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의 어휘력
일정을 OOO하다
다음 대화를 보고 ‘어레인지’의 뜻을 짐작해 보세요. 그리고 매니저의 입장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 보세요.
*팀장: 급하게 회의해야 하니 모여주세요.
*매니저: 곧 디자이너 미팅 진행 예정이에요.
*팀장: 그럼 그 미팅 일정 어레인지 해주세요.
(1) 디자이너 미팅 일정을 다른 시간대로 조정하라는 의미구나.
(2) 디자이너 미팅을 그대로 확정하라는 의미구나.
둘 중에 어떤 의미일까요? 한번 어레인지의 의미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리저리 조율하다
어레인지(Arrange)는 사전적 의미로 ‘배열하다, 준비하다, 처리하다’의 뜻입니다. 무언가를 나란히 맞추어 정리하는 그림을 떠올리면 됩니다. 물건을 나란히 놓거나, 가구를 질서정연하게 배치하거나 하는 행위를 나타내요. 나아가서 계획을 세우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포함하고, 음악을 편곡하고 재구성한다는 뜻으로 확장되어 사용됩니다. 이리저리 뭔가를 맞추는 느낌이죠.
비즈니스에서는 보통 상황을 조율하거나 조정하는 과정을 나타내요. 우선 회의 및 스케줄을 조정할 때, 참석자들의 일정을 조율하여 만남이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서로의 스케쥴을 파악해서 모두가 가능한 날짜를 만들어야겠죠. 나아가 장소도 구하고 준비물도 챙기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해요. 회의를 위해 흩어진 요소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거죠. 프로젝트 성격상 다른 팀과 협업하거나 다른 회사와 협력할 때도 교통정리가 필요합니다. 그럴 때 상호 이익을 위해 관계를 설정하고, 조건을 맞추고, 각자가 맡아야 할 업무를 분배하고, 조율하는 과정도 의미합니다.
*팀별로 취합한 파일들 어레인지 해주세요.
*이번 기획안 내용을 보니 다른 팀과 어레인지 해야겠어요.
줄을 맞추어 정렬하다
비슷한 의미로 얼라인(align)이 있어요. ‘줄, 선’을 뜻하는 라틴어 ‘lineare’에서 유래한 말로 선을 따라 정렬하거나, 일직선으로 배치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레인지(Arrange)’보다는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맞추어 정렬하는 느낌이 강해요.
시작은 군대를 일렬로 정렬하는 것이나 물리적 대상을 나란히 세우는 것이었지만 의미가 점점 확장되었어요. 우리의 신념이나 사상, 태도를 맞추어 일치시키는 것, 기준을 조정하여 맞추는 것도 포함합니다. 회사에서는 기업의 비전을 모두 공유하라는 의미로도 자주 사용돼요.
예를 들어, ‘팀별로 목표 얼라인 됐어?’라는 말에서 얼라인은 흩어진 목표, 서로 간의 이해를 정리해서 맞추라는 의미입니다. 회사의 목표를 기준으로 팀의 목표를 정하고, 팀의 목표를 기준으로 팀원들의 개별 목표를 정렬하는 과정을 의미하죠. 모두가 한 방향을 보도록 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입니다. 한 회사는 ‘얼라인먼트 위크(Alignment week)’를 지정해서 정기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공유하고 방향성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기도 해요.
회사의 문화에 맞추어 적응하는 것도 얼라인으로 표현합니다. 일정한 방향으로 나란히 맞춘다는 의미는 어느 정도 동조한다는 뜻이겠죠? 확장해서 지지한다는 의미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이런저런 것들을 맞추고 지지하면서 하나의 뜻으로 모인 원팀(One-Team)을 지향합니다.
함께 알아두면 좋을 말로 ‘나래비’가 있습니다.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로 ‘줄, 줄지어 늘어선 모양’을 뜻해요. 사람들을 줄지어 세우거나, 사물을 나란히 놓을 때 ‘나래비를 세우다’와 같은 표현으로 많이 쓰입니다. 서류작업할 때 기준을 잡아 데이터 자료를 정렬하는 것도 포함해요.
메타인지로 현명하게 조율해라
회식할 때마다 일정 잡고 장소 정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 힘든 일을 훌륭하게 해내는 사원이 있었습니다. 우선 팀원들이 공유한 업무 일정표, 휴가 일정을 참고해서 가장 참여율이 높은 날짜를 몇 개 골라요.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산, 이동 거리 등을 확인해요. 마지막으로 팀원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들을 확인하고, 그 메뉴들을 제외한 음식점을 3가지 정도 선별합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거나 겹치면 고르기 힘드니, 서로 다른 결의 음식점을 3~4가지 정도만 후보로 삼아요. 그리고 개인적인 추천평, 특징을 한두 줄 첨부합니다. 이제 팀원들은 마지막으로 투표만 하면 되죠. 이렇게 회식 일정 잡는 것만 잘해도 똑부러지게 일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요즘 프로젝트는 이전보다 규모가 크고 복잡해졌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더 많은 연결고리가 생기고 협력의 관계가 필수가 되었어요. 그래서 상황을 바라보고 조율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작게는 팀원끼리, 다른 팀끼리, 크게는 다른 회사와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사정을 챙기고 배려하며 상호이익을 취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해요. 이런 과정을 잡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능력은 메타인지입니다. 초인지, 상위인지라고도 하는데, 자신의 생각을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바라보며 판단하고 조절하는 과정이에요. 미로에 갇혀있다고 생각하면, 눈앞에는 막막한 벽만 보일 거예요. 하지만 높은 곳에서 미로를 바라본다면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빠져나갈 길을 찾아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축구로 따지면 감독의 역할을 하는 겁니다. 선수들의 능력을 알고, 그에 맞게 배치하고 전략을 세우는 과정이죠.
우선 서로 합의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을 계획합니다.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인지,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의견을 나누어요. 갈등이 생겼을 때, 이해 관계가 충돌할 때도 넓은 시야로 상황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합니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유연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잘러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