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 빠진 독서모임 구하기
행사의 사회를 보는 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시간 관리입니다. 촘촘하게 계획을 짜도 그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가 정해진 시간을 초과한 경우, 결국 다른 사람들이 조금씩 줄여서 맞추거나 행사 일정을 수정해야 합니다. 누군가 피해를 입게 되죠. 반대로 너무 빨리 끝나면 행사가 허접해 보이고 성의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자리에 준비하고, 함께한 사람들 모두가 아쉬워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독서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풍요로운 대화를 위해서 적절한 발언권과 시간을 조율하는 것이 힘듭니다. 그 과정이 진행하는 모임의 질과 멤버들의 만족도를 높입니다.
균형 잡힌 발언을 위해 안테나 세우기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진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자발적 의지에 맡겼습니다.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먼저 발언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오디오 비는 것은 싫으니 제가 실컷 떠들거나, 몇몇 발언하는 분들이 모임을 주도했습니다. 그랬더니 들으러 왔다고 한 분들은 진짜 말없이 조용히 있다가, 다음부터 안 나왔습니다.
시간이 지나 모임을 운영하며, 사람들은 어느 정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들으러 왔다고 한 분들도 발언을 요청하면 이야기가 술술 나오곤 했습니다. 요청 안 했으면 정말 아쉬워했겠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결국 할 말이 없다기보다, 대화를 먼저 시작하거나 대화 중간에 끼어들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토크 전쟁처럼 서로서로 발언권을 쟁취하려고 달려들 수 있는 분들은 많지 않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면 몇몇 분들이 발언을 독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적절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우선 너무 조용할 때, 침묵의 상황이 견디기 힘들 때는 순서대로 돌아가며 발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모두가 균등하게 발언권을 가져가는 장점이 있지만, 의무감에 의해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패스!’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부여해 주세요. 모임 시작 때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방식을 자주 활용합니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다 같이 준비운동을 하듯이, 다 같이 입을 푸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준비 운동을 끝낸 후에는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유도하지만, 그 속에서도 안테나를 세워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발언권이 쏠리지 않는지, 누군가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간중간 개입하며 “승화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발언권을 확보해 줍니다.
물론 성향에 따라서 참여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임에 오는 분들은 모두 하고 싶은 말,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전제로 생각해야 합니다. 참여도가 높을수록 보람도 느끼고, 독서모임에 애정도 생깁니다.
반대로 발언을 너무 많이 하시는 분들도,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과하게 몰입해서 계속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 살짝 중재하면서 내용을 정리해 주면 고마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과몰입하다 보면 주변을 둘러보기 힘드니 보인도 모르게 눈치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는 거죠. 그럴 때 사회자의 안테나가 그 빈칸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적절한 신호를 준비하기
아침 6시에 시작하는 독서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아침형 인간만 참여할 수 있는 독서모임이었는데, 그것 자체가 하나의 진입장벽 역할을 했습니다. 열정 있는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 모임에서는 발언 시간도 타이머를 활용해 칼같이 지켰습니다. 스스로 발언을 할 때, 타이머를 켜고 3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3분이 되면 소리가 울리니, 이야기하다가도 정리할 수밖에 없어요. 너무 빡빡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에 만족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저 또한 초기에는 사람들의 말을 끊기가 힘들었습니다. 뭔가 주제가 어긋난 것 같은데,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도 안 듣는 것 같은데, 상대방이 기분 상할까 봐 개입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발언권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누군가는 아쉬워했습니다.
그래서 타이머에 아이디어를 얻어 모래시계를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타이머는 너무 각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온화한(?) 모래시계를 준비했습니다. 말할 때마다 항상 돌리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 좀 길어진다 싶으면 모래시계를 돌리며 신호를 줍니다. 이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정리해 주세요,라는 의미입니다. 시간 끝! 마무리! 보다는 좀 더 여유가 있었습니다. 함께 정한 규칙이기 때문에 직접 충돌하지 않고도 신호를 보낼 수 있었고, 상대방도 이해했습니다.
의사소통 도구 중에도 ‘토킹 스틱’이란 것이 있습니다. 가운데 막대기를 하나 두고, 그 막대기를 들고 있는 사람만 발언을 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듭니다. 이 발언권을 상징하는 도구를 토킹 스틱이라고 부릅니다. 가장 큰 장점은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는다는 겁니다. 누군가 끼어드려고 해도 규칙상 발언권이 없음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열띤 주제의 대화를 할 때 큰 효과를 봅니다. 그리고 그 스틱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 중압감(?)이 들어 적당히 이야기하다 내려놓게 됩니다. 효과적인 도구 사용으로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조금 안정화된 모임, 관계가 형성된 모임에서는 간단한 수신호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시계를 툭툭 치는 동작이나, 손으로 양을 줄여달라는 의미의 동작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또한 능청스럽게 “네~ 시간이 없어서~ 정리해 주신다면~?”, “이어지는 이야기는 나중에 들어볼까요?” 등의 멘트로 개입하며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전하는 신호입니다.
말을 시작한 사람이 마무리 짓도록 이끌기
발언의 횟수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자주 말하지는 않더라도 한번 말할 때 내 생각을 오롯이 잘 전달한다면 더 강렬한 경험이 됩니다. 축구로 따지면 슛을 많이 하긴 했는데, 유효 슈팅이 없는 것보다 한두 번 차도 유효 슈팅, 골까지 연결되면 더 강렬한 기억이 남죠. 90분 동안 뛴 경기 내용은 다 잊어도 그 순간은 잊지 못합니다.
독서모임에서는 오롯이 나의 생각을 언어라는 그릇에 오롯이 담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소중한 기회를 누군가의 방해로 매듭짓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의도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끊으려고 하거나, 방해하려고 하는 악질적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른 멤버들은 ‘나도 모르게~’, ‘공감하다가~’, ‘추임새 넣다가~’ 등 이런저런 이유로 끼어들게 되고, 심지어 자리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독서모임 중에 A 멤버가 책을 읽고 감동적인 소감을 이야기하며, 전자책으로 읽어서 아쉽다고 했습니다. 종이책으로 밑줄 긋고 메모하며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의미의 극찬이었습니다. 이제 그 이유가 나오려고 하는데, 그때 다른 멤버가 “전자책으로 읽으면 눈 아프지 않아요?”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멤버가 “전용 이북리더기는 괜찮아요!”라고 받았어요. 이어서 이북리더기가 얼마인지, 어떤 브랜드가 좋은지, 콘텐츠는 넉넉한지… 전자책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그때, 알아채야 합니다! 감동적인 소감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매듭짓지 않은 상태에서 샛길로 빠지고 말았다는 사실을 말이죠. “전자책 이야기 여기까지 하고, A 멤버의 이야기 마저 들어볼까요?, 어떤 점이 그렇게 감동적이었나요?” 이렇게 개입하며 A 멤버가 본인의 발언을 매듭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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