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구: 마케팅적 사고를 가져라

일잘러의 어휘력

by 이승화
매력적인 자기소개


연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보면 참가자들이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참가자들은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돋보이기 위해 매력적인 소개를 준비해요. 누군가는 몸매에 자신 있다며 근육질을 보여주고, 누군가는 학벌과 전문 직업으로 지성을 뽑냅니다. 또 노래와 춤을 준비해서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해 호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요. 어른들의 만남이다 보니까 경제력도 빠질 수 없습니다.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고 나면 그 이전과 이후의 평가가 많이 달라져요. 여러 가지에서 감점이 된 사람도 있고 가산점이 붙은 사람도 있습니다. 나아가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다가가 맞춤형 플러팅(flitting, 관심 표현)을 하기도 해요. 상대방의 자기소개를 잘 새겨 듣고 그 이상형에 부합하는 지점을 호소합니다. ‘사는 곳이 가깝다’, ‘취미가 비슷하다’, ‘가치관이 일치한다’ 등등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지점이 소구점입니다.


여기 좀 봐 주세요!


소구(訴求)는 호소하다 ‘소(訴)’와 구하다 ‘구(求)’가 합쳐진 말이에요. 법률 용어로는 소송에 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일을 말하는데, 비즈니스에서는 주로 고객이나 소비자들의 욕구(Needs)를 자극시켜 구매 동기를 유발하는 행위를 말해요. 제품이나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핵심 요소를 소구점(訴求點)이라고 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소구력(訴求力)이라고 합니다.


비슷한 표현으로 어필(appeal), 어필 포인트(appeal point), 어필링 파워(appealing powe)라는 말이 사용됩니다. 마음을 끈다는 의미에요. 이성이 좋아하는 향수를 이미 알고 그 향수를 준비해서 자극하는 것과, 정확히 무슨 향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이성에게 매력적인 향으로 자극하는 방법이 있어요. 주로 마케팅팀에서 제품의 매력을 전하고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소구 전략을 세웁니다.


*우리 제품의 가장 큰 소구점은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입니다..

*이 광고가 소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니즈와 원츠를 자극하라


결국 여기 좀 봐달라고 외칠 때, 두 가지 입장이 있습니다. ‘여기 당신이 필요한 것을 준비했다!’와 ‘당신은 이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전자는 고객이 필요한 것을 미리 파악해서 거기에 맞춤형으로 상품의 소구점을 기획한 접근이고, 후자는 상품의 소구점을 바탕으로 고객의 욕구를 자극하는 접근입니다. 필요한 걸 주는 전략과 원하게 느끼도록 하는 전략이 다릅니다.


니즈(Needs)는 필요하다고 느끼는 소비자의 욕구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산을 오를 때 목이 마를 때 목이 마르면 물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죠.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지점에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니즈를 충족시켜요.


원츠(Wants)는 필요한 것을 넘어 무언가를 원하는 욕구입니다. 예를 들어, 등산할 때 초보가 아니라 전문가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 원하는 마음을 자극해서 산악인들이 두르는 띠나 깃발을 판매하고, 화려한 가방 액세서리를 제공합니다. 원츠를 충족시켜요.


이렇게 어떤 전략으로 고객과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구할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 마케팅이죠. 마케팅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하거나, 당하거나 둘 중 하라나는 말도 있어요.


마케팅적 사고를 가져라


첫 회사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간접 경험한 적이 있어요. 상황이 힘들 때 가장 비용을 줄이기 좋은 분야가 마케팅입니다. 홍보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죠. 며칠 사이에 마케팅팀이 사라지게 되었고, 몸담고 있던 연구개발팀에서 상품기획까지 함께하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마케팅팀을 통해 이런저런 제안이 오면 충실하게 제품을 만들어주는 업무였다면, 이제 무엇을 만들면 좋을지도 고민해야 하는 역할로 바뀌었어요. 대표님은 마케팅적 사고를 갖고 일하라고 말했어요. 팀원들이 마케팅 관련 도서를 읽고 모여 세미나도 하면서 어떤 제품을 개발하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다른 팀 일까지 떠맡았다고 짜증 내는 직원들도 많았어요. 저또한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마케팅 관련 공부를 하다 보니까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 전에는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열심히 잘 만드는 것에만 신경을 썼어요. 매출이나 상품성, 수익성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고 전문성을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어떤 제품을 만들어도 그 제품이 고객에게 닿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회사가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결국 나의 월급도 불안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닌 겁니다. 그때부터 만든 제품이 현장에서 어떤 반응을 겪고 있고, 개선할 지점은 무엇인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능동적으로 탐구하게 되었어요.


마케팅적 사고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합니다. 일상에 관심을 가지세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호기심을 갖고, 어떻게 하면 기대를 충족할지 탐구합니다. 그 호기심과 탐구심을 바탕으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바라본다면 능동적인 일잘러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거예요.


강점을 드러내라


제품의 장점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끌 듯, 나의 강점으로 회사와 상사의 마음을 끌 수 있습니다. 마케터로 일하는 친구가 있어 종종 이야기를 듣는데, 관련된 일이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가장 쉽게 떠오르는 일은 영상 광고를 기획하고 촬영을 이끄는 일입니다. 또 매력적인 한 줄로 광고 포스터를 돋보이게 하기도 하고요. SNS를 관리하며 고객들과 소통하기도 하고 온라인 쇼핑몰 상세 페이지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언론사들과 소통하며 대대적인 보도자료를 제작하기도 하고, 직접 기사를 작성하기도 해요. 또 여러 회사들을 만나며 제휴도 하고 협상을 통해 다양한 콜라보 굿즈도 제작합니다. 박람회나 팝업스토어 등의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기도 해요.


같은 마케터라고 해도 하는 일이 완전 다를 수 있어요. 결국 마케팅을 하고 싶은 사람들 중에서도 업무를 나누어야 합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지만, 잘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성과를 냈을 때 직원과 회사 모두가 좋은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고 원하는 일을 따내야 합니다. 상사 입장에서도 캐릭터가 분명한 직원은 큰 고민 없이 업무를 맡길 수 있어요.본인의 SNS도 잘 운영하는 직원이라면 회사 SNS도 잘 관리할 수 있을 거예요. 평소에 글쓰기에 관심 있는 직원은 카피라이터나 보도자료 작성에 부담이 덜할 겁니다.


온라인 쇼핑을 즐겨 하는 직원은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적인 상세페이지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협상에 능숙한 직원은 다른 회사와의 제휴 업무를 통해 영향력을 키워나갈 수 있어요. 이렇게 적재적소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려면 스스로의 강점을 잘 알아야 하고, 잘 알려야 합니다. 강점을 드러내면 업무 분장을 하는 상사의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되니, 자신 있게 드러내세요.

keyword
이전 16화배상, 제위: 정중한 태도를 표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