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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Aug 24. 2023

[영화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_재난 속 우리와 그들

스포 없는 생각의 흔적

#영화리뷰 #콘크리트유토피아 #엄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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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서울 재해 속 살아남은 황궁 아파트 주민들과 외부인들의 생존 갈등

*감상: 같이 살자... 아니, 근데... 어렵...

*추천대상: 지키고 있는 분  

*이미지: 지하철

*내면화: 나라면 어떤 선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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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흥미진진한데, 마음은 무겁습니다. 갑자기 일어난 재난 속 우연히 멀쩡한 황궁 아파트. 기존 주민들과 외부인들과의 갈등이 심화됩니다. 선해 보이는 사람이 있고 이기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지만, 누구도 쉽게 욕할 수 없어요. 저는 딱 "난민 문제"가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수용하느냐, 배척하느냐...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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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상관없이, 영화 줄거리를 피해 에둘러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10년간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하나의 인간상을 확립했어요. 좌우명이라고 하긴 그렇고, '좋은 어른이 되자!', '어떤 어른이 좋은 어른인가?'에 대한 생각을 나름 정리했습니다.

꽉 찬 지하철에서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것.

조금씩 조금씩 몸을 움직여, 새로운 사람들이 탈 수 있도록 말이죠.

누군가는 째려보며 방어하지만, 누군가는 자리를 만들어 주더라고요.

"탈 수 있어요!"라면서...!

지금은 거~의 볼 수 없지만, 예전에 출퇴근 광역버스에서 서 있으면 가방이라도 들어주겠다는 분들이 있었어요. 저도 그 이후로 몇 번 그런 적이 있습니다. 엄청 고맙더라고요! 그것까지는 아니라도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주는 분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통로에서 떡하니 기대고 길 막고 있는 분들은 진짜... 미웠어요. 항상 출입문만 부대낍니다.

지금은 지하철을 많이 타요. 우선 지하철 안쪽은 황궁 아파트입니다. 앉은 사람은 1인석이라 편하게 누릴 수 있어요.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본인의 안락함을 지키기 위해 넉넉~하게 편히 서 있습니다. 손잡이 한 개당 한 명씩 있으면 어깨가 닿고 좁으니 불편하니까요. 그 중간에서도 더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위처럼 자신만의 자리를 떡하니 잡고 움직이지 않는 분들이 있어요. 그렇게 똬리를 틀고 편하게 스마트폰을 봅니다. 결국 입구만 미어터집니다. 

그럴 때 항상 드는 생각이, 조금씩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리가 생길 텐데... 아쉽다! 입구에 몰려 있는 분들은 그만큼 불편하고 힘드니까, 새로운 분들이 탈 때마다 철벽 방어를 칩니다. "자리 없어요~ 다음 거 타세요~"라고 말하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모두들 압니다. 다음 열차도 어차피 꽉 차 있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죠. (황궁 아파트를 떠난 많은 사람이 얼어 죽은 것처럼, 다른 구멍이 없는 경우죠.) 나아가 그분들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기만 해도 몇 명이 더 탈 수 있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군대에서처럼 안쪽부터 의무적으로 채워 넣으면 많이 들어가겠다... 이런 마음으로, 최대한 발을 꿈틀꿈틀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고난을 분배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한 명이라도 더 태워서... 다 같이 출근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 흥미로운 것은 만석인 지하철에서, 5명이 내렸다고 하면 산술적으로 5명은 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죠. 하지만 또 그렇지 않아요. 기존에 있던 분들이 조금 더 안락한 자세로 가기 위해 공간을 차지하면서 3명 정도만 탈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좀 탈게요~" 하면서 겨우겨우 끼어 타고, 그 이후에는 "자리 없어요~"라면서 철벽 방어를 시전해서 뜨악했습니다. 딱 나까지만 마지노선! 우리까지만! 여기까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그 밖에 있는 그들!  

모두 인성이 나쁜 분들은 아닐 거예요. 스마트폰 때문에 정신없을 수 있고, 몸에 땀이 많아서 일부러 거리를 둘 수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관성이라고 생각해요. 기득권의 관성! 내가 기득권이 되고 나면 그것을 기본값으로 두게 됩니다. 포기하기 어렵고, 나누기 어렵습니다. 우연히 얻은 것이라도 말이죠. 심지어  노력해서 얻었을 때, 나도 겨우 얻은 것이니, 얻지 못한 남을 이해해야지가 아니라... 나는 겨우 얻었으니 더욱더 지켜야 한다! 이런 심리죠.

영화에서도 다양한 인물들이 나옵니다. 외부인을 품자는 사람과 강력하게 내쫓자는 사람, 그 중간에서 갈등하는 사람 등등 명확한 캐릭터들의 갈등이 숨 막히게 드러납니다. 고구마같이 답답한 캐릭터도 있고, 사이다같이 시원시원한 캐릭터도 있지만 누가 정답이라고 할 수 없어요. 밉상은 있지만 밉상 짓도 다 이유가 있어요. 어디에 대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재난까지는 아니더라도, 황궁 아파트 사건은 여기저기 대입할 곳이 많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계속 되물어야겠어요. 아파트는 주민의 것! 나라의 것! 사람의 것! 세계의 것! 지구의 것! 생명체의 것!...


p.s 물론 구조적인 입장도 생각해야 합니다. 혼잡 시간대 이동 수단을 늘리거나,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하거나! 하지만 영화에서 그런 정책적인 역할이 드러나지 않기에, 여기서도 논외로 하였습니다!ㅎㅎ 



<명대사 모음>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아파트는 주민의 것

왜 남의 집에 신발 신고 들어오고 난리야...

저 여기 살아도 요?

내가 만든 내 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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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타그램 #무비스타그램 #콘크리트유토피아 #이병헌 #재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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