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전문가 되기] 3
독서토론을 구성하는 것은?
독서토론을 구성하는 2가지 요소는 책과 사람입니다. 책을 두고 사람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이유입니다. 여기에서 사람을 굳이 분리한다면 참가자와 사회자로 나누고 싶습니다. 참가자는 함께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이죠. 다양한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근원입니다. 그리고 이중에서 사회자가 나옵니다. 사회자를 미리 지정하는 경우도 있고, 참여한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는 사회자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조금 더 비중 있게 이끄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그리고 그 역할이 매끄러운 모임 진행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은근한 무게 중심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책, 참가자, 사회자의 3가지 요소를 살펴보겠습니다.
책, 독서토론이면 책이 있어야지!?
우선 한 권의 지정된 책을 함께 읽고 진행하는 방식의 독서토론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다른 모임들과 독서토론모임의 차이점은 바로 이 책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책을 선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여러 가지 기준을 통해 독서토론에 적합한 책을 선정합니다. 참가자들도 선정 도서가 좋아서 참여하기도 하고, 선정 도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참여하지 않기도 합니다. 독서모임 진행 전 얼굴마담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너무 부담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책을 선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니까요. 형식적인 방법 몇 가지 공유하겠습니다. 저또한 모임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보고 있어요. 가장 어울리는 방법을 찾는 과정입니다.
1. 사회자가 권위를 갖고 책을 선정합니다.
2.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은 후, 투표를 통해 민주적으로 정합니다.
3. 사회자가 3~5배수 도서를 선정하고, 그 중에 참가자들이 투표를 합니다.
4. 참가자들의 추천 책들을 3~5배수 후보로 올려 놓고 최종 결정을 사회자가 합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고,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권위적이면 전문성이 확보되지만, 독단적으로 진행될 수 있고요. 사회자는 책을 좋아할 확률이 높고, 다른 참가자보다 책임감이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인지라 주관적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어요.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할수록 민주적인 태도와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무게감이 결여될 수 있습니다. 큰 준비 없이 가볍게 추천하거나, 베스트셀러만 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러한 의미에서 독서토론에 적합한 책을 고르는 기준을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독서토론의 목표, 모임의 컨셉입니다.
독서토론의 취지가 무엇인지, 이 활동으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그래야 도서 선정의 과정이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모임의 취지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미 하고 싶은 책이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이러한 부분을 곱씹어 생각해야 해요. 누군가 “왜 이 책을 선정했나요?”라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유가 딱히 없어도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모임의 방향성이 잡히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것이 하나의 지표가 되는 것이죠. 그래야지 혼자 읽는 것과는 다른, 함께 읽기의 가치가 빛을 발합니다. 물론 방향성을 제시할 뿐이지, 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방향성은 과도한 ‘삼천포’를 방지하고 책의 가치에 집중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컨셉은 참가자들을 모집할 때도 분명히 하면 좋아요. 누군가는 ‘여유롭게 힐링하기 위해서’ 독서모임에 참여했는데 날카롭고 불편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다룬다면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역으로 누군가는 ‘지적 충만을 위해서’ 독서모임에 참여했는데, 가벼운 일상 에세이를 다룬다면 허탈하겠죠.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은데, 성공 신화 가득한 자기계발서를 주로 다룬다면 흥미가 달아날 것이고, 현실적으로 돈도 벌고 일도 잘하고 싶은데 노벨문학상 선정 작품만 읽으면 마음이 다급해질 거예요.
•목표: 혼자 읽기 힘든 고전을 함께 읽고 성찰하기
•목표: 다루기 힘든 불편한 주제들에 대해 고민하기
•목표: 그림책을 통해 일상 속 상처 받은 마음 치유하기
•목표: 재테크 트렌드를 이해하여 경제적 독립 이루기
두 번째는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재미있는 책과 생각을 자극하는 책이 같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은 후 토론을 전제로 할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는 중요한 부분이죠.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거나,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거나,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다루는 등 가치 있는 질문거리를 어렵지 않게 뽑아낼 수 있는 책이 발제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사회자가 어떤 책이든 질문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된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겠죠. 하지만 참가자도 책을 읽으면서 나눌 이야기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면 독서토론의 참여도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독서토론 준비 시간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너무 난해하거나 관념적인 책, 읽은 후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모임 초반에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터디 형식의 탐구형 모임에서 다룬다면 또 다르겠지만, 독서토론 초기에는 주제가 뚜렷하고 키워드가 명확한 책이 유용합니다.
•<1984>(조지 오웰): 감시 권력, 미래 사회에 대한 경계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여성 인권 문제
•<자존감 수업>(윤홍균): 현대인의 심리, 자존감 문제
•<페인트>(이희영): 부모 면접, 가족의 의미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센델): 현대 사회 정의의 문제
세 번째는 읽을 수 있는 책이어야 합니다.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읽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슨 당연한 말인가 싶죠. 하지만 사람들의 독서력은 천차만별입니다. 책도 읽기 힘든, 겨우 완독하는 상황에서는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생각을 담아 이야기 나누는 활동이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난이도나 분량, 흥미도 등을 참여하는 사람들의 기준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나이와 독서력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별적 언어능력을 미리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성인의 경우에도 전문 분야 외에는 관심이 없거나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으니 잘 체크해야 합니다. 아무리 의미 있는 책이라도 읽히지 않으면 가치를 잃고 모임의 분위기는 시들게 되니까요. 차라리 살짝 쉬운 책이 토론하기는 더 나아요.
난이도가 높거나 분량이 많은 책은 넉넉한 시간적 여유를 두거나 분량을 쪼개어 읽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바쁜’ 현대인과 함께 하려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죠. 물론 이런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동기유발’ 책들도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를 다룬 신간 베스트셀러 책이나, 유명한 작가의 작품, 방송에 소개된 작품 등은 참가자들의 흥미를 유발하여 어떤 난관도 극복하게 해줍니다.
•<동물농장>(조지 오웰): 분량이 많지 않고, 우화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어 세계명작 입문서로 유용합니다.
•<열두 발자국>(정재승): 12가지 독립된 챕터로 나누어져 있어, 관심 있는 내용을 골라 읽을 수 있습니다.
•<오헨리 단편선>(오 헨리): 짧은 이야기들 중 일부를 골라 부담 없이 나누어 읽을 수 있습니다.
•<데미안>(헤르만 헤세): 인기 가수 방탄소년단 음악의 모티브로 알려져 청소년들이 두통(?)을 참아가며 읽습니다. (관념적인 작품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