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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말이 칼이 될 때 (홍성수)

혐오와 공감에 대하여

by 이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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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혐오표현에 대한 연구자의 연구자스런 시선과 접근
*두마디: 제목은 진짜 좋은데...
*추천대상: 혐오표현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
*이미지: 혓바늘 (따끔따끔, 조심해야지...)
*깔때기: 나는 혐오표현을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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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앞으로 경어체로 글을 써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을 더욱 조심하기 위함입니다. 이 책은 혐오 연구자의 시선으로 굉장히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형태로 혐오표현을 다루지만 그만큼 기대했던 인문학적 시선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정말 좋은 제목인데, 그만큼 아쉽습니다.ㅠㅠ 다른 나라의 사례가 어쩌구, 법이 어쩌구, 정치가 어쩌구, 형사처벌이 어쩌구 이런 것보다 우리 인간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공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많이 아쉽습니다. 유발 하라리 아저씨가 이런 주제로 써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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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의 기본 전제가 '소수자'라고 하는데 '소수'란 것은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외눈박이 나라에 가면 두 눈을 가진 사람이 소수고, 차별받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혐오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이건 다수이건 결국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많은 혐오의 대상들, 따지고보면 다 내 주변인들입니다. 기껏해야 세 다리 건너면 다 닿을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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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간은 복합적인 존재이기에 내 안에서도 '다수'와 '소수'가 공존합니다. 성, 인종, 종교, 재산, 정체성, 건강 등등. 하지만 그 점을 망각하고 '다수'로서는 누군가를 억누르고 싶어하고, '소수'로서는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자기 모순에 직면하곤 합니다. 우선 내 안에서 '다수'와 '소수'가 공감하고 이해하며 이중잣대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타인에게도 이런 공감능력이 전이될 것입니다. 역지사지의 마음, 유치원 누리과정에서 배우더라구요........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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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예전에 싫어했던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난 바람펴도 넌 바람피지마 ~ 베이베 ~

난 혐오표현 해도 넌 혐오표현 하지마 ~ 베이베

둘다 하지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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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표현 연구자들은 혐오표현을 "영혼의 살인"(야스코), "말의 폭력", "따귀를 떄린 것"에 비유하곤 한다. 이 책의 제목을 "말이 칼이 될 때"라고 지은 것도 그런 이유다. 왜 혐오표현이라는 말이 칼이 되고 폭력이 되고 영혼을 죽이는 일이 될 수 있는지, 독자들이 그 이유에 조금이라도 더 공감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p.6



- 소수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처지를 말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없이 다른 권리의 보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p.19



- 망치보다 메스가 낫긴 하지만 모든 질병에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듯, 혐오표현도 금지하고 규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혐오표현을 낳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사회의 내성을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p.20



- 각국의 차별금지법은 성, 인종, 민족, 성적 지향, 장애 등의 속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데, 이러한 속성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소수자에 해당된다. (...) 국가인권위원회 연구보고서는 혐오표현을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 혐오하거나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p.30



- 혐오의 피라미드: 편견 - 혐오표현 - 차별행위 - 증오범죄 - 집단학살 p.84



- 홀로코스트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반유대주의가 나치에 의해 정치적으로 악용되어 극단적인 유대인 학살로 이어진 것이다. (...) 홀로코스트는 소수자들에 대한 학살이었던 것이다. p.111



- 심리학자 올포트는 이와 관련하여 법이 사람들의 편견을 직접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공식화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함으로써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적'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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