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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Nov 16. 2023

[듣기 태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나요?

말귀가 어두운 당신을 위한 처방전

흥미로운 책을 한 권 소개할게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리 매킨타이어, 위즈덤하우스)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합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제하니까요. 설마 있을까 싶지만, 유튜브에 'flat earth'라고 검색하면 많은 영상들이 나옵니다. 책에 의하면 학회도 있어서 정기 모임도 연다고 하네요. 신기하죠. 그 외에 '지구 온난화(열대화)'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이야기도 나와요. 


책의 저자는 이렇게 신념 가득한 분들과 대화할 때, 논리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해요. 아무리 합리적인 말이라도 해당 신념과 달랐을 때 다 튕겨 내니까요. 우선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생산적인 대화에 도움이 됩니다. 래포 형성이 되어야, 그 이후에 대화가 진행이 되는 것이죠. 긍정적인 듣기 태도가 중요하니까요.



읽는 것도, 듣는 것도 결국은 다 뇌를 거쳐 진행됩니다. 그래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하죠.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합니다.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으로 풀이하는데 가볍게는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다거나, 내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로 오해하는 경우도 포함할 수 있어요. 


나의 머릿속에 콜라는 '코카콜라'가 최고라고 인정하고 있어요. 그랬을 때, 상대방이 "펩시 콜라, 사주세요!"라고 심부름을 시켜도 '코카콜라'를 사올 확률이 높습니다. 일부러 반항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펩시'가 묵음처리 되어서 들렸을 수 있어요.

A: 펩시 콜라, 사주세요!
B: '콜라는 코카콜라'지! 심부름 오류

A: 왜 코카콜라 사왔어요 ㅠㅠㅠ

B: 콜라 사달라며 ~

A: 펩시 콜라 사달라고 했잖아요.

B: 그냥 콜라 말한거 아니었니... 그냥 먹어! 콜라는 코카콜라가 더 맛있어!

A: 펩시 이벤트 때문에 그런건데...ㅠㅠ


주변에 고집 센 친구가 있는 분은 알 거예요. 고집 센 분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말입니다. 뭔가 들은 것 같지만 결국 하고 싶은 대로 하죠. 의도하고 우기는 것이 아닌 경우도 많아요. 평소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머릿속에 꽉! 박힌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집 센 친구가 얼큰하고 매콤한 음식을 먹고 싶은 상황이에요.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게요.


A: 점심 뭐 먹을래?

B: 얼큰한 짬뽕 먹고 싶다! 먹자~ 먹자!

C: 나 매운 거 못 먹잖아. 

A: 나도 치과 다녀서 자극적인 거 피해야 돼. 다른 거 먹자.

B: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C: 초밥이나 먹을까? 

B: 그거 별로 안 떙기는데.

A: 돈까스 어때 그럼??

B: 그거 느끼해. 저기 떡볶이나 먹을까? 신메뉴 나왔다는데.

A, C: 에라이... 자극적인 거 못 먹는다고.

B: 아! 맞네...


감이 오시나요? '나는 매콤한 것이 먹고 싶다'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으면,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지 않습니다. 한 친구가 매운 것을 못 먹는다고 말했고, 다른 친구는 자극적인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B는 긍정의 대답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또 맵고 자극적인 '떡볶이'가 메뉴로 언급됩니다. 누군가는 인성의 문제라고 하고, 누군가는 머리가 나쁘다고도 합니다. 이 또한 듣기의 태도에서 비롯돼요. 내가 마음을 비울수록 더 멀리 보고 소통하며 배려할 수 있어요.      


본인도 모르게 글자가 다르게 들리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때도 자신의 신념과 생각이 이유가 되곤 해요. A는 목걸이를 사고 싶어요. 하지만 진짜 필요한 소비인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겨울을 맞이해서 코트를 사러 갔어요. 코트는 필요하니까 사는 것이고, 목걸이는 부가 액세서리니까 더 고민됩니다. 하지만 마음은 이 목걸이에 더 가 있어요.


A: 이 검정 코트로 입어볼게요.

점원: 네. 사이즈 잘 맞을 거예요. 입어 보세요.

A: 딱 맞네요. 이 옷으로 할게요. 포장해 주세요.

점원: 알겠습니다. 잘 입으세요. O걸이도 드릴까요?

A: 네? 목걸이를 준다고요?

점원: 아! 옷걸이요~ 코트 옷걸이 ~

A: 아! 네...


사실 옷걸이나 목걸이나 글자도 비슷하고, 모음으로 인한 소리도 비슷해서 충분히 헷갈릴 수 있죠. 하지만 맥락을 생각하면, 옷을 샀을 때 옷걸이를 주는 것과 목걸이를 주는 것 중 어느 것이 적절해 보이나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옷걸이지만, 이 순간엔 이런 판단이 잘 되지 않는 겁니다. 왜냐... 목걸이를 사고 싶으니까! 마음 속에 이미 목걸이가 들어와 있으니까! 지나가는 줄만 보면 다 목걸이로 보일 수도 있어요. 재밌죠.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것, 경험으로 쌓였던 것, 관심 있는 것이 있을 때 관련 내용이 더 잘 들립니다. 이는 당연한 거예요. 누구나 신념을 갖고 살아가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듣는 내용이 신념과 충돌할 때입니다. 반대 내용을 긍정 내용으로 왜곡해서 수용하거나 잘못된 해석을 덧붙이곤 해요. 그럼 제대로 된 듣기가 되지 않습니다.


오랜 현장 경험 상 A안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 누군가 A안을 이야기하면 당연히 반대하겠죠. 하지만 문제점을 보완한 AB안을 제시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미 A안에 대한 불신이 마음을 닫고 귀도 막은 것입니다. 잘~ 듣고 A와 B를 분리해서,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했는지 집중해서 들어야 해요. 그 준비 자세로 오픈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그 오픈 마인드가 가장 힘든 것이 정치 문제, 종교 문제입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만났을 때, 두 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말라고도 해요. 아무리 친해도, 대화 하다가 사이가 멀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만큼 사람 신념이 무섭습니다. 마음을 열고 외부 자극을 수용하는 것이 힘들어요. 그럴수록 더욱 굳은 의지로 훈련해야 합니다. 어떤 훈련이 있을까요?


첫째, 나의 성향, 신념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인정합니다. 괜히 중립적인 척을 해봤자, 자기합리화나 정신승리로 빠지기 좋아요. 누가 보아도 정치 성향이 뚜렷한데, 본인이 중도라고 우기는 친구가 있습니다.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니 크게 따질 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 친구는 본인이 기준이기 때문에, 대화를 하다 보면 조금 기울어진 사고를 할 위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해요. 


둘째, 마음을 비우는 것입니다. 오픈마인드! 내가 '목걸이 갖고 싶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가질수록 세상 오만가지들이 다 목걸이로 들리고 보일 겁니다. 그 마음을 비우고 자극을 수용해야 정확한 입력이 됩니다. 애매하면 해석하려고 하지 말고 다시 묻는 것이 나아요. "O걸이? 무슨 걸이라고요?" 이렇게만 반응해도 좀더 객관적이 됩니다. 나아가서 내가 저 친구를 싫어해, 무시해, 미워해... 이런 마음도 있다면 비우고요. 


셋째, 기록을 남기는 겁니다. 글로 쓰며 적는 것은 좋지만, 그것도 생각을 거치는 경우가 많아 위험합니다. 머리가 아무리 오해한다고 해도, 소리 그 자체를 녹음한 자료는 유의미한 증거가 됩니다. 헷갈릴 때 들여다보기 좋고, 스스로 상태를 직시할 때도 좋아요. 중요한 회의 때 '클로바 노트'를 활용해서 정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든든한 보험이 되어 자체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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