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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리뷰] 인생 (위화)

by 이승화

*한마디: 기구한 인생

*추천대상: 살기 막막한 분

*깔때기: 나에게 닥쳤던 시련과 고난의 경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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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슬퍼서 펑펑 울면서 봤다. '푸구이'라는 푸근한(?) 이름이 입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인생 정말 녹록치 않구나, 이에 비하면 난 행복하구나, 생각하며 스스로 다독였다.

이번에 다시 읽을 때는 슬픔보다 화가 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장난이란 말인가! 도대체 살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인생도 리셋이 가능하다면, 시스템 복원처럼 돌아갈 수 있다면, 정안되면 포맷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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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슬픈 소설을 본 뒤에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란 개념이 떠오른다. 신이 딱! 나타나 엉망진창 문제들을 해결해주며 '정신차렸니? 앞으로 잘하자.'라며 딱밤한대 때려주는, 작품의 완결성 따위는 접어두고 밝은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는, 그런 결말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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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만하다며 운명과의 우정을 강요하고 싶다면 따끔하게 운명과 절교하고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주까지 마감을 지켜야한다며 책임감과 프로의식을 강요하는 분들에게 사직서를 내미는 것처럼. (지금 행복해요.. 그냥 이입을 과하게해서...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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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약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어떤 권위를 갖는다면, 아마도 그 권위는 작품이 완서오디기 전까지만 유효할 것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작가의 권위는 사라진다. 이제 더 이상 그는 작가가 아니라 한 사람의 독자이기 때문이다.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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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대로라면 나는 옛날에 죽었어야 해. 전쟁 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유독 나만 안 죽었잖소. 그건 바로 내가 매일같이 살아서 집에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야 한다고 속으로 주문을 건 덕분이지. 그런데 당신은 우리를 이렇게 쉽게 버리겠다는 거야?"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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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면, 때로는 마음이 아프지만 때로는 아주 안심이 돼. 우리 식구들 전부 내가 장례를 치러주고, 내 손으로 직접 묻어주지 않았나. 언젠가 내가 다리 뻗고 죽는 날이 와도 누구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말일세.

나도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네. 내가 죽을 차례가 되면 편안한 마음으로 죽으면 그만인 거야.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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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한평생을 돌이켜보면 역시나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 정말 평범하게 살아왔지. 아버지는 내가 가문을 빛내기를 바라셨지만, 당신은 사람을 잘못 보신 게야. 나는 말일세. 바로 이런 운명이었던 거라네.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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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한평생을 돌이켜보면 역시나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 정말 평범하게 살아왔지. 아버지는 내가 가문을 빛내기를 바라셨지만, 당신은 사람을 잘못 보신 게야. 나는 말일세, 바로 이런 운명이었던 거라네. 젊었을 때는 조상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살았고, 그 뒤로는 점점 볼품없어졌지. 나는 그런 삶이 오히려 괜찮았다고 생각하네. 내 주변 사람들을 보게나. 룽얼과 춘성, 그들은 한바탕 위세를 떨치기는 했지만 제 명에 못 죽었지 않은가.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거야. 아옹다옹해봐야 자기 목숨이나 내놓게될 뿐이라네.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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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인생>은 그러한 운명의 존재를 인정하되, 그 거대한 힘에 그저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거부하고, 새롭게 개척하고, 그러면서 운명의 길과 자기 삶의 길을 허허롭긴 해도 나란히 함께 걸어가는 그 담담함의 미학을 그려냈다.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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