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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Nov 23. 2023

[말귀뻥] 이어폰을 빼면 보고 들리는 것들

말귀가 어두운 당신을 위한 처방전

SNL 코리아 <MZ오피스>의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간다고 말하는 직원 이야기입니다.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별명과 함께 유쾌함을 주었지만, MZ 직원에 대한 조롱이 담겨 있다고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우선 이어폰을 끼고 생활을 하거나, 근무를 하거나 다 자유입니다. 존중합니다. 시끄러운 스피커로 민폐를 끼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지적인 교양 방송을 들을 수도 있고, 심지어 책도 오디오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저또한 필요할 때 이어폰을 꽂고 콘텐츠를 즐기니까요. 꼰대처럼 모두가 항상 열린 자세로, 대기 자세로 일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건방지다고 태도를 지적하는 것도 아니에요.


스스로 '말귀가 어둡다'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고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내리는 일상 처방전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스스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일부 손을 든 사람들에게 또 물었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언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화와 소통'의 순간에서 본인의 부족함을 느끼거나, 상대방에게 지적을 받아 인지하게 되었어요. 이 부분은 의미심장합니다. 대화는 결국 외부와의 자극이고, 적절한 상호작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결국 외부의 자극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이어폰을 끼고 듣고 싶은 것을 듣는 것과, 상대방과 소통하는 듣기는 차이가 있다는 거예요. 소리를 듣고 있다고 다 같은 듣기가 아닙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우리가 농담식으로 "귀 막혔냐?"라고 조롱하거나 비하합니다. 실제로 이어폰을 끼는 행위는 외부 소리로부터 귀를 막는 행위입니다. 광고로 생각하면 외부를 차단하고 음악에 맞는 나만의 파라다이스를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대화로 생각하면 상대방을 차단하고, 그 상황과 맥락을 파악할 단서를 차단하는 겁니다. 그럼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어요. 그럴 때 반복적으로 튀어 나오는 반응이 "네??"입니다. 내 생각, 음악, 이야기 등에 심취해 있으면 당연히 반응이 더디게 되니까요.


우리가 '센스를 키우자!'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센스 있게 반응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일잘러라는 평도 듣죠. 이 센스를 자동문이나 LED 등에 있는 센서로 비유해 볼게요. 우리가 근처에 가면 알아서 문이 열리고, 밝게 비추어 주는 성능 좋은 기기가 있고, 근처에 가도 무시하거나 불규칙하게 반응해서 골칫거리인 기기가 있어요. 평소에 말귀가 어둡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아 왔던 분들이라면 이 점을 꼭 생각해 주세요! 의지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건 훈련이라고 생각해야 동기유발이 됩니다.


꼭 들어야 할 것들 외에, 생활 속에서 이어폰을 빼고 생활을 해보세요. 불필요한 소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생활 속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내 청각 센스를 조금 더 섬세하게 작동시키는 훈련입니다. 다른 누군가의 대화 소리, 사람들 오가는 소리, 지하철의 안내 소리 등등 조금 더 귀 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살짝식 생각을 더해도 됩니다. "저 사람은 저런 사연이 있구나, 안내 하시는 분이 목소리가 좋구나,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어디 사고가 났나 보구나..." 큰 돈 들이지 않고 감각을 단련시킬 수 있는 과정입니다.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면 스트레스 받죠? 기본 값을 바꾸면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기본 값은 맨 귀입니다. 그리고 필요할 때 이어폰을 꽂고, 아닐 때는 빼는 겁니다. 참 쉽죠~? 생활의 기본 값을 바꾸기! 정신이 맑아진다는 후기를 들려주신 분도 있으니, 평소 말귀가 어두워 고생이셨다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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