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금일, 명일: 시간을 지켜라

일잘러의 어휘력

by 이승화
금일은 금요일이 아니야


온라인상에서 문해력 논란이 된 사건을 하나 소개할게요. 교수님께서 ‘금일 자정’까지 과제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금요일로 착각한 대학생의 이야기입니다. 하루 지날 때마다 점수가 감점된다고 하니 억울하겠죠. 이어서 회심의 한 마디를 합니다. “학생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으시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되는거 아닌가요?” 세 글자 중 두 글자가 같으니 충분히 오해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을 회사로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중요한 서류를 ‘금일까지’ 보내달라고 한 것은 오늘 내로처리해달라는 긴급 메시지입니다. 그런데 느긋하게 ‘금요일까지면 시간 충분하네.’라고 생각하고 다른 일을 하면 큰 일이 납니다. 일할 때 일정은 굉장히 소중한 부분이기에 시간 관련된 표현들은 명확하게 알아두고 확인해야 합니다. 시간을 나타내는 한자어를 알아볼게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금, 지금


금일(今日)은 지금 ‘금(今)’과 날 ‘일(日)’이 결합된 말로 오늘이라는 뜻입니다. 금요일(金曜日)과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의미가 달라요. 소리는 같은데 뜻이 다른 두 어휘로 만든 멋있는 말을 소개할게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금(金), 지금(今)’ 값비싼 황금처럼 소중한 시간에 대한 의미입니다. 이렇게 나란히 두면 두 가지 의미 다 학습할 수 있어요.


이번 주는 지금 ‘금(今)’에 ‘주(週)’를 붙여서 ‘금주’라고 해요. 다음 주는 다음 ‘차(次)’를 써서 ‘차주(次週)’라고 합니다. 오다 ‘래(來)’자가 붙은 ‘내주(來週)’라는 표현도 돌아오는 다음 주를 의미합니다. 오늘을 기준으로 어제를 뜻하는 작일(昨日)이란 말도 있어요. 어제 ‘작(昨)’과 날 ‘일(日)’이 결합된 말이고, ‘주(週)’가 붙으면 지난 주를 의미하는 작주(昨週)라는 말이 됩니다. 많이 쓰이진 않습니다.


명일(明日)은 밝다 ‘명(明)’과 날 ‘일(日)’이 결합된 말이에요. 밝게 빛날 날은 내일을 뜻합니다. 그럼 삼명일(三明日)은 언제를 말할까요? 내일(명일) – 모레 – 글피(삼명일)로 생각하면 됩니다. 명일(tomorrow)과 혼동하는 것 중에 익일(翌日)이 있어요. 어느 날 뒤에 오는 날로, 다음 날(next day)의 의미입니다. 익일 배송이라고 하면, 주문한 그 다음 날 도착한다는 뜻이에요.


*금일 회식이 있습니다..

*자료는 삼명일까지 취합해 주세요.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혁신의 아이콘,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개발한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에는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파일로도 받을 수 있도록 해두었어요. 가장 첫 번째는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12시 1분은 12시가 아니다’입니다. 그 아래에는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함께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 우리는 아주 작고 사소한 규율을 통해 스스로의 원칙과 규칙을 세워 일할 수 있는 자율적인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기업 이미지상 굉장히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1분 가지고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9시와 9시 1분이 다르다’는 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아주 작고 사소한 규율이 모든 것의 시작이니까요. ‘30분 일찍 와서 업무 준비해라’, ‘9시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라’ 이런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좋은 습관이긴 하지만, 강요할 수는 없죠. 그렇게 하면 플러스 요소인 겁니다.


하지만 기본은 다릅니다. 정확한 출근 시간은 꼭 지켜야 하는 거예요. 물론 사람 사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지만, 9시와 9시 1분이 다르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 이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많은 것들이 허용됩니다. 그게 무서운 거니 가볍게 여기면 안 됩니다.


시간을 지켜라


실제로 지인의 직장은 인사관리팀에서 지각한 시간만큼 벌금을 내도록 했어요. 지각한 사람의 연봉을 분 단위로 계산해서 월급에서 깎았기 때문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많았습니다. 직접 돈을 빼어가니 기분이 나쁘기도 하죠.


지인도 이런저런 일로 1분을 지각하게 되었고 174원이 청구되었어요. 본인 시계로 봤을 때는 정각이었다고 인사팀에 항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고 벌금만큼 깎인 월급을 받았습니다. 돈이 아까운 것보다 지각생이 되어서 억울하다고 했어요. 그 이야기를 하며 인사팀장님 별명을 174라고 부르며 증오의 말도 퍼부었어요. 그때는 그냥 공감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노가 큰 교훈이 되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보통 1분 늦은 것으로 이렇게 화를 내지는 않으니까요. 방식의 차이가 있지만 앞에서 소개한 ‘9시와 9시 1분이 다르다’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입니다.


습관적인 지각을 조심하세요. 친구들이나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늦는 사람만 늦고, 매번 사연이 뒤따라온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어요.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마감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하세요. 상황에 따라 늦을 수도 있어요.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지 말고 꼭 사정을 말하고 양해를 구하세요.


특히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을 때, 미완성된 결과물을 보내기 싫어 지각을 하곤 합니다. 그럴 때는 중간본을 우선 보내고, 완성본을 이후에 보내는 방법도 있어요. 끝까지 내가 일을 껴안고 있을수록 상대방이 일할 시간을 빼앗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유연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출판 작업을 할 때 최종 인쇄 일정이 정해진 상황에서 꼼꼼하게 보겠다고 원고를 쥐고 있으면 편집자와 디자이너는 그만큼 일정에 쫓기게 됩니다. 그럴 때 앞부분 먼저 보내면 상대방이 그 앞부분을 맡아서 다음 작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뒷부분은 좀더 집중해서 볼 수 있어요. 연락두절 상태로 잠수타지 말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서로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세요.

keyword
이전 14화알앤알: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