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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Mar 22. 2022

독서토론에는 사회자가 필요하다?!

[독서토론모임 전문가 되기] 5


당신은 사회자!? 심판? 리더?


마지막으로 사회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사회자의 역할도 다양하게 나눌 수 있지만 주로 발제를 통해 나눌 이야기를 준비하고, 토론을 진행하며 과정을 조율합니다. 사회자가 권위를 갖는 경우 도서 선정부터 토론의 큰 기획까지 담당하기도 하죠. 한 사람이 전담해서 진행하기도 하고, 사회자 역할을 돌아가면서 맡기도 합니다. 모두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은 좋지만, 사회자의 진행 역량에 따라 토론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사회자가 발제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우선 순위’입니다. 여러 가지 질문을 만들고 상황을 준비해도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토론은 변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다양하게 확산되기도 하고 샛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이것 또한 토론의 매력이기 때문에 완벽히 통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준비된 발제를 다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유연한 태도와 함께, 넘어가도 될 것들과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그러한 우선 순위가 무한한 삼천포의 세계에서 독서토론의 발제로,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결국 독서토론이니까요. 작품과 독자의 균형을 잘 잡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제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취합하는 방법을 이용해도 됩니다. 

1. 사회자가 질문 넉넉히 만들고, 참여자들이 나누고 싶은 질문 투표하기

2. 한 명 당 하나씩, 꼭 나누고 싶은 질문 만들기 (5명만 되어도 더하면 5개)

3. 모두가 자유롭게 질문 만들고, 질문 중 투표해서 질문 고르기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의 차이가 아니라, 독서토론의 컨셉을 기준으로 잘 배열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충실히 발제를 하고 모임을 준비해도, 실제 토론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과 같이 예상하기 힘들어요. 그 순간순간 상황을 적절하게 조율하며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많은 경험이 필요하기도 하죠. 저는 사회를 볼 때 나름의 롤모델을 정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직접 경험이 적으면 간접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죠.



◦ 손석희 스타일: 토론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날카롭고 냉청하게 사회에 집중하기

◦ 김구라 스타일: 주도적으로 패널들에게 권하고, 지시하고, 판단하며 이끌기

◦ 이동진 스타일: 평론가적 시선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해석을 더하기 

◦ 설민석 스타일: 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강의식으로 풀어서 진행하기 


◦ 유재석 스타일: 참가자들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뒷받침 해주기

◦ 신동엽 스타일: 개그 본능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유머를 섞어 분위기를 띄우기

◦ 유희열 스타일: 궁금한 척, 결핍을 유도하며 참가자들의 능력을 극대화 시키기

◦ 박나래 스타일: 본인이 망가지면서, 사람들이 편하게 나설 수 있는 분위기 만들기 



다들 유명한 사회자이지만 각자의 특색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을 머릿속에 그리고 진행하면 도움이 됩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나가는 것이죠. 특히 독서모임 사회자는 똑똑해야 한다, 누구보다 책에 대한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강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꼭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모임이 다 잘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나아가 여유가 생긴다면 선정 도서나 모임의 분위기에 따라 역할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드럽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와 유머러스 하게 분위기를 조절할 때, 날카롭게 이야기를 매듭지을 때 등 상황에 따라 적절한 개입을 하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모두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바탕으로 골고루 발언권을 갖는 것이 이상적 입니다. 그래서 말수가 적은 사람 들은 한 번씩 지정해서 발언권을 확보해주고, 투 머치 토커에게는 살짝 주의를 주는 것이 필요해요. 물론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말이죠. 특정 주제에 따라서는 한 쪽 입장으로 의견이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분명히 ‘옳 다’고 생각하고 ‘상식선’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다시 한번 성찰하는 것이 필요해요. 요즘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이 여러 상황에서 많이 쓰이는데, 100% 평평한 운동장은 찾기 힘든 현실입니다. 인간의 인지 편향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증명되고 있으니까, 평평한 운동장은 과거와 현실, 미래에 모두 찾기 힘들 수도 있겠네요. 모두 노력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이러한 진행 과정 속에서 챙길 것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토론 참가자의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의견 대립이 있어도 그 자리에서 잘 풀 수 있도록, 감정이 상하는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의견이 오고 갔어도, 생각의 교류를 나누었어도, 기분이 상한 상태로 마무리 지으면 안 좋은 기억만 남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독서토론 자체에 대한 나쁜 기억이 지속적인 참여를 방해할 수도 있어요. 지속적인 독서습관을 위해 ‘유의미한 독서경험’이 필요하듯이, 지속적인 독서토론을 위해선 ‘유의미한 독서토론경험’이 필요합니다. 이 ‘유의미’ 속에는 즐거움과 유익함이 모두 포함되죠. 즐거움이 사라지면 ‘유의미함’도 색깔을 잃고 독서토론을 이어나갈 동력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뜨거운 토론 이후에도 유종의 미를 잘 거두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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