 공부 열심히 했으면어떤 삶이 주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 전에는 공부 잘했거든요… 사랑이 뭔지. 휴.


○위흥선: 이과를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수학이워낙 취약하다 보니까. 근데 사실 수학이 싫어서 문과를 간 게 아니라,경영을 배우려고 간 거란 말이죠. 그 전에도 수학을 잘하긴 했는데…. 이과로 가서 수학과 과학도 열심히 했으면 완전 다른 세상이 펼쳐졌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변강새: 그런 걸로 따지자면, 나도 어렸을 때 섬으로건너오지 않았다면 많이 바뀌었을 것 같구만! 그 섬, 자연이나를 키웠거든. 근데 자연이 없는 곳이었다면? 끔찍하구만생각만 해도!


○황지니: 으… 그 시골에서 어떻게 살죠. 백화점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고..



○홍기동: 저는 혁명군 부분이 흥미로웠음. 그 긴박감. 그 독재 상황 속에서 ‘혁명은 의무’라는 말도 참 좋았고,‘카네이션 혁명’이라는 이름도 참 멋있었음. 이것저것검색해 봤는데, 그레고리우스가 있는 스위스 베른은 굉장히 안정적인 느낌, 나쁘게 말하면 지루함? 그리고 포르투갈 리스본은 혁명과 지진 등역동적인 느낌이 있었음.


○시몸장: 역시 그쪽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기동님은. 저는 그 상황 속에서 아마데우의상황이 정말 안타까웠어요. 그 어려운 딜레마 상황. ‘의사냐정치냐.’ 또한 ‘사랑하는 한 여자의 목숨이냐, 혁명군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냐’ 정말 어려운 결정들이죠.


○변강새: 그런 선택이 뭐가 어렵나. 마음이 가는대로 하는 거지. 의사로서의 양심, 이런 거 개나 주라고해. 살리고 싶은 사람 살리는 거지. 정치적으로도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나쁘다라고말하는 것은 다른 거니, 그것만 확실히 하면 깔끔한 거 아닌가. 근데아마데우는 다른 사람 시선에 너무 많이 휘둘려, 쯧쯧.


○위흥선: 인생이 참 단순하셔서 좋으시겠습니다. 오래사시겠습니다. 저는 아마데우를 이해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기대는 하루아침에 느끼는 게 아니거든요. 천천히 쌓이는 겁니다. 그러니쉽게 뿌리칠 수가 없죠. 근데 그런 천재 같은 아마데우가 혁명군에서 애송이 취급 받는 것도 참 인상깊었습니다.


○황지니: ‘언어의 연금술사’를 보면 정말 천재 같은아마데우가 얼마나 여린 마음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사람은 완벽할 수 없는데, 그걸 인정하는 게 참 어려운 사람들이 있죠. 그런 사람이 ‘동맥류’라는 병에 걸렸다니, 참끔찍해요. 안 그래도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한테 더 과한 압박을 주는 것 같아요.

- 무. 동맥류. 매순간이마지막일 수 있다. p.135


○변강새: 그래도 요절은 아니잖아. 50살 넘게 살았으면뭐. 불면증은 좀 안타깝지만 ‘동맥류’란 병은 오히려 아마데우의 삶을 더 충만하게 해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메멘토모리’라는 말 참 멋있지. 누구나 ‘동맥류’에 걸린 것처럼 충실히 살아야 한다구!


메멘토모리_죽음의 경고
네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기억해. 어쩌면 내일일지도 몰라. p.185


○홍기동: 가족 관계에서보여주는 부모님과의 불협화음도 참 안타까웠음. 대화가 되지 않으니까, 서로 앙금만 쌓여가고. 부모님에 기대에 짓눌려 아마데우가 얼마나스트레스 받았을까. 편지에서 증오가 막 느껴짐. 우리 많은학생들이 다 부모님들이 쉽게 던지는 한마디, 명절 때 친척들이 던지는 한마디에 그렇게 짓눌려 산단 말임. 그냥 용돈만 주면 되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라’…. 그냥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행복한 학교생활 해라.’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시몸장: 아마데우도 상처 받았지만, 마찬가지로 판사아빠도 큰 상처를 받았잖아요. 아마데우의 태도에서 풍겨져 나오는 포스에 가족들도 모두 짓눌린 것 같음. 누구의 탓은 아니지만 가슴 아픈 장면이었죠. 저도 언제 거실에서책 보고 있는데, 옆에서 드라마 보시던 어머니가 “아들, 엄마가 한심해 보이지? 그래도 이게 내 재미야.”라고 하시는데 뭔가 울컥했어요. 어떤 말도 한 적이 없었는데, 뭔가를 느끼셨나 보다.. 뉘앙스나 태도 조심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네요.

-

- 깨어 있는 의식과 수많은재능을 타고난 아들을 두었다는 게 어떤 건지 상상할 수 있겠니? 무능해 보이지 않으려면 침묵할 수밖에없다는 느낌을 아버지에게 일깨워준, 언변이 뛰어난 아들을?

- 이제부터 아들의 정신은 내 모든 약점을 사정없이 드러내는 날카로운 탐조등이 되겠구나. 그게 내가 너를 두려워하기 시작한 계기였던것 같다. 그래, 난 널 두려워했다.

○변강새: 그 부모님도 부모님이지만 여동생, 참 섬뜩하지않았나. 시계도 아마데우 죽은 시간에 맞춰 놓고, 의자도그렇고. 정말 집착이란 이런 건가 싶더라고. 끝에 조금이나마달라져서 다행이지. 휴. 아드리아나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도 참 반가웠구만.


○위흥선: 저는 여기서 유일하게 안경을 쓰는 입장에서, 안경을바꿔 쓴 그레고리우스의 마음이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안경 테만 바꿔도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몰라주고…. 그렇게 안경을 바꿔 쓰면서 두 가지 세상을얻은 듯한 느낌. 저도 안경 여러 개 놓고 기분에 따라 바꿔 쓰는데,참 좋을 때가 있습니다.


- 새 안경으로 세상은 더 넓어졌고, 공간은 실제로 3차원이 되어 사람들이 마음껏 몸을 펼수 있었다. 전혀 겪어보지 못한경험이었다.
옛날 안경을 다시 썼다. 그러나 새로 얻은 세상도 이제 잊을수는 없었다. p.140


○황지니: 여행이란 것 자체가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삶을 경험하는 느낌. 새로운 상황에 놓여지는 거잖아요. 저도 그 느낌 참 좋아하거든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뭔가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느낌.

- 여행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연민을 느끼는 이유는 뭔가? 그들이외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면서 내적으로도 뻗어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계발할 수없고, 스스로를 향한 먼 여행을 떠나 지금의 자기가 아닌 누구 또는 무엇이 될 수 있었는지 발견할 가능성을박탈당한 채 살아간다. p.30


○홍기동: 아마데우와 죠르지 우정도 참 묘했던 것 같음. 정말다르면서도 비슷한 면도 있고, 서로가 서로를 제어해주는 느낌? 여자가있으면 복잡해진다니까 하튼. 그 전에는 참 보기 좋았는데!


○황지니: 저는 그 마리아 주앙과의 관계가 더 묘했어요. 사귀는것도 아니고 함께 일하는 것도 아니고, 맨날 붙어 있는데 정분이 안 생기는지. 남녀가 평생 진득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건지 신기했어요. 그래서아마데우는 사랑을 못 하는 사람인가? 했는데 또 에스테파니아 한테는 푹 빠지잖아요. 뭐 누군가는 그것을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아마데우 한테는사랑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럼 마리아 주앙과 더 묘해지는 것 같아요.


○변강새: 마리아 주앙이랑은 잘 될 뻔 했는데, 집안환경이 안 맞아서 틀어진 거 아닌가. 에스테파니아는 요물이지. 나이가그렇게 차이 많이 나는데,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나 보지 뭐. 둘다 젊을 때 만났으면 또 모르지! 하튼 요물이라니깐! 아마데우만친구도 잃고 사랑도 잃고! 에휴.


○황지니: 근데 그렇게 자기한테 빠진 사람은 무섭긴 해요. 멋있을때도 있지만, 외롭게 하기도 하거든요. 아마데우는 자기한테복종하는 아드리아노의 태도를 싫어했지만, 아마데우랑 어울리는 사람은 사실 아마데우한테 순종하는 사람뿐이라는생각도 들어요. 거부감없이 아마데우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사람?


- 하지만 그 섬세함 속에서그는 저를 삼키며 자기 안으로 끌어들였어요. 자기 삶과 정열과 욕망을 향한 갈망이 얼마나 컸던지….. 아마데우는 제 육체뿐 아니라 정신도 원했어요.



○시몸장: 책에 대해 나오는 부분도 인상 깊었어요. 책을좋아하는 입장에서, 책을 읽는 것이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란 말은 인정하고 싶지 않네요.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을 구별한다는 그레고리우스의 말에 좀 덧붙이자면, 어떤 책을 읽는지에 따라서도 조금은 구별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사람들의책장, 포스팅 된 책들 몇 개만 보면 어느 정도 성향이 보일 때가 있어요.


- 책에 대한 이런 생각, 좋은 글이 지닌 마술과 같은 힘이나 광채를아무리 이야기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그를 슬프게 했다.
그는 이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 즉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독서를 하지 않는지는 금방 알 수 있으며, 사람 사이에 이보다 더 큰 구별은 없다고 주장했다. p.123

○변강새: 무슨 점쟁이인가! 그런 게 어딨나. 여기 사람들 보게나. 다 똑 같은 책들 읽고 모이는데 다 다르잖아. 또 그레고리우스도 다중인격이라며. 그럼 뭐 판단하는 게 무슨 의미가있겠어.


○위흥선: 책을 읽는 다는 것 자체를 정의하기가 힘든 것 같긴 합니다. 어떤 책의 문제, 어떻게 읽냐의 문제 등등. 그래도 그레고리우스는 책을 읽고 자신을 되돌아보곤 하니까 저렇게 순식간에 여행을 가고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발견하고 아드리아나나 주앙 에사, 죠르지 같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시몸장: 책에 대한 내용과 연장선상에서 그 토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서로 겉도는 말만 하고, 어긋나는 말하기만 한다는 부분. 참 뜨끔하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했어요.


- 토론은 더욱 이해할수 없었다. 미사여구를 동원한 영국식 공손함이라는 어두운 납 틀에 담긴 채 사람들의 말은 완벽하게 서로비껴 지나갔다. 알아들었다는 듯이 서로 대답하며 쉴 새 없이 말을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알아듣고 조금이라도 생각을 바꾼 징후를 보인 토론자는 아무도 없었다. P.177


○홍기동: 근데 저 하나 궁금한 거 있음. 왜 다시스위스로 돌아옴? 중간에도 한번 돌아오고, 마지막에도 현기증때문에 돌아온다고 하는데… 이제 포르투갈어도 잘 할텐데, 굳이다시 스위스로 돌아올 필요 있음?
아마데우도 여행가고 싶은 마음과 향수병 사이에서 항상 오락가락 했다고 하는데, 그런건가.. 좀 궁금했음.


○황지니: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여행이 아름다울수 있는 것은 돌아올 곳이 있어서, 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니까여행 가서 완전 새로운 모습을 갖고 만족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또다른 나의모습을 찾은 느낌? 그래서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표현은 좀 잘못된 것 같아요. 이전까지의 나는 ‘진정하지 않은’ 나는 아니었으니까요.


●시몸장: 참 좋은 말씀이십니다. 여기서 주인공은수시로 ‘다른 삶’에 대해 궁금해 하죠. 근데 그 궁금한 것이 지금의 삶이 불만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죠. 그냥궁금한 거죠. 사실 누구나 그럴 수 있어요. ‘부러운 것’보다는 ‘궁금한 것’. 그런 면에서 다른 삶에 대해궁금했던 경험 있으면 이야기해 볼까요?


○변강새: 근데 나는 진짜 없네, 궁금했던 적이. 나의 삶에 만족하는데!


○위흥선: 만족과 불만족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몸장님이! 그냥 다른 사람 삶에 관심이 없는 거 아닙니까?


○황지니: 저는 남자로 태어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자주해요. 따지고 보면 매달 달거리 할 때마다 하는 것 같아요. 거기다가밤길에 무서울 때, 누가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볼 때마다 힘 센 남자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각을 해요.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은 생각?


○홍기동: 오! 전 반대로 여자의 삶이 궁금할 때가있음! 아무리 남자들이 요즘 외모에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그래도여자들처럼 그 꾸미는 것 자체에 대한 즐거움이 어떤 것일지 궁금함. 이것저것 예쁜 것도 많고.. ‘아름다움’ 자체가 목적인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을 때가 있음.


○시몸장: 예술가의 삶은 어떨까요? 머릿속에 떠오르는것들, 느끼는 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신기해요. 저는노래도 못하고, 그림도 못 그려요. 그래서 머릿속에서는 어떤음이 생각나도 입 밖으로 나오면 완전 깨고, 그림도 마찬가지예요. 머릿속에상을 그대로 나타낼 수 있는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풍요로울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요.


○변강새: 그거야 그냥 내뱉으면 되는 거 아냐. 또배우면 되지 뭐. 그까이꺼!


○황지니: 저는 드라마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재벌 3세로 태어나면 어떨까. 진짜 저럴까. 완전 환경도 다르니까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전혀 다른 느낌일것 같아요. 공주 같은 느낌의 삶? 어떨까요?


○변강새: 이놈의 드라마가…. 위험하다니까 하튼. 쯧쯧


○홍기동: 소소한 것일 수도 있는데, 외동이라서… 형제 있는 집이 궁금함. 같은 집에서 또래가 어울려 지낸다는 것, 어떤 것일까. 친구랑은 다른 그 무언가가 있는 건가?


○변강새: 에이, 지금이라도 나아달라고 하면 되지! 늦지 않았어! 불가능은 없다구!


○홍기동: …. 생긴다고 해도 같이 크는 느낌이 아닌데, 자식 같은 느낌일 거 아님. 그럼 피곤함!


○위흥선: 저는 머리 좋은 친구들이 신기했습니다. 그 TV에 나오는 영재들. 한번 보면 다 기억하고 응용도 하고

규칙도찾고, 정말 부럽기도 했습니다. 죽어라 공부하고 외우고 사전찢어서 씹어 먹는 것도 하는 판에, 보면 다 외우는 머리란. 근데그런 사람들이 또 다 행복하진 않은 거 보면 그것도 묘하고… 그래서 한번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다른가 보다!


○시몸장: 책을 통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인 것 같네요. 우리의 인식이 넓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아요. 다음 2부에서는 ‘관계’에 대한이야기를 좀 더 나눠보도록 하죠.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 이따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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