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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Jul 23. 2024

[독서모임 구하기] 미디어를 활용해 독서모임 준비하기

매너리즘에 빠진 독서모임 구하기

미디어는 독서의 적일까요? 


미디어가 책 읽는 시간을 빼앗는 주범이긴 합니다. 그래서 디지털 디톡스 모임이라고 스마트폰 기기 반납하고 조용히 책 읽는 독서모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를 잘 활용하면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고, 모임도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미디어는 독서의 적이 아니다!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겠습니다. 책을 읽고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디어가 든든한 지원군이 됩니다.


우선 도우미의 관점입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작품의 작가에 대한 설명,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 등을 접하고 배경지식을 쌓은 후에 책을 읽으면 좋습니다.  


세계고전문학 모임을 할 때, 저는 민음사의 유튜브 채널을 적극 활용합니다. 헤르만 헤세, 다자이 오사무, 조지 오웰 등의 세계적 거장을 10분 만에 알려주는 콘텐츠는 정말 유익합니다. 해당 작가의 작품을 이해할 때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멤버들에게도 영상을 공유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독서모임을 할 때, 그 난해함에 진도가 안 나간다고 하소연하는 멤버가 있었습니다. 서양 작가의 책인데, 불교에 대한 책을 낸 것이 이상하다며, 어디까지가 진짜고 소설인지 모르겠다고요. 그때 이 작가에 대한 영상을 공유해 줬더니,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작가의 사상을 이해하면 작품의 주제의식도 잘 보입니다. 


현대 작품을 다룰 때는 작가의 인터뷰 영상도 멤버들에게 자주 공유합니다. 미디어 활동을 많이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저자 관련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정보들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에서는 그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작품의 몰입도와 비례합니다. 유럽의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다룬 작품 등등 그 배경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은 역사적 지식에 관한 영상을 함께 보면 좋습니다.


최신 트렌드나 지식 정보를 다룬 책들도 묘사보다 시각적 영상이 이해도를 돕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타버스 관련 책을 읽을 때, 글로는 감이 안 잡히던 내용도 실제 구현된 영상을 보니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같은 내용도 더 직관적인 영상들의 도움을 받아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미디어 자료들을 멤버들과 공유하며 탐구하는 마음으로 책을 풍성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도우미보다 더 강력한 대체재의 역할도 가능합니다. 처음 미디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독서모임 때문이었습니다. 세계고전문학을 지정 도서로 선정하면, 그 명성 때문에 신청자는 많은데 완독률은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고 와도 된다고 이야기를 했었고,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각색이 많이 된 영화를 보고 온 경우에는 대화가 어긋나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참보다는 낫다는 마음으로 요즘도 권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포기하고 끝나는 것보다는 다음 계단을 전제로 하는 마음입니다.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있을 때, 사람들은 무엇을 먼저 볼까요? 과거에는 원작보다 잘 만든 영화 못 보았다며 원작 책을 먼저 읽겠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영상의 이미지가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된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영화를 보고, 괜찮으면 책도 읽겠다는 분들을 더 많이 만납니다. 스포일러가 걱정되는 분들도 있겠지만, 미디어 소비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점점 더 볼거리에 익숙해지고 있으니까요. 이는 나잇대와 상관없이 영상의 직관적인 특성 때문입니다. 장단점이 분명히 있지만, 독서에 대한 접근성 확대라는 면에서는 충분히 유용한 방법입니다. 


실버 독서회를 진행하며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두꺼운 소설을 함께 읽기로 했습니다. 철학 교수님이 쓰신 소설이라 생각할 거리도 많고 묘사도 많아서 멤버들이 읽기 힘들어했습니다. 그때 영화를 추천드리며 영화를 보고 전체 스토리나 인물의 특성을 접한 후에 책을 읽으시면 더 잘 읽힐 거라고 안내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책의 묘사가 부담스러운 부분들은 가볍게 넘어가기도 하면서, 영화에 나왔던 대사들을 문장으로 더 자세히 만나면서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영화 아니었으면 다 못 읽었을 거라며 이 방법을 애용해야겠다는 말씀도 했어요. 


깊이 있게 접근한다면, 책과 영화를 비교•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스토리라고 해도 영화는 감독이 해석한 내용입니다. 도움을 받더라도 맹목적인 수용이 아니라 대화의 장으로 삼아야 합니다. ‘감독은 이렇게 해석하고, 표현했구나! 결말의 의미도 원작과 조금 달라진 것 같네. 나라면 다르게 표현했을 텐데.’ 이렇게 생각을 교류하면 감상이 더 풍요로워집니다.


마찬가지로 비문학 책에도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책을 읽을 때, 처음에는 가볍게 훑어 읽으며 대략적으로 내용을 파악한 후에 정독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서 훑어 읽는 단계를 영상 미디어로 대체하면 어떨까요? <총. 균. 쇠>라는 벽돌책을 읽기 전에 5분 요약된 북튜브 <총. 균. 쇠> 영상을 미리 보고 감을 잡는 겁니다. 그럼 책을 읽을 때 훨씬 수월하게 내용이 이해가 됩니다. 요약본만 보고 책을 안 보면 제대로 된 독서의 맛을 알 수 없지만, 요약본을 계단 삼아 책을 읽는다면 완독에 좋은 도구가 됩니다.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독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오디오북도 책 전체를 읽어 주는 콘텐츠와 요약본을 읽어 주는 콘텐츠가 따로 있습니다. 나름 출판사와 작가가 고민한 요약 콘텐츠를 귀로 먼저 접하는 방법도 유용합니다. 

작가의 강연 영상이나 해당 도서를 주제로 한 지식 콘텐츠를 접하는 것도 작품 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결국은 책에 나온 지식과 정보를 이해했느냐가 중요한데, 입체적인 방법으로 수용하고 모임 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봅시다.

1. 다양한 배경지식 확보하기

2. 영화를 활용해 내용 이해하기

3. 북튜브 영상을 계단 삼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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