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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Mar 06. 2017

[강연]책에서 무엇을 보았니?

- 소개팅 하고 왔는데 친구 A가 묻는 말


A: 예뻐? (객관적으로)


- 소개팅 하고 왔는데 친구 B가 묻는 말 


B: 어땠어? (주관적으로)


 우리가 어떤 사물을 봤을 때,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나의 시각과 나아가 사회적 시각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단순히 미의 기준을 물어도 사람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다. 그 시대의 공통적인 미의 기준을 들먹거려도, 그또한 그 시대일 뿐이고 다른 시대로 넘어가면 또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결국은 그 대상이 아닌, 그 대상을 바라보는 나의 인식의 문제인 것이다. 결국 예뻐'보이는' 것이다.





 책도 절대적으로 재미있는 책, 절대적으로 구리구리한 책은 없다. 그 책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았는지에 관한 나의 문제다. 여기서 나오는 '무엇을'은 내가 본 것이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 핵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말이나 책의 핵심이 궁금하다면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이니?"

그러면 요약이 가능한 선에서 담백하게 대답해줄 것이다. 책은 ~ 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고.


이와는 조금 다르게


"책에서 무엇을 보았니?"

라고 하면 대답이 천차만별로 갈라질 것이다. 


 그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100%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심지어는 작가의 주장과 전혀 상관 없는 부분에 꽂힐 수도 있다. 맞다, 바로 '꽂힌다'는 사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아이러니 하게도 이 질문을 통해서는 책에 대한 내용보다 그 읽은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A: "나 미생 봤다. 인기 많길래 정주행 했네!" 

B: "어땠어?"

A; "나는 여기 장그래보다 오과장이 더 불쌍하더라! 장그래는 젊기라도 하지! 

    오과장은 딸린 식구도 많고, 에휴. "

B: "거기에 네가 꽂혀 있어서 그래."

A: "아, 맞아. 나도 진급의 압박...."

B: "요즘 힘들구나, 몰랐네. 한끼하자!"


 여기서 "재밌어?"라고 물었으면 편하게 '재미있었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A가 작품에서 말하는 인턴 장그래의 삶이 아닌 오과장의 삶에 이입한 것은 알지 못한다. 장그래의 삶을 이해하지 못해도, 주변 인물에 이입해도 충분히 재미있고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나는 과장이라 장그래한테 이입이 되지 않아서 어쩌구 저쩌구, 작품 디테일이 떨어지네  어쩌구 저쩌구.... 나만 손해 아닌가! 공감은 내가 하는 것이다! 의미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누가 저절로 쥐어주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본 것에 가치를 부여하자. 다른 사람이 무엇을 보는지, 저 사람이 무엇을 전하려고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받아들이기 나름 아닌가! 그러다 전하려는 메시지와 내가 받아들이는 메시지가 쿵짝! 일치한다면 그게 바로 인색책을 만나는 길이 아닐까. 역으로 그렇게 되면, 인생책을 내가 찾아 나설 수도 있다. 나를 알면, 나와 잘 맞는 것도 알 수 있으니까.


홈페이지: www.booklenz.com


https://youtu.be/wI6HQdt8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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