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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Mar 22. 2022

지정도서 독서토론, 한 권의 책으로!

[독서토론모임 전문가 되기]  7

읽고 모여 보세요~


많은 분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모두 함께 읽고 만나서 해당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지정도서는 기본 2주 이상의 기간을 주고 공지를 하는 것이 좋아요. 책을 구하고, 읽을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임의 장점으로는 우선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선정한 책을 의무적으로 읽는 과정 속에서 독서습관이 형성되고, 낯선 만남을 통해 인식의 지평을 넓혀나갈 수 있습니다. 혼자 읽었다면 덮어버릴 순간도, 모임 선정 도서라는 긍정적인 부담감이 완독으로 이끕니다. 그리고 토론 준비를 위해 좀더 꼼꼼히 읽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만나기도 하죠.


또 다른 장점은 하나의 텍스트(책)를 공유함으로써 깊이 있는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공유한 맥락 속에는 추가 설명이 필요 없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고,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물론 같은 텍스트지만 서로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기본으로 합니다.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는 다양한 시각이 담겨 있기 마련이니까요. 대신 다른 텍스트를 다르게 이해하는 것과 같은 텍스트를 다르게 이해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생각이 갈라지는 지점이 좀더 명확하니까요. 이를 통해 책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지정 도서 1권을 선장하여 미리 공지한다.

2. 해당 지정 도서를 읽고 올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준다.

3. 사람들과 만나서 나눌 질문을 미리 공유한다.

(독서 가이드 겸 일찍 공유하고 미리 답변 준비하도록 이끌기 / 

자유로운 독서, 생각의 확장을 위해서 모임 바로 전에 공유하기)

4. 사람들이 모이면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한다.

5. 완독 비율을 살피고, 책의 내용을 간단한 정리한다. 

6. 준비한 질문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눈다.

7. 생각을 나누면서 새로운 질문거리로 확장되는 것도 유연하게 반영한다.

8.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정리한다. 

(꼭 하나로 의견을 수렴하는 결말을 지을 필요는 없다)



이렇게 하나의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로젠블랏의 ‘독자반응이론’을 전제로 합니다. 독서의 과정에서 독자의 반응에 초점을 두면, 새로운 의미들이 생성된다는 것이에요. 해석학, 현상학의 사조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으로, 책을 열린 텍스트로 보고 독자가 작품의 빈틈을 메우는 것에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텍스트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존중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의미 자체가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을 안겨준 책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힘든 경험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선정된 도서를 의무적으로 읽는 행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책을 읽은 후에 불만족과 더불어 불편함을 느끼고 독서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역효과가 생기기도 해요. 또한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책을 읽는 것이 누군가에겐 긍정적인 부담감이 되고, 누군가에겐 심리적 압박이 됩니다. 사람마다 다르죠. 그러다 완독에 대한 압박으로 책을 급하게 대충 읽게 되거나, 심하면 참여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모임에서 사회자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도서 선정을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사회자(운영자)가 선정하는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재미있는 책보다, 모임을 알차게 구성할 수 있는 책이 더욱 가치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선정된 책을 읽고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지 준비해야 합니다. 지정된 텍스트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수 있고, 많은 분들이 발제문의 형태로 다양한 내용을 미리 구성합니다.



작가 소개나 시대적 배경과 같은 작품에 대한 정보부터 참가자들과의 대화를 열어줄 질문들, 나아가 추가 활동을 함께 기획하고 준비합니다. 우선 가장 중요하고, 힘들어하는 것이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넉넉히 이야깃거리를 뽑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건 이후에 연습하도록 할게요. 그렇게 만들어진 여러 질문들 중 일부를 선별할 때는 상위 전제인 컨셉을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회자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을 넘어, 다같이 이야기 나눌 담론에 대한 고민, 그리고 참가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백을 얼마나 열어둘 것인지, 몇 명이서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등등. 미리 생각한 만큼 진행도 자연스럽게 됩니다.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를 준비하면 도움이 됩니다. 생각보다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줄거리 요약부터 내용 이해에 관한 질문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진행해야 합니다. 맥락을 놓치고 참여하지 못하거나, 주제와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으니 관심 갖고 지켜보아야 합니다. 성인들도 조금 어렵거나 두꺼운 책은 함께 내용 파악을 먼저 한 후 토론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책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토론도 주변부만 맴돌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나의 책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충돌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사회자는 이런 부분을 지혜롭게 조율해야 하죠. 충돌을 피하는 것만이 좋은 행위는 결코 아닙니다. 그러한 충돌 속에서 서로 이해하고 조화로운 균형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독서토론을 더욱 탄탄하고 의미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결론과 교훈을 이끌어내려고 하기보다 균형을 맞춘다고 생각하고 거리를 살짝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자의 말에는 일반 참가자보다 힘이 실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지정도서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다양한 방법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읽기에 부담을 갖는 참가자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텍스트보다 그 자리에서의 대화를 중요시하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유용한 방법이기도 해요.



1. 단편소설집이나 독립적인 챕터로 구성된 책 활용하기

 (일부 이야기, 몇 챕터만 읽고 와도 가능하도록 미리 안내)

2. 두꺼운 책, 시리즈 책을 처음부터 나누어 읽도록 기획하기

3. 그림책이나 짧은 칼럼 현장에서 함께 읽고 바로 토론하기 

4. 지정 도서의 청소년 판본, 요약본 함께 공지하여 접근성 높이기

5. 해당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영상 자료로 대체할 수 있도록 구성하기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같은 주제의 다큐, 작가의 자세한 강연 영상 등)

6. 직접 요약, 정리한 자료와 발문지를 독서 가이드 형식으로 미리 공유하기



전에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서점에서 단편소설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한시간 정도 각자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은 후, 테이블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었어요. 두 시간 내에 다 해결 가능하니 효율적이고, 책을 읽은 후에 바로 대화를 나누니 따끈따끈한 감상이 오고 갔습니다.


 아쉬운 점으로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에요. 읽자마자 바로 진행하다보니, 모든 것이 조급한 면이 있었어요. 또 각자의 독서시간과 패턴이 다르다보니 만족스런 독서를 하지 못한 분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주어진 시간이 또다른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책읽을 시간도 늘리고, 모임 시간도 늘리고 다 하면… 4시간은 족히 될텐데, 그만큼의 시간을 한 번에 갖기는 힘들죠.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 이것저것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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