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전문가 되기] 6
독서토론모임도 방법이 다양하다?
독서토론의 형태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책에 따라, 컨셉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기획할 수 있습니다. 창의융합의 시대답게 여러 가지 예술 장르가 혼합되기도 하고, 낯선 공간과 분위기에서 독서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서토론에 대한 고정적인 상을 허물고 유연한 마인드로 임해야 창조적이고 매력적인 독서토론을 이끌 수 있습니다. 책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하나의 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고 참여하느냐 아니면 각자 읽었던 다른 책을 자유롭게 가져와서 이야기 나누느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서로 각자 다른 책을 가지고 와서, 자신이 가져온 책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참여한 사람들 중에 이미 읽은 분들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고 자신이 준비한 이야기를 합니다. ‘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 안에서 서로 호기심을 갖고 경청하며 이야기의 범위를 일반적인 소재로 확장하기도 합니다. 간단한 진행 방법이에요.
1. 지금 읽고 있는 책, 인생책, 추천하고 싶은 책 등의 테마를 공지한다.
2. 해당 테마 안에서 각자 자유롭게 책을 가지고 온다.
3. 사람들이 모이면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한다.
4. 서로 가지고 온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한다.
(줄거리 소개, 작가 소개, 책에 대한 사연, 추천사, 좋은 구절 등등)
5. 소개한 이야기를 듣고, 다른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질문한다.
6. 이어서 다음 사람의, 다른 책 소개로 넘어간다.
(자발적 지원, 표지 보고 선택하기, 시계 방향 순서대로 하기 등등)
7. 다양한 소개 책들을 모아, 투표도 하고 사진도 찍고, 마무리한다.
서로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는지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 분위기 자체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책들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내가 평소에는 접하지 못했던 낯선 책들에 대한 소개도 직접 들을 수 있는 순간이죠. 가장 큰 매력은 나와 맞지 않을 수 있는 지정도서를 읽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맞지 않는다는 것은 난이도와 흥미, 관심사, 분량 등 여러 영역이 될 수 있겠죠. 이런 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독서습관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것이 ‘자기선택적 독서’의 개념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책을 읽고 만족감이 높았을 때, 스스로 계속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내가 직접 책을 선정해서 읽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소개하는 자리는 주체적인 독서를 이끄는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자유도서 토론의 단점은 깊이 있는 이야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인데요. 함께 공유하는 텍스트가 없다보니 공감대 형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줄거리를 친절하게 설명해도 직접 읽은 것만큼의 감정이입을 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이야기가 엇갈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연히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진전시킨다고 해도, 나머지 참가자들이 소외될 위험이 있어요. 돌아가면서 책소개만 하게 될 경우는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게 되어 토론 자체가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자유도서 토론에서 사회자의 역할은 서로 흩어져 있는 이야기들을 조화롭게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어떤 책이 소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집중하여 듣고 키워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키워드를 바탕으로 모두가 인지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확장하여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죠.
예를 들면 <미디어 읽고 쓰기>(시간여행)를 누군가 소개했을 때, 그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일반적인 이야깃거리를 여러 가지 만들 수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경험과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질문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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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가 참가자들끼리의 질문과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떠한 책들이 소개될지 미리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순간에 집중해서 들어야 제대로된 토론이 가능합니다. 직접 질문한느 것 외에 “질문하실 분 있나요?”와 같이 다른 참가자들이 서로 질문할 수 있는 장도 열어줍니다.
◦ 표지가 화려한 책이 소개되었을 때 “표지는 어떤 의미인가요?”
◦ 제목이 인상적인 책이 소개되었을 때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요?”
◦ 사진, 그림이 많은 책이 소개되었을 때 “사진 몇 장 보여주실 수 있나요?”
◦ 문체가 아름답다고 책이 소개되었을 때 “좋았던 구절 읽어주시겠어요?”
◦ 극단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한 책이 소개되었을 때, “어떤 선택을 하시겠나요?”
자유도서 토론도 조건화 작업을 통해서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나의 인생에 영향을 준 책”, “여행 전에 읽으면 좋을 책”, “친구에게 힘이 되는 책”,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 등으로 도서 선택에 주제 제한을 두면 해당 주제에 대해 고민하며 책을 선별하는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 공통의 관심사로 묶어 이야기가 좀더 밀도 있게 진행되기도 하죠.
그림책과 같이 텍스트가 많지 않은 책, 단편 소설 모음집, 시집, 짧은 에세이집 등은 일부 텍스트를 그 자리에서 함께 읽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맥락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깊이 있는 대화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