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김에 독서모임!
'안전한 독서모임 어떻게 찾나요...? 사이비 그런 것도 걱정되고...' 질문을 받고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프로그램 이후로 저도 사이비 종교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접했었어요. 독서모임을 악용하는 세력들 때문에... 순수하게 독서모임이 궁금한 학생들이 걱정하고 있었어요. 나쁜 사람들과 얽힐까봐 말이죠 ㅠㅠㅠ 너무 속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안전하게 독서모임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나누려고 합니다. 여기서의 '안전'은 우선 사이비 모임을 피하는 것 + 실패하지 않는 경험을 위한 과정입니다.
0순위! 나의 독서취향과 내가 기대하는 모임 구체화하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마음에 드는 독서모임이 없어요.”, “기대했던 독서모임이 아니었어요.” 그럼 저는 되물어 봅니다. “어떤 독서모임을 기대하셨나요?” 책의 종류가 다양하고, 그 책을 읽는 방법이 다양하듯이, 독서모임도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임의 질과 상관없이, 내가 기대했던 바와 일치하면 만족도가 높고, 그렇지 않으면 만족도가 낮을 확률이 커요.
그래서 나에게 맞는 독서모임을 고르는 방법의 0순위는 나의 독서취향 및 기대하는 독서모임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방향에 맞는 독서모임을 선택하면 만족할 확률이 높아요. 하지만 무엇이든 처음은 어려운 법입니다. 최초의 경험이 없으면 선택의 안목도 부족하니, 초보자를 위한 ‘안전한 독서모임 경험’ 팁을 공유할게요.
1. 시스템이 갖추어진 프랜차이즈형 모임 고르기
다들 아시다시피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장점은 본사에서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맛집은 아닐지라도, 실망하지 않는 수준의 안정적인 맛을 느낄 수 있어요.
독서모임도 이런 프랜차이즈형 모임들이 있습니다. 이런 모임들은 대부분 유료로 운영되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요. 여러 모임 리더를 따로 섭외하고, 시즌제로 모임을 기획하며, 서비스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시스템적으로 독서모임 리더를 교육하고, 적절한 공간을 세팅하고, 적극적으로 모집/홍보하고, 참여하는 분들의 만족도를 체크하는 등 지속가능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애씁니다.
처음부터 비용을 들이기 아깝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첫 경험부터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정도 투자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몇 가지 프랜차이즈형 모임을 소개할게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있다면 온라인 모임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 아그레아블
- 그믐
- 무형서재(프로타고)
여가시간도 보람차게 보내고 싶은 당신에게 전국 책방에서 열리는 '즐길거리'를 소개합니다!
protago.co.kr
- 넷플연가
- 트레바리
2. 공공 서비스의 힘! 지역 도서관 활용하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가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이 저를 키웠다라고 할 정도로 많은 경험을 한 공간이에요. 요즘 공공도서관에서도 성인 독서동아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무료로 임하시지만, 다 세금으로 팍팍 지원되고 있는 사업들이 많습니다. 정기적으로 독서동아리 컨설팅 사업도 이루어지고, 리더 육성 사업도 진행되는 곳들이 많아요. 세금이 가장 아깝지 않은 곳!
도서관마다 독서동아리를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서 선생님들이 직접 모임을 이끄시기도 하고, 저같은 강사를 초청해서 시즌제로 독서모임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또 공간을 지원해주고 자생적으로 모임이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방식도 있어요. 어떤 방식이든, 공공도서관의 이름을 걸고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위해 노력합니다.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독서동아리 외 인문학 강좌도 많습니다.
도서관 외에 평생학습센터, 미디어센터, 청년지원센터 등등 무료로 활용 가능한 공공 서비스가 많이 있답니다! 저또한 구로도서관, 상동도서관, 금천구청, 부천시민학습센터 등등에서 많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동네 서점과 콜라보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으니, 동네 서점도 꼭 확인해 보세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활동하는 동네 서점들도 많이 있답니다. 많은 공공기관 독서동아리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3. 플랫폼 및 SNS 활용하기(feat. 운영 기간 확인)
SNS와 플랫폼 서비스로 편하게 연결되는 시대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플랫폼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저또한 ‘소모임’이라는 어플로 북렌즈를 처음 시작했거든요. 지금은 어플보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SNS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뜻이 있으면 다 길이 있더라고요.
플랫폼 외에 네이버나 인스타에 "대전 독서모임", "건대 독서모임" 검색만 해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모임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보니...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처음엔 다 그런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지만, 1년도 되지 않고 문을 닫는 모임도 많아요.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치고 좌절하는 겁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모임에서 첫 경험을 하고 실망한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의 검증 방법을 나눠볼게요.
(1) “얼마나 유지되었는가~?”
우리가 음식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30년 전통!과 같은 문구죠. 오랜 시간을 버텨왔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임은 운영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칩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다져지고 성장하기 때문에, 유지된 시간만큼 안정적으로 운영될 확률이 높습니다.
(2) “후기가 잘 남아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중요시하는 것이 후기입니다.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리뷰 조작단도 성행하고 있어요. 우선 모임 자체적으로 기록을 꾸준히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그 과정 자체가 성실한 운영자의 태도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기록은 성찰을 이끌고, 성찰은 성장을 이끄니까요. 참여한 사람들의 후기 및 반응도 있으면 더욱 참고하기 좋습니다.
(3)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가~?”
우리가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 상세 정보를 꼼꼼하게 보고 그 상품을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보가 거의 없다면 구매하기 불안하죠? 그런 면에서 모임도 어떤 컨셉으로 운영되고, 어떤 책을 선정하고,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길잡이 정보를 충실히 알아보아야 합니다. 가볍게 “동네 친구들끼리 책 읽고 이야기 나누어요.” 보다 모임의 정체성을 설정하고, 의미를 담아 정리한 것 자체가 모임 운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은 조금 보수적인 접근입니다. 회사로 비유하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시스템이 갖추어진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이 글은 후자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길잡이랍니다. 안전한 경험을 위한 분들, 참고하시고 소중한 독서모임의 경험을 간직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