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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Nov 03. 2023

[듣기 태도] 지금 긴장되는 상황인가요?

말귀가 어두운 당신을 위한 처방전

방송에서 경연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다양한 경연 프로그램이 서바이벌식으로 진행돼요.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한 상태에서 무대에 오르지만, 무대에서 많은 실수를 합니다. 심리적 압밥감과 긴장 속에서 실수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머리가 하얘진다." 그 상태에서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일상 속에서도 긴장되는 상황은 자주 찾아옵니다. 시험이나 면접을 본다거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중요한 발표를 한다거나, 상사에게 혼이 난다거나 등 여러 가지가 떠올라요. 평소에 사람들과 무리 없이 대화를 주고 받았다고 하더라도, 상황의 기세에 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에 들어오지 않으니 자꾸 되묻고, 정리도 안 되고 혼란스럽죠.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앞에 두고 강의를 해야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초여름이었는데, 멋부린다고 정장을 입고 갔었어요. 날씨는 덥고 에어컨은 잘 안 되고, 사람들 많아서 긴장은 되고...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 반응도 잘 보이지 않고, 꾸역꾸역 해야 할 말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시간을 크게 초과하고, 제대로 내용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로 끌려 내려와야 했습니다. 마지막에 어떤 분이 손까지 들고 빨리 끝내달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당차게도 "저는 교육을 꽉 채워서 합니다!"라고 대답했어요. 바로 이어서 점심 시간이니까 빨리 끝내달라는 투정으로 오해한 것입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흑역사예요. 끝나고 들으니 많은 관계자 분들이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고 해요. 말소리도 하고 몸짓도 하고, 더우면 옷을 벗으라는 신호도 주고... 근데 무대 위에 있던 저는 하나도 몰랐어요. 시야도 좁아지고 귓구멍도 막히는 순간이었어요.



조금 더 일상의 예로 말씀드릴게요. 저는 드라마 <미생>을 참 좋아합니다. 직장인의 단면을 정말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등대와 같은 길잡이로 삼기도 하고요. 이렇게 사이가 좋은 직장 동료 셋이 있다고 합시다. 다 사이가 좋기 때문에 '화자'와 '청자'의 관계는 듣기의 큰 걸림돌이 안 됩니다. 옥상에서 이렇게 편하게 대화할 때는 부담 없이 소통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혼나는 상황에서는 긴장이 많이 됩니다. 평소에 관계가 좋았던 사람이라도, 소통에 문제가 없던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긴장된 회의 분위기 속에서 내가 타겟이 된다면? 식은 땀이 줄줄 나면서 내용이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평소 관계가 좋아서 그나마 완충 작용이 되는 분들도 있지만, 배신감을 느끼고 더 민망해 하는 분들도 있어요. 체감상 타격감이 더 큰 것이죠. 감정적으로 "나를 싫어하나?" 이런 생각까지 들면, 온갖 나쁜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습니다. 그럼 내용이 안 들리거나, 잘못 해석하게 되죠. 이런 경직된 상황에서는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합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빨리 알아채야 해요.



너무 긴장해서 듣기가 안 될 때, 상황을 도피하는 방법이 있어요. 쉼호흡을 충분히 하고, 본인을 다른 곳에 데려다 놓는 겁니다. 맘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옥상이나 카페로 말이죠. 그리고 지금 상사의 꾸지람이, 내가 믿고 의지하는 사수와 티타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세요. 티타임하면서 뭐 따끔한 조언도 나올 수 있는 거니까요. 큰 소리가 나도, 자체적으로 데시벨을 조절하며 마음을 컨트롤하세요. 이렇게 태도가 안정되어야 내용도 잘 들리고, 다음 지시 사항도 수행할 수 있어요. 




다음은 정면 돌파하는 방법입니다! 지금의 긴장된 상황을 인정하고 이겨 내는 겁니다. 학생과 선생님처럼 배운다는 마음으로, 혼난다는 마음으로 정신 바짝 차리고 달려드는 겁니다. 상황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나의 태도를 바꾸는 겁니다. 그 의지를 받아쓰기 하는 마음으로, 메모로 표현해 보세요. 열심히 뭔가 적으면 눈도 안 마주쳐도 되고 메세지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요. 그때 제대로 듣지 못한 것도 남은 메모를 조합하면 의미가 구성될 겁니다. 


전혀 다른 두 가지 방법을 이야기한 이유는 성향 차이 때문이에요. 태도를 정립하는데, 개인의 성향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누군가는 회피하며 힐링이 되지만, 누군가는 회피할 때 더 찝찝함을 느낍니다. 멘탈상 정면 돌파가 괴로운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자기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해요.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메세지를 분리해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힘들겠지만 꾸준히 훈련해 보세요. 메세지에서 감정을 빼고, 내 귀에서 감정을 빼고, 기호와 감각끼리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애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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