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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Jul 27. 2024

[독서모임 구하기] 핵심을 담은 사전 가이드 제공하기

매너리즘에 빠진 독서모임 구하기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여행을 다닐 때 자유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패키지 여행만 다니는 분들도 있습니다. 보통 여행 초보자들은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고 여행 경험 많은 분들이 자유 여행을 다닙니다. 저는 완전 여행 초보라서 항상 패키지만 다니는데, 가이드 분들과 셔틀버스가 정말 든든합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지인들은 진짜 여행은 자유 여행이라고, 홀로 여기저기 부딪쳐 보고 현지인들과 어울려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초보인 저는 엄두가 안 납니다. 외딴곳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분들이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워낙 책을 좋아했던 저는 자유 여행자와 같았습니다. 이런저런 책 아무거나 읽어 보고 덮고 스스로 책을 고르고, 또 질문하고 생각하며 글도 쓰며 성장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독서 모임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떠한 가이드도 없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방법을 선호했습니다. 책의 핵심과 주제는 복합적이기 때문에 스스로 파악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불친절(?)한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독서 고수들은 이런 방법을 선호하기도 했지만, 새로 들어오신 분들은 막막해하기도 했습니다.  



 항상 역지사지! 상대방을 생각하면 길이 열립니다. 패키지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 초보를 생각하면 됩니다. 패키지 여행도 모든 코스를 가이드와 함께하는 타입, 장소 이동만 함께하는 타입, 숙소만 함께 사용하는 타입 등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독서모임 멤버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독서 가이드를 제공해서 책을 잘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 친절한 가이드를 처음 마주한 것은 회사 근처 도서관에서 진행한 퇴근길 고전 독서모임이었습니다. 사서님이 진행하는 모임이었는데, 항상 알찬 출력물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출력물에는 작가에 대한 설명, 작품의 시대적 배경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출력물을 참고하여 좀 더 풍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준비가 덜 된 분들에게도 좋은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 가이드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상에 맞게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한 시즌제 유료모임의 리더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학구적인 멤버들이 많았습니다. 관련 기사나 인터뷰, 추가 자료를 모임 전에 넉넉히 제공했었습니다. 시즌이 끝난 후 이런 배경지식 자료 덕분에 똑똑해진 것 같다는 평가도 받았었습니다. 독서 초보들의 이해를 돕는 기능도 하지만 책을 넘어 지식을 확장하고 싶어 하는 분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많은 자료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있었기 때문에 상대에 맞는 적절한 자료가 중요합니다.


 다음은 좀 더 직접적으로 책을 다루는 가이드입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핵심 키워드를 정리하는 자료를 제공합니다. 독서의 주체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걱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럴 때마다 패키지여행을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겐 가이드가 필요하니까요.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장하준, 부키)> 책을 모임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경제학이 익숙하지 않은 멤버들이 책 읽기 힘들다고 중간중간 피드백을 주었어요. 요리 레시피를 활용해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책인데, 경제학이 힘드니 레시피 이야기만 머릿속에 남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경제학 키워드와 요리 레시피의 연결 고리를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두고 멤버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여기서 바나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나나 공화국과 다국적 기업의 노동착취를 말하기 위함이다, 소고기 이야기는 맛있기도 하지만 환경 부담도 있다는, 자유 경제의 양면성에 대한 이야기와 이어진다 등의 내용이었는데 멤버분들이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이 자료 때문에 완독 할 수 있었다는 피드백도 있었어요.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블린 사람들(제임스 조이스, 문학동네)>이란 단편소설집으로 모임을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15편의 작품들이 담겨 있는데, 독창적인(?) 문체 때문에 내용 파악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5편의 작품들의 줄거리를 요약해서 멤버들에게 자료로 제공했더니, 이제야 스토리가 이해 간다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직접 제작하려고 하면 부담스럽죠? 잘 정리된 자료를 검색해서 찾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라는 장편 소설을 선정했는데 700쪽이 넘는 벽돌책이라 부담이 좀 되었습니다. 사기만 해놓고 못 읽은 멤버도 있고 해서, 큰 마음먹고 도전을 했는데, 역시나 쉽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반도 못 읽었다, 읽기 힘들다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래서 책의 큰 틀을 잘 요약한 블로그 글과 유튜브 영상을 제공했습니다. 큰 줄거리를 알고 읽으면 묘사에 휘둘리지 않고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만나서 나눌 질문을 미리 공유하는 겁니다. 인터뷰할 때나 면접 볼 때 예상 질문을 미리 제공하는 방식과 같습니다. 독서모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 좀 더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맹목적으로 질문에 답을 찾는 문제풀이식 독서를 한다면 그것은 주체적인 독서를 방해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시기가 중요합니다. 한 모임 플랫폼에서는 일주일 전에 사전 질문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독서모임 하루 전에 생각거리를 제공하며 최소한의 간섭만 하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키지 여행러들을 위한 가이드가 필요한 상황이 있죠. 그럴 때는 다양한 방향성의 질문을 넉넉하게 제공합니다. 이 질문을 따라 읽더라도 너무 편협한 독서가 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법입니다. 독서 고수들은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질문을 만들고 또 해답을 찾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습니다. 상대방에 맞는 적절한 개입이 독서를 더욱 풍요롭게 합니다.


리더가 해야 할 것들

1. 작가와 배경에 대한 정보 제공하기

2. 작품 내용 요약과 핵심 키워드 정리하기

3. 만나서 나눌 대화 질문 공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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