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 빠진 독서모임 구하기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회의적인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책을 읽고 나누고, 다 즐거운데… 저는 제자리인 것 같아요.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을 때가 있고 그래요.” 자기계발서처럼 극적으로 인생이 변하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성장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긍정적 변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당연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도파민 자극을 팍팍 주는 유흥거리들이 많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 독서모임까지 참여하는 사람들은 좀 더 건강한 성장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서모임이 이런 건강한 성장에 이바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독서모임을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결국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시니어 독서회에서 현재 시대를 진단한 <핵개인의 시대(송길영)>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멤버는 “우리한테 맞지도 않는 이런 책을 왜 선정했나요?”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멤버는 “자녀와 손자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잔소리만 해서 될 게 아니다.”라는 감상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책에 나오는 ‘노인’, ‘어르신’, ‘시니어’에 대한 호칭 차이에 대해서 토론하며 생각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과거의 60세와 지금의 60세가 다르다는 것은 모두 공감했고 그러한 변화에 맞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과거와 달라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인식해야 할 지식들을 콕 집어 다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책을 읽고 현실을 더 잘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챗GPT로 세상이 시끌시끌할 때도 <GPT 제너레이션(이시한)>책을 읽고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인문학에만 익숙하던 멤버들은 이런 도서를 따로 찾아서 읽지는 않죠. 이번 기회에 세상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챗GPT활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과 사이트도 함께 공유했습니다.
책을 읽고 뉴스에서만 듣던 챗GPT의 실체를 알게 되어 개운했다는 분도 있었고, 실제 검색해서 이것저것 물어본 분도 있었습니다. 이 주제를 통해서 청소년 자녀와 대화를 하고 자녀의 수행평가에 활용해보기도 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막연했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했을 때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가치관 형성하기
가치관은 명확히 잡히지 않습니다. 사전적 정의로는 인간이 자기를 포함한 세계나 그 속의 사상에 대하여 가지는 평가의 근본적 태도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우리의 가치관은 형성하는데, 그중 하나가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가치관을 형성합니다. 책이 주는 자극이 1차라면, 독서모임은 2차 자극입니다.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그 가치관이 충돌하고 동화되고 하면서 유연하게 변화합니다. 이 변화를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 순간을 독서모임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박웅현 작가님의 <책은 도끼다>라는 책도 있죠. 저는 나아가서 ‘독서모임은 도끼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대표적으로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들) 교수의 책은 우리를 수많은 선택의 순간으로 내몹니다. 이 선택이 우리의 가치판단의 결과이며,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트롤리 딜레마로 독서모임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 다섯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할 수 있는가, 기관사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집요하게 묻습니다. 혼자 읽었다면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테지만, 독서모임에서는 더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둘 중 하나의 선택을 요구하고, 이유도 묻습니다. 누군가는 “당연히~, 상식적으로~”를 덧붙이며 이야기하지만, 다른 멤버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의 충돌이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누군가는 이런 쓸데없는 짓을 왜 하냐고 묻기도 합니다. 실제 일어난 일도 아니니 의미 없다는 거죠. 그 순간에 닥치면 또 다를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고실험은 우리의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자극합니다. 그래서 가치 있습니다.
<불편함의 배신>(마크 쉔, 크리스틴 로버그)이란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까지 풍요로운 기술이 주는 편리함을 누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고 고백한 분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세상인데~ 왜 사서 고생을 해!’가 기존의 사고방식이었는데, 그 편함이 과민을 부르고 더 스트레스를 주며 정신 건강을 뒤흔들 수 있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놀랐다고 했습니다. 진정성 있는 자기 고백 위로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며 우리의 가치관을 뒤흔드는 독서모임이 되었습니다.
행동 실천하기
머리와 마음에 자극을 받았다면, 이제 실천이 남았습니다. 자기계발서와 같은 강한 동기부여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책을 읽고 내면화한 내용은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표현됩니다. 독서모임이 그러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북렌즈에서 <대화의 정석>(정흥수) 책을 선정했을 때도, 한 멤버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대화는 다들 잘하는데, 이런 도서를 왜 선정했느냐, 하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못된 대화법에 대한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고, 자녀와 대화할 때 바로 적용해 보았더니 효과가 있었다는 소감까지 전했습니다. 적절한 대화 방법에 대한 지식적 이해를 하는 것,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가치를 형성하는 것, 나아가 이러한 대화를 실천해 보는 것! 3단계가 모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극해야 합니다.
멤버들과 <두 번째 지구는 없다>(타일러)를 읽고 환경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찌 보면 환경, 기후위기는 뻔하디 뻔한 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책을 읽고, 질문하고 생각을 나눕니다. 마지막 질문은 ‘내가 실천하고 있는 방법들, 추가로 실천할 방법들’입니다.
좀 더 확장해서 실천 챌린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 같이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이벤트로 하기도 하고, 스스로 환경을 위해 한 일들을 인증하기도 합니다. 독서모임 이후로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구매했다는 분도 있고, 모임에 올 때도 일부러 에코백을 챙겨 왔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결국은 삶이 풍요로워지는 독서와 독서모임을 지향해야 합니다.
ㅡ 내면화 질문으로 실천 방향 제시하기
1. 실용적인 지식 얻기
2. 가치관 형성하기
3. 행동 실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