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전문가 되기] 2
독서토론이 왜 중요한가요?
요즘 나이를 불문하고 취향 모임의 하나로 독서토론모임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서토론은 교육적으로도 단순 취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21세기에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입니다. 수많은 미디어 중에 가장 진입장벽이 높고, 참을성과 끈기가 필요한 미디어를 즐기는 것이니까요. 그 후에도 책을 읽고 할 수 있는 행위는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수많은 독후활동들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첫째, 말하기와 듣기 능력, 모두를 키울 수 있습니다.
말하기도 제한된 주제와 형식 안에서 조금 더 논리적으로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야 공감과 반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형태의 독서토론이든 나의 생각, 감상을 상대방이 들을 수 있게 전달해야 합니다. 또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리액션도 해주고, 반발도 하려면 집중해서 들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독서토론을 많이 하면 조리 있게 말하게 되고, 핵심을 잘 듣게 된다고 하죠. 일상 생활에서 말하기와 듣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에, 토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둘째, 책을 꼼꼼하게 읽게 됩니다.
학창시절 발표수업을 생각하면, 발표를 듣는 학생과 발표를 하는 학생은 태도 자체가 다릅니다. 듣는 학생은 부담 없이 관련 내용을 쓱 보고 오지만, 하는 학생은 몇 번을 읽고 깊이 있게 추가 조사까지 해서 앞에 섭니다. 토론에 임하는 마음가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읽고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듣고 반응하는 자리는 긍정적인 부담감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책도 조금 더 꼼꼼하게 읽고, 밑줄도 긋고, 포스트잇도 붙이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질문까지 만든다면 금상첨화죠. 독서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좋은 독서습관이 길러집니다.
셋째, 다양한 생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독서토론은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과의 대화를 상정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는 순간이죠. 거기다 영혼 없는 일상 대화가 아닌, 다양한 주제에 대해 나의 생각을 꺼내야 하는 상황이 주어집니다. 조금은 두렵고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그런 ‘판’이 깔린 이상 뒷짐만 질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혼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들이 있어요. 우리의 삶은 복합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 책이라는 텍스트로 깊은 생각을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생각들과 충돌하게 되며 나의 인지적 유연성이 길러집니다. 혼자서 책을 100번 읽어도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일들이죠. 점점 더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데 이러한 유연한 사고와 포용성은 큰 힘이 됩니다.
넷째, 여러 사람들과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가치관을 확립하게 됩니다.
사람들과 상대적인 관계 속에서 나를 더욱 객관적으로 알아갈 수 있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나보다 더 보수적인 사람, 나보다 더 진보적인 사람, 경제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 인간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 등을 만나면서 나는 어떤 가치관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저울질해 볼 수 있어요. 스스로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입니다. 혼자서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인지 편향에 취약한 우리 인간은 조금 더 강하고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책과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더 큰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학문적인 의미 외에 많은 경험적인 이유들도 있습니다. 책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학교도서관저널)에는 독서동아리에 참여하는 홍천여고 학생들이 답한 독서동아리 활동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다양한 답변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은 “친구들과 책 읽고 이야기하는 재미있는 시간”,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 시간”, “걱정이 없는 시간”과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 자체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답변들이라 참 뭉클했습니다.
그 외에도 <같이 읽고 함께 살다>(느티나무책방)에는 성인 독서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인터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만큼 참여 이유도 가지각색이었어요. 책이 정말 좋아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책과 친해지고 싶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교양을 쌓고 싶어서, 새로운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어서 등이 있었죠. 그만큼 독서토론의 매력은 무궁무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