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리뷰
<초간단 줄거리>
주인공: 캣니스, 피타, 게일, 코인, 스노우
판엠이란 독재 국가 속에 캐피톨이란 수도를 중심으로 1~12구역이 캐피톨의 식민지 개념으로 존재한다.
→ 캐피톨은 각 구역의 반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구역마다 조공인으로 소년 1명, 소녀 1명씩 선발하여 헝거게임(서바이벌 생존게임)을 실시한다.
→12구역 조공인인 캣니스와 피터는 74회 헝거게임 우승하며 스타가 된다.
→하지만 독재자 스노우는 캣니스가 반란의 불씨를 키운다고 생각하며 타겟으로 삼고 다시 75회 헝거게임으로 이전 우승자들을 불러들인다.
→75회 헝거게임중 캣니스는 경기장을 폭파시키고, 그 틈으로 숨겨져 왔던 13번 구역을 중심으로 반란이 일어난다.
→캣니스는 고민하다 13구역 지도자 코인을 중심으로 하는 반란군에 협력하며 정치 선전에 동참한다.
→코인의 반란군이 스노우의 캐피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순간, 캣니스는 스노우가 아닌 코인을 죽인다.
→지속적으로 게일과 피타 사이를 고민하던 캣니스는 고향으로 내려가 피타와 산다.
※ 참여인원:
- 데미얀('데미안'의 그 데미안의 후손 / 선과 악, 두 신을 섬기는 균형 잡힌 사회자)
- 횽길동('홍길동전'의 그 홍길동의 후손 / 또다른 율도국을 꿈꾸는 밑바닥 혁명가)
- 죠르바('그리스인 조르바'의 그 조르바의 후손 / 짐승같은 본능을 유지하는 자연인)
- 보바뤼('마담 보바리'의 그 보바리의 후손 / 아름다움을 위해선 영혼도 파는 아티스트)
- 거츠비('위대한 개츠비'의 그 개츠비의 후손 / 무엇이든 이루고마는 욕망 가득 허세남)
※장소: 판엠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도서: 헝거게임 (수잔 콜린스)
●데미얀: 안녕하세요. 이번 책은 어마어마하게 외국에서 인기가 많았던 <헝거게임>입니다. 이 책은 제가 군대에 있을 때 병사들에게 읽지 못하게 했던 책이라 기억이 남네요. 그때는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고 목록에 있어서 압수하곤 했었는데... 다시 읽어봐도 조금 위험한 책인 것 같긴 합니다.ㅋㅋㅋ 반란 일어나면 안되니까... 이 작품은 이번에 영화 4편으로 나오기도 했죠. 시간 부족하신 분들은 영화 보고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함께 섞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다들 어떻게 보셨나요? 전체적인 감상 이야기해 볼까요?
○횽길동: 저는 판타지 경험이 거의 없긴 한데... 정말 최고의 판타지라고 생각함. 여운이 아직도 남네요. 제가 생각했던 판타지는 조금 허황되고 자극적인? 말초신경자극용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제 생각의 틀을 깨줬어요. 현실적인 문제를 정말 잘 다루고 있더라구요.
○죠르바: 나는 뭔가 찝찝하던데. 내가 판타지를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는 이런게 아니거든. 영화로 봤는데, 1편은 좀 재미있게 봤어. 그래도. 흥미진진하게. 근데 2편부터는 조금 지루하더라구.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촬영만 하고... 제가 기대했던 판타지적 볼거리,상상거리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작품이었어! 그냥 1편만 나왔으면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판타지는 자고로 싸워야 맛이지!!
○거츠비: 저도 판타지를 즐겨보는데, 제가 아는 판타지에 비하면 정말 이건 판타지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판타지하면 떠오르는 작품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또 지금 한창 재밌게 보고 있는 <왕좌의 게임>에 비하면 초등학생 수준? 너무 저퀄리티라고 해야 하나.. 엉성했습니다. 그냥 <배틀로얄> 소재랑 <1984> 같은 소재들 이것저것 섞어 놓은 느낌?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모르겠네요. 여자의 여우짓도 거슬리고, 게일이야 피터야! 키스만 실컷 해대고!
○보바뤼: 저는 책으로 봤을 때, 작가가 보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중간중간 숨겨진 상징적인 의미들이 너무 절묘한 거예요. 그 매력에 푹 빠져서 봤는데. 판타지는 어때야 한다 ~ 이런 생각 없이 그냥 책을 재미있게 봤어요. 이런 상징적인 의미들이 많으니까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
○데미얀: 네. 역시나 이번에도 평이 갈리는군요. <판타지>라는 장르의 기준에 맞추어 보았을 때는 실망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냥 책으로 봤을 때 재미있게 보시는 분도 있고 그렇네요. 하지만 이 책은 제가 애청하는 프로그램 <비밀 독서단>에도 선정된 바 있고 미국에서도 어마어마하게 인기가 많은 작품이죠. <헝거게임으로 철학하기>라는 책이 있을 정도로 생각거리도 많이 담고 있어요. 그 점을 염두해 두시고 책 안에 있는 가치들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영화로 보신 분도 영화 장면을 이야기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보바뤼: 저는 결말 보고 깜짝 놀랐어요. 마지막에 스노우가 아닌 코인을 죽일 때. 아 우리가 아는 이분법적인 선과 악의 개념을 넘어선 또다른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구나. 이 소녀가 왜 이렇게 생각이 많았는지 이해가 되더라구요. 처음에는 캣니스가 너무 나약한거 아닌가. 그래서 호의도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런 소녀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모킹제이>에서 조금씩 흐름이 묘하게 가더니.. 결국 그렇게 되더라구요. 그 마무리 보고 너무 여운이 남아서 여기저기 포스팅하고 난리쳤어요!! 모킹제이가 된 캣니스 너무 예뻤어. 나도 시나가 해준 드레스 입고 싶었...
○횽길동: 저는 전체적인 구성이 인상 깊었어요. <트루먼 쇼>같이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생중계 된다는 느낌. 아까 죠르바님이 <1984> 얘기 하셨는데 저도 조지오웰이 계속 생각났어요. 하지만 이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생각해요. <1984>는 지도자에 의한 감시라면, <헝거게임>은 대중이 보고 있는 거잖아요. 한 명의 지도자를 넘어선 대중, 그리고 반란군들도 대중들을 더 신경쓰기 때문에 계속된 촬영을 하죠. 요즘의 언론 플레이 같은?, 마지막에 스노우인척 어린 아이들을 모두 죽인 것도, 결국 대중들의 마음을 스노우에게서 완전히 떼어놓기 위한 것이잖아요. 이렇게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 현대판 빅브라더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게 현대판으로 가져온게 너무 감동적이었음.
○죠르바:판타지도 굳이 그래야 하나? 우리가 판타지에 기대하는 것은 그런 밀접한 현실 관련 내용보다는 볼거리, 상상거리 아냐? 근데 그 상상거리 면에서는 많이 미흡했던 것 같아요. 다른 판타지들 보면 정말 다른 종족들 나오고, 새로운 세상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이건 너무 현실 같아서 그런 느낌이 별로 안 들었는데. 왜 봐 그럼.
두목 때문에 다 봤지, 이렇게 비실비실한 판타지였으면 끝까지 보지도 않았다 뭐.
○거츠비: 저도 거들자면 게임 소재는 <배틀로얄> 소재를 거의 따 왔다고 할 수 있는 구조라서 크게 흥미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캣니스가 이끌어가는 사건 하나하나가 다 예상이 되더라구요. 사과로 구호품 날리는 거, 둘이 함께 우승하려고 하는 거, 다시 헝거게임 또 하는 거, 결말도 그렇고 등등. 캐피톨~12구역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많이 남았어요. "여기서 왜 이런 행동을 하지?" 예로 들면, <왕좌의 게임> 같은 경우에는 그런 내용들이 체계적인 설명이 되거든요. 영화에서 디테일함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퀄리티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바뤼: 천재시네요... 딱 보고 다 아시고... 저는 순간순간 깜짝깜짝 놀라면서 봤는데... 거츠비님은 아무리 의미가 좋은 글이라도 맞춤법 틀리면 글이 쓰레기라고 하시겠어요...
○거츠비: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맞춤법도 글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로 더 훌륭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불편하게 할 수는 있는 존재죠.
○보바뤼: 항상 처음 보는 것처럼. 놀라고. 감동 먹고. 기뻐하고. 이런 박웅현 씨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저는 기존의 판타지와 비교해서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작품이 좋은 건 알겠지만, 그 작품에 비해서 못하다고 혹평한다면 너무 잃을 게 많지 않을까요. 그리고 <왕좌의 게임>은 규모 자체가 다르잖아요. 책 분량도 다르고, 드라마로 주구장창 나오고 있는데 그걸 지금 나온 영화나 책과 비교하는 것도 좀 그렇고요. 비교 대상 자체가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데미얀: 워워. 릴렉스. 우선 '판타지'와 같은 장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이후에 이야기 나누어 볼 예정입니다. 지금은 우선 <헝거게임> 책 안에서 의미를 찾아보는 걸로 하죠. 긍정을 하든 비판을 하든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우선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확장하는 시간은 이후 따로 가질게요.
○보바뤼: 저는 이 책에서 주인공 캣니스의 심리가 너무 리얼하게 다가와서 좋았거든요. 어떤 특별한 마법같은 볼거리나 획기적인 구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 그 자체가 좋았어요. 완전 1인칭으로 가잖아요? 그래서 좀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하나 고르라면, 캣니스가 모킹제이가 될까 말까 고민하는 장면? 누가 만약 나한테 '모킹제이'를 하라고 하면 옳다구나! 하고 할 것 같아요. 고민 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들은 사명감을 갖고 임무를 완수하기 마련인데, 끝까지 고민하는 캣니스란 캐릭터 자체가 신선했어요.
○횽길동: '모킹제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는 이 의미를 생각하며 소름이 돋았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들은 고딕님이 말씀하셨듯이, 스스로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데 모킹제이는 그런 힘이 없어요. 하지만 영향력은 있어요. 이게 놀랍도록 무섭더라구요. 힘이 없는 존재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그 과정, 정치 선전을 위해 기획하고 촬영하는 그 장면들이 너무 적나라해서 소름이 돋았어요. 캣니스는 스스로 힘이 없기 때문에 고민을 하는 거임. 대체 가능한 자원이거든요. 생방송으로 좀더 알려졌을 뿐이지. 근데 다른 영웅들은 힘이 있기 때문에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죠. 자기가 아니면 안 되니까. 이런 장면은 마지막에 사령관 복스와의 대화에서 강조됩니다. 캣니스가 마지막으로 반란군을 독려할 수 있는 길은 죽는 것이라고. '순교자'가 되어 반란군의 캐피톨에 대한 화를 더욱 불러일으키는 거죠. 끔찍하지 않나요?
구역들을 연대시킨다는 주된 목표는 이미 성공했으니까. 요즘 만드는 프로포는 네가 없어도 만들 수 있지. 네가 반란에 불길을 더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딱 하나 남아 있을 뿐이야. 그래. 우리에게 순교자를 주는 거지. 순교자를 위해 싸우도록. p.294
'모킹제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변종 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상징적인 의미가 너무 와닿았어요. 확성기 정도일 뿐.. 흑흑 <내부자들>에서도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보다 언론사에 있는 백윤식이 더 힘이 쎼잖아요.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보바뤼: 저는 그렇게 깊은 생각은 안 해봤는데.. 캣니스가 마지막에 피타를 택한 건 좀 이해가 안 됐어요. 그 전에도 게일과 피타 사이에 오락가락 할 때, 게일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피타한테 가더라구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나랑 비슷한 사람 vs 나랑 다른 사람. 어떤 사람을 고르느냐 하는? ㅋㅋ 게일이랑 살면 같이 사냥하면서 놀면 좋을 것 같은데 싸우면 집이 뒤집어질 것 같고.. 피타랑 살면 취미 생활은 같이 못해도 싸우진 않을 것 같고.. 어렵네요. 사랑은. 만나봐야 알지 뭐..ㅎㅎ
○데미얀: 아 여기서 저도 많은 생각을 했거든요. 영화 보면서는 이 여주인공은 왜 아무 남자랑 뽀뽀하나... 아무리 연기라고 하지만 어떤게 진짜인가... 그랬는데 책을 보니까 주인공의 생각이 잘 나와 있어서 이해가 좀 더 가더라구요.
"없으면 자기가 살 수 없는 사람을 고를 거야."
나의 짝이 될 사람이 내게 줄 수 있는 게 뭔지 냉정하게 평가할 거라는 의미이다. p.350
저도 캣니스랑 게일이 굉장히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보면 마찰이 조금씩 있거든요. 생각의 차이. 같이 사냥을 하는 것과는 다르죠.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냐는 것. 무차별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게일의 모습에서 캣니스는 조금씩 실망 아닌 실망을 하는 것 같았어요. 이 친구는 나랑 다르구나. 어떻게 보면 온순한 피터가 자신의 내면과는 더 같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캣니스는 사실 함부로 누굴 죽이지 못하는, 겉으로만 까칠한 여자잖아요? 뒤로 갈수록, 평화유지군들에게까지 동정심을 보이죠. 게일은 힘을 얻을수록 좀더 적극적이고 과감해지는 반면에. 이렇게 보면 또 비슷 VS 다른이 바뀌죠?ㅎㅎ
○거츠비: 저는 헝거게임에서 그 사람들을 '조공인'이라고 하는 것이 와닿았습니다. 사실 그런 문화가 없어진게 그리 오래되진 않았잖아요. 로마시대만 해도 노예들 콜로세움에 몰아넣고 싸우게 했으니까. 제가 <스파르타쿠스>도 재밌게 봤거든요. 이게 다 옛날 신화 <테세우스>에서 나오는 모티프잖아요. 조공으로 바치는 괴물, 그 속으로 들어가 괴물을 물리치고 해방시켜주는. 근데 그런 존재로서의 캣니스와 피타가 조금 많이 아쉽긴 했어요.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나 부족한 모습? 동맹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만, 그 동맹 자체도 엉성해 보이고. 헝거게임 안에서 그렇게 쉽게 동맹 맺는 것도 이해가 잘 안 가더라구요. 그러니까 최종 결말에서도 캣니스는 스스로 왕이 될 수가 없는 것 같은, 혼자 시골로 내려가서 사는 모습에서 허무했습니다. 사실. 작가의 의도가 어떻든 우리가 기대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벗어난 것이, 그 벗어남이 나약함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그나마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연기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보바뤼: 저도 캣니스가 나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해요. 모든 것에 의심하잖아요.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고. 캣니스의 모든 결정을 보면 다 '가족'을 위해서예요. 특히 프림. 또 모킹제이 하겠다고 할 때 보면 '피터'가 추가되죠. 그나마 마지막에 프림이 죽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누군가의 딸, 소녀 가장, 12번 구역 조공인, 모킹제이. 다 떠나서 그냥 캣니스 에버딘으로.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저는 생각했고 감동 받았어요. 나도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겠다. 이런?
○횽길동: 아 저도 의심하니까 생각났어요. 그 피타가 캐피톨한테 고문 당해서 정신이 오락가락 하잖아요. 그놈의 고문. 흑. 그의 기억 속에 어떤 장면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그 기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떠오른 기억들을 말하고 '진짜야? 가짜야?' 물어보는데 그 장면들이 너무 짠했어요. 우리가 사실 지금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잖아요. 따지고 보면, 어느게 진리인지. 그 상황에서 물어볼 수 있는 건 상대방에 대한 진심 뿐인거죠. 어느 것이 진짜인지 모르는 세상 속에서, 믿을 건 인간의 내면 뿐이라고 해야하나. 너무 감상적이죠?
그래시 퍼티가 나에게 "넌 날 사랑해. 진짜야, 가짜야?"라고 속삭일 때면, 난 이렇게 대답한다.
"진짜야."
○죠르바: 뭘 고민해.. 둘 다 만나면 되지... 땡큐구만... 내가 죽으면 다 필요 없어. 혁명이고 뭐고. 내가 죽으면 세상이 끝이라고. 근데 캣니스는 가족을 위해서 산단 말야. 피타를 위해서. 피타가 살면 뭐해. 내가 죽으면 끝인데. 하튼 답답했어 보는데. 차라리 박력있는 게일이 내 스타일이야. 아주.
사실 싸우려면 제대로 싸우던가, 사랑을 하려면 사랑을 제대로 하던가. 캣니스는 너무 생각이 많단 말야. 내가 제일 싫어하는 머릿속에 저울을 들고 다니는 유형이란 말이지. 그러니 뭐 제대로 되는게 없지. 빌어먹을!
●데미얀: 정말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다양한 관점'이라는 면에서 한 가지 저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마지막 보면 프림을 죽인 그 작전이 스노우냐, 코인이냐 캣니스가 갈등하죠. 마지막 행동 전까지는 스노우의 거짓말이구나 생각할 정도의 전개가 이루어지죠. 근데 이 말이 굉장히 와닿았어요.
내 실수는 코인의 속셈을 너무 늦게 알아차린 거지. 캐피톨과 구역들이 서로를 파괴하게 해서 13번 구역은 말짱하게 지키고, 뒤늦게 들어와서 권력을 잡는 것 말야. 이건 진실이다.
하지만 난 코인을 보고 있지 않았어. 난 너, 모킹제이를 보고 있었지. 그리고 넌 나를 보고 있었어. 우리 둘 다 바보 취급을 당한 것 같구나. p.376
악당 스노우의 말이긴 하지만, 캣니스도 충분히 설득 당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자신의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떠오르겠죠. 사실 어떤게 진실인지는 모르죠. 캣니스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니까. 캣니스도 캐묻지도 않아요. 또한 청문회도 하지 않죠. 그냥 시골로 갑니다. 그냥 캣니스는 자기가 생각한 대로, 자기의 믿음대로 행동했어요. 나중에 '정답이 뭐야?' 라고 캐묻지 않아요. 꼭 코인이 프림을 죽이진 않았더라도, 죽이고도 남을 인물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던 거죠. 하나의 사건을 이렇게 의심하며 다르게 보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우리가 모임을 통해서 이야기 나눌 때도 저는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의견에 충실했으면 합니다. 진리를 찾겠다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탐정같은 자세보다는. 스스로 충실한 근거를 들면 충분한 것 같아요.
●데미얀: 이제 앞에서 논란이 됐던, <판타지>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판타지 문학 : 지식백과
신과 마법을 비롯한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구성요소로 삼아 하나의 완결된 세계관 속에서 만들어진 문학 작품을 판타지 문학이라 부른다. 이 때 세계관이 반드시 논리적이고 과학적 사실에 근거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과학소설(Scientific Fiction, Sci-Fi)과 구별된다. 지나치게 엄격하게 세계관을 구현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판타지 문학은 넓은 독자층을 형성하는 것을 넘어 넓은 작가층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역사나 사회, 사랑과 우정 등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많은 주제를 지금과 다른 세계에서 마음껏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판타지 문학은 매력적이며, 그 세계가 비록 엄격한 논리적 뒷받침 없이 제시되어도 허용되는 것이 판타지의 세계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판타지 문학 (판타지 백과, 바로북)
판타지의 정의는 위와 같아요. SF까지 나누면 또 헷갈리네요. 왜 굳이 장르를 나누냐고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위 대화에서 봤듯이 우리가 어떤 장르를 접했을 때는 그 장르에 대한 기대치가 있죠. 어떤 메시지를 얻고 싶어서 <자기계발서>를 읽는다거나, 인간 심성에 대한 이해를 하고 싶어서 <소설>을 읽는다거나, 지식을 얻고자 <교양서>를 읽는다거나 말이죠. 작품 자체의 이 경계가 요즘 모호해지기도 했지만, 독자들의 판단 경계도 모호해졌어요. <자기계발서>를 읽고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네, 인물이 작위적이네. 이런 이야기들을 하죠. 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선 그런 과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죠. 역으로 <소설>을 읽고 무슨 메시지를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죠. 근데 소설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만을 위해서 쓰는 장르가 아니죠. 북콘서트 가다보면 작가가 자기 작품의 주제를 한줄로 명확하게 말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작가가 가지고 있다고 해도 독자가 그대로 받아들이길 원하진 않을 거예요. 명확한 메시지를 찾으려면 또 다른 장르를 찾아야겠죠. 그래서 그냥 한번 두루뭉술하게,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우리가 문학평론가도 아니고 장르를 명확히 구별하자는 건 아니죠. 정의는 사전에 맡기고, 여러분들은 판타지를 왜 읽으시나요?
○죠르바: 다른건 몰라도 판타지는 재미있어얒이! 삶의 의미를 가져다 주는 책은 사실 많잖아. 그런데도 우리가 판타지를 집어 드는 순간은 뭔가 따분할 때, 시간 보내고 싶을 때. 그럴 때가 아니냔 말이야. 그래서 흥미위주로 보는거지. 현실도피 성향도 있고.. 스트레스도 날려버리고. 신나고. 그거에 비했을 때 아까 <헝거게임>이 아쉬웠다고 한 거지. 별로 싸우지도 않고.. 약해보이고.. 사랑도 어설프게 하고... 같은 맥락으로 너무 현실과 밀접하면 또 재미가 없는 거 같기도 한데. 죠르바가 보기에는!?
○거츠비: 저는 그들의 독특한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 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판타지 대작들을 보면 그 작가들의 세계관이 정말 어마어마하거든요. 스케일이 달라요. 그러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 사람들에 대한 경외감도 들구요. 그 세계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제 이런 거에 익숙해지다 보면 눈높이가 높아져서 다른 것들이 시시해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살짝 비유하자면 블록버스터 즐겨보는 사람들은 영화관에서 한국영화 보면 돈 아깝다고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한국영화는 집에서 보는 거고, 블록버스터는 영화관에서 빵빵한 화질과 스피커로 보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전 <헝거게임>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블록버스터 보러 갔는데 독립영화 느낌? ㅋㅋㅋ 독립영화 비하는 아니고 볼거리같은 스케일 면에서요....
○횽길동: 에이, 독립영화까지는... 저는 판타지도 결국 소설이잖아요. 그럼 현실과 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판타지를 찾아서 보는 스타일은 아니라 할말은 없지만, 결국 제 재미는 우리의 삶과 밀접할 때 느끼는 것 같아요. 전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판타지도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방법이 조금 다를 뿐. 그래서 전 아직도 모호하네요. 판타지의 경계가. 드래곤 나오면 판타지인가....
○보바뤼: 사실 저도 판타지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화려함'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상상력'. 근데 사실 그런 상상력은 모든 소설에 담겨져 있으니까 굳이 판타지를 보진 않았어요. 무협지나 우주를 배경으로 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사실 크게 호감이 가진 않았거든요. 근데 그나마 이번 헝거게임을 보니까 판타지가 소설적 내구성도 가질 수 있고 상상력을 넘어서 많은 생각거리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근데 이야기 들어보니 그런 화려함을 기대했다면 충분히 실망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독창적인 맛의 판타지를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톡톡 튀는? 다른 작품이 생각나지 않는?
●데미얀: 저도 사실 아직까진 따로 읽어봐야지 한 적이 없어요. 이번에도 우리 모임의 통해 접해봤는데. 덕분에 많은 판타지 영화도 살펴보면서 얻은게 많습니다. 기존에 좋아했던 '의미찾기'를 넘어서 판타지 그 자체의 독창성, 세계관, 디테일한 영상미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판타지 고유의 맛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솔직히 부럽습니다.
심리학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의사결정 모형 중에 '보충모형'과 '비보충모형'이란게 있어요. '보충모형'은 여러가지 요소들이 서로 장점과 단점을 보충해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상형을 보면 얼굴+10 몸매+3 성격-10 능력+2 이렇게 전체적으로 계산을 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거예요. 그럼 비보충모형은 무엇이냐, 얼굴이 -면 다른게 아무리 점수가 높아도 의미가 없는거죠. 보충이 안 되는 절대적 기준이 있는 거예요. 어떤게 좋은거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보충모형이 더 고른 시각을 갖고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작품을 감상할 때도 특정 부분이 거슬릴 수는 있지만 그 하나로 다른 매력까지 모두 부정하는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임을 통해서는 모두들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다음에 만나요~!!
p.s 앞에서 여러분들이 추천해주신 작품들도 다음에 한번 모임에서 다루는 걸로 !
- 반지의 제왕
- 왕좌의 게임
- 해리포터
- 메이즈 러너
- 나니아 연대기
- 드래곤 라자
인스타그램: hwabregas
블로그: http://blog.naver.com/lik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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