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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Apr 28. 2023

[읽기코칭] 2. 말귀? 글귀? 동문서답을 피하자!

삶을 위한 문해력, 독해력을 향상하는 

주로 독서법과 독서 토론 강의를 진행하는 중, 흥미로운 강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성인들이라 어차피 책을 잘 읽지 않으니, 의사소통에 관한 강의를 해달라고 하더군요. ‘왜 말귀를 못 알아들을까?’가 메인 주제였습니다. 평소 진행하는 독서 토론에서 ‘독서’만 빼면 되는 부분이라 가볍게 승낙하였고, 강의도 재미있게 진행했습니다. 다들 공감하는 요소가 많았으니까요.


담당자는 복습용으로 강의를 촬영해 주셨고, 기울어진 핸드폰 화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어두침침한 영상을 받았습니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 소음이 많이 들어간 부족한 콘텐츠지만, 간단한 자막을 달아 유튜브에 올렸어요. 말귀 어두운 주변 사람들에게 링크를 공유해 주려고요.


예상외로 이 유튜브 콘텐츠는 많은 사람이 시청하고 댓글을 달아 주었습니다. 각자 마음고생 한 사연이 구구절절 담겨 있었어요. 학원 선생님께 답답하다고 혼난 이야기, 직장 상사한테 갈굼(?) 당한 이야기, 무슨 말인지 몰라 혼자 엉뚱하게 반응한 경험이 가득했습니다. 이 주제로 이렇게 많은 분이 가슴앓이하고 있는지 전에

는 몰랐어요. 읽기와 듣기는 밀접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간단히 다루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해드리고 싶은 조언은 ‘모두 당신의 탓은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소통은 쌍방향을 전제로 하기에, 불협화음이 생긴다면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말하는 사람이 제대로 말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크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연은 다시 묻기 어려운 직장 상사거나 선생님을 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 이때 우리는 복합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선은 내가 어떤 상황에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였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항상 그렇다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실제로 ‘소음성 난청’으로 고생하는 분이 많이 있어요.

‘난청 자가 진단 리스트’ 검색하면 간이 진단지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진단하는 과정에서 평소 생활 습관을 돌아볼 수 있어 유익합니다.


항상 그렇지 않다면,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어요. 

*대상의 문제: 10명 중 9명은 괜찮은데, 1명이랑 대화할 때만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공간의 문제: 집에서는 괜찮은데 학교나 직장에서만 머리가 멍해진다면? 

*시간의 문제: 주로 혼나는 시간대가 정해졌다면? 

*심리의 문제: 반복하여 두통과 속 쓰림이 동반된다면? 

*배경 지식의 문제: 특정 주제에서만 문제 상황이 심해진다면?  


평소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었는데, 직장 사수한테만 말귀 어둡다고 자주 혼나는 분이 있습니다. 그 사수는 굉장히 함축적인 대화를 구사하는 분이었고, 그런 소통 방식이 굉장히 낯설었던 것입니다. 모두가 여러분에게 조곤조곤, 아나운서처럼 친절하게 말해주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렇게 말 잘하는 분, 글 잘 쓰는 분을 만나기가 더 어렵습니다.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면, 결국 만나는 대상을 연구하여 나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빠르게 적응하는 방법이에요.


영화 <맨발의 기봉이>를 보시면 기봉이가 하는 말은 정말 알아듣기 힘듭니다. 하지만 기봉이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할머니는 자동 번역이 가능합니다. 아이들의 어눌한 발음을 부모님은 다 듣고 이해합니다. 방언이 심하신 분과 대화할 때, 타지방 사람은 당황하지만, 지인은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죠. 저의 어린 시절에 새겨진 강렬한 경험이 하나 있어요. 초등학교 시절, 방학 기간에 큰아버지 댁에서 한 달 동안 지냈습니다. 또래도 있고, 중학생 누나와 고등학생 형도 있었어요. 그때 누나가 큰 어머니에게 한 말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엄마! 승화가 하는 말, 못 알아듣겠어.”


저희 엄마는 성격이 급하시고 말도 빠르신데, 그 환경 속에서 자란 저도 속사포 랩을 시연하고 있었지요. 저는 익숙했지만 느긋한(?) 환경 속에서 살았던 친척들은 제 말이 낯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서로 적응하면서 별문제 없이 한 달을 잘 지냈습니다. 말하는 사람 처지에서 듣는 사람을 배려하고, 듣는 사람 상황에서 말하는 사람을 배려한다면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말하는 사람(화자)이자 듣는 사람(청자)이기 때문에,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아는 것이 모든 소통의 기본입니다.


<위 작품에 수록된 글입니다, 성인 1:1 온라인 코칭도 진행 중입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22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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