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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May 15. 2023

[읽기코칭] 10. 깔끔 요약 (2)압축하기

읽어도 읽은 게 아닌, 당신을 위하여! 문해력 처방

구조를 고려해 전체 그림 담기


 내용을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약·정리를 잘못하면 그이후에 ‘핵심 메시지 찾기’와 ‘생각 더하기’, ‘감상’도 주르륵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잘못된 퍼즐 위에 새로운 퍼즐을 쌓으면 쌓을수록 위태롭고, 결국 쓰러지고 맙니다. 그때마다 “요약을 읽으면 전체 그림이 그려지도록 정리하세요.”라고 피드백해요. 일부

만 똑 떼어오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전체를 압축하는 느낌입니다. 압축을 강조하는 이유는 일부만 발췌했을 때 놓치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두꺼운 이불을 정리할 때, 압축팩을 많이 사용합니다. 압축팩은 공간을 최소화하고 누르고 눌러서 부피를 줄이죠. 힘든 일이지만 이렇게 하면 부피를 최대한 적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 이불의 일부를 잘라 똑 떼어온다면 전혀 다른 상태가 됩니다. 다시 전체를 볼 수가 없지요. 


선택과 집중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삭제, 발췌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과감하게 가위질을 하고 통편집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이렇게 좁은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생각하니 이후의 피드백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지요. 통편집했던 것은 되돌리기도 어렵지요. 그래서 ‘부분 발췌’보다 ‘압축’의 느낌을 기억하고 요약하세요.


글을 읽을 때, 독자마다 주목하는 부분이 다릅니다. 그래서 많이 하는 실수 중에 내가 주목한 부분을 중심으로 요약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체 글이 1장(25%), 2장(25%), 3장(25%), 4장(25%)으로 구성되었다고 했을 때, 3장에 꽂힌 분은 3장을 중심으로 전체 글을 요약하는 것이죠. 심하면 1장은 통째로 쏙 빼놓기도 합니다. 중요도에 의한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자신의 기울어진 인식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시야가 좁은 요약은 전체 맥락을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럴 때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이 목차입니다. 비문학 책이나 논문, 보고서에서 목차는 글의 뼈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차가 없는 짧은 글은 문단을 나누어 보세요. 대충 서론 / 본론 / 결론, 주장과 근거, 원인과 결과, 비교와 대조, 문제와 해결등의 구조가 보일 겁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내용을 요약하면 글의 전체 맥락을 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낯선 이에게 간단히 설명하기


글을 오래 탐구할수록, 배경 지식이 많을수록,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과몰입입니다. 요약·정리하면서 과도한 해석, 주관적인 생각을 첨가하는 것이지요. 그런 분에게 항상 ‘생각의 출처’를 물어봅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출처를 텍스트 안에서 찾으라고 합니다. 과도한 추론과 억측, 선입견과 편견이 맞물려 의미를 왜곡하거나 창출하는 일도 많거든요. 요즘 말로 ‘뇌피셜’입니다. 공식적인 의견을 뜻하는 ‘오피셜’, 작가가 말하는 ‘작가피셜’과 다르게, 나의 ‘뇌’에서 나온 주관적인 의견이라는 뜻이지요. 여기선 텍스트가 기준이니,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과몰입을 조절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낯선 사람에게 글을 설명하듯이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지 않은, 친하지 않은 낯선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지요. 친한 사람은 과도하게 생략하거나 넘겨짚는 때가 있는데, 낯선 사람은 거리를 두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되거든요. ‘당신이 얼마만큼 아는지 모르겠으니, 내 생각을 줄이고 글의 내용을 전할게요.’라는 마음가짐을 전제로 합니다.


일인칭으로 글을 쓰다 주관적 생각과 내용을 분리하기 힘들 때는, 삼인칭 화법으로 바꾸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글쓴이는 ~라고 말했다’, ‘이 책은 ~을 담고 있다’라는 화법은 좀 더 객관적인 접근을 도와줍니다. 글 자체는 조금 딱딱해질 수 있지만, 내용 정리는 명확해집니다.


한 작가님의 글을 읽고 요약하는 과제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한 수강생은 그 작가님의 책을 읽은 적이 있고, 작가님이 시나리오 작성에 참여한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배경 지식으로 작가의 가치관과 사상이 쌓여 있었습니다. 글을 읽자마자 작가님의 뉘앙스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핵심 메시지를 잘 뽑아냈지요. 하지만 요약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그 작가님의 책을 안 읽었을 확률이 높고, 드라마까지 챙겨봤을 확률은 굉장히 낮으니까요.


이때 빛을 보는 것이, 낯선 사람에게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별도의 배경 지식이 없는 분에게 이 글을 설명한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에요. 글을 안 읽은 분에게, 훼손 없이 글의 내용을 압축하여 설명해야 합니다. 그럼 접근 방식이 달라지지요. 작가님은 이런 배경으로 이런 글을 쓰셨고, 이런 전략을 활용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식으로 기승전결을 살려 내용을 정리할 것입니다. 우선 이렇게 압축한 상태에서 양을 붙이거나 덜어내는 것이 효과적인 요약·정리입니다.


<위 작품에 수록된 글입니다, 성인 1:1 온라인 코칭도 진행 중입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22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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