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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Mar 01. 2024

독서모임에서 지정된 책이 읽기 싫다면...?

태어난 김에 독서모임

한 달에 한 권을 겨우 읽는 상황이라면 어떤 책을 읽느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을 한다고 했을 때, 지정된 도서를 읽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특히 그 책이 내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 대응을 생각할 수 있어요.


https://www.smalllibrary.org/program/view/987?currentPage=11&readingProgramCategory=&title=


첫째, 속는 척 새로운 경험을 해 본다! 꾹 참고 읽기!



 우선 나의 취향을 살짝 접고, 시스템에 몸을 맡기는 겁니다. 물 흐르듯 한번 따라가 보는 것이죠. 혼자서는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책을 읽어 보고, 새로운 세계를 접해 봅니다. 계획을 정하지 않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도전합니다. 그러다 또 괜찮은 보물을 만날 수도 있겠죠? 새로운 취향을 얻을 수도 있고요.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고 나의 경험치도 무한히 열려 있습니다. 저는 무교이기 때문에 특정 종교인의 책을 멀리했었는데요. 모임에서 선정된 법륜 스님의 책을 읽고 반해서 그 작가님의 책을 연달아 읽고 '즉문즉설' 방송도 보곤 했었어요. 


 모임에서 선정한 책은, 누군가의 판단을 거친 책이기 때문에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겁니다. 모임장이 골랐을 수도 있고, 모임원들이 투표했을 수도 있어요. 그 후보에 오르기까지 이런저런 과정을 거쳤을 겁니다. 베스트셀러이거나, 스테디셀러이거나, 누군가의 추천이거나, 특정 주제나 관점을 담고 있다거나... 선택의 근거가 있을 거예요. 그 근거를 바탕으로 책을 바라보면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뜰 수도 있습니다. 모임원들의 추천과 투표로 정해지는 과정에서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된 책이 선정된 적이 있어요. 책 자체가 끌리지는 않았지만 그 주제와 관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또 독서의 행위 이후 나눌 이야기에 대한 비중을 키운다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어요. 실제로도 책은 별로였는데, 책을 읽고 나눈 이야기가 책의 단점을 보완해 준 적도 많습니다. 뛰어넘은 적도 있고요. 독서모임은 결국 '경험'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책 이상의 가치도 포함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시도해 볼 만한 도전이죠. 모임에서 이야기를 할 때 찬양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지 모르겠어요, 왜 이 책이 명작으로 불리는지 모르겠어요."와 같은 이야기는 자주 언급돼요. 그럼 서로의 생각을 교류하며 나의 인식을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비판적 읽기는 나의 인지 능력을 향상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둘째, 책을 읽지 않고 주변 자료로 대체한다.


 경험 확장도 좋지만, 겨우 읽는 한 권의 책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이해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꾹 참고 읽는 것은 고문일 수 있어요. 그러다 책과 멀어지느니, 차라리 융통성 있는 방법을 활용합니다. 이 방법의 전제는 '어떻게든 독서모임은 간다! 가고야 만다!'입니다.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그 에너지를 놓치기 싫은 마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 전제 안에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는 것이에요.


 세계명작 독서모임을 할 때에는 관련된 영화를 적극 활용했어요. 옛날에 써진 소설들은 지금과 다르게 묘사도 많고 설명도 많고 분량도 깁니다. 그래서 지레 겁먹고 포기하거나, 완독을 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 경험이 독서모임 불참으로 이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영화를 추천하곤 했습니다. 훨씬 부담이 적다고 하면서 모임 참여율은 올라갔어요. 물론 책의 감동을 그대로 느끼기 힘들고, 내용이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차선책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꼭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더라도 자료를 바탕으로 참여할 수 있어요. 최근에 김훈 작가님의 <하얼빈> 소설을 다루었는데, 그 묵직한 문체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중근 열사'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이 많았어요. 그때 안중근 열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방송이나 뮤지컬 영화 '영웅' 등을 대신 보고 모임에 참여했었어요. 소설의 문체나 캐릭터의 감동을 그대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주제를 바탕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북튜버분들의 책 요약 영상이나, 출판사의 북트레일러, 줄거리 요약과 책리뷰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습니다. 내가 모임에서 소외되지 않을 정도의 정보를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물론 독서만큼의 감동은 아니지만 오가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 소양은 쌓고 참여하는 것이 좋아요. 그러다 모임 후에 설득되어서 '앞부분 읽다 포기했는데, 꼭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셋째, 다른 모임에 갑니다. 자유도서 모임도 괜찮아요.


최후의 보루, 다른 모임에 가는 겁니다. 세상엔 독서모임이 참 많으니까요. 영원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맞는 도서가 선정될 때 다시 참여해도 됩니다. 제가 운영하는 모임도 문학/비문학 이렇게 월마다 돌아가면서 하는데, 골라서 오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소설을 좋아해서 문학 모임만 신청하시는 분, 소설은 흥미를 못 느껴서 비문학 모임만 신청하시는 분! 다 존중합니다.


또는 자유도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한 권의 책을 지정하는 모임이 아니라, 각자가 서로 다른 책을 읽고 모이는 형태의 모임도 있답니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어떻게 읽었는지 각자의 이야기를 합니다. 공통분모는 적지만, 새로운 책을 소개받고 다양한 주제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자신의 독서 취향을 유지하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연함이 있죠. 


의리가 중요한 모임에서는 이런 방법이 배신(?)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모임장과 충분히 소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임 안에서 지정 도서와 자유 도서를 섞어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도서 선정 방법 자체를 다양화할 수도 있고요. 어떻게든 모임에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은 놓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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