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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Apr 06. 2018

수선집에서 만난 평생학습 마인드!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 되길.

옷 수선집에 갔습니다.

지난 번에도 이용하던 수선집이었는데, 그 곳에는 중간 할머니(아주머니와 할머니 중간 ...)와 중간 할아버지(아저씨와 할아버지 중간..)가 함께 일을 하십니다. 나름 시내에서 인기 많은 수선집이라 손님도 많습니다.


메인 사장님이신 할머니는 꼭 눈 앞에서 옷을 입어볼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직접 보고 맞춤형 수선을 해주십니다. 한번 수선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오면 서로가 안타까우니 그런 상황을 최소화하자는 것입니다.


저또한 바지 기장을 줄일 때 직접 입어보고, 접어주시면서 함께 맞추어 나갔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좀 짧게 입지, 근데 너무 짧으면 별로야."라는 조언과 함께 수선을 해주셨고 만족스럽게 입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바지를 3개나 들고 갔습니다. 홈쇼핑에서 세트로 샀기 때문에, 색만 다르고 다 똑같은 바지였습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바쁘셔서 할아버지가 일을 맡아주셨는데, 작업 방식이 조금 달랐습니다.


미리 기장을 체크해오지 않았냐고 물으셔서, 여기서 입어보겠다고 했습니다. 입고 나서도 직접 길이를 확인하라고 하시면서 관심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불친절이라기 보다, 할아버지의 시각에서 '알맞는' 기장이 요즘 사람들과 맞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유행에 따라 조금 길게 입기도 하고, 짧게 입기도 하니 다 맞추기는 쉽지 않으실 것입니다. 할아버지의 알맞는 기준과도 매번 다를테니까요.


실제로 할아버지의 판단으로 기장을 줄였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아 재수선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수선비 문제로 서로 뻘줌할 수도 있겠죠.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래서 나름 신중하게 스스로 체크했습니다. 한 벌 망치면 세 벌이 다 틀어질 수가 있어서, 한 벌 수선하고 다시 입어보고 다시 수선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과정이 번거롭다거나, 할아버지를 탓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는 '평생학습'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시로 환경은 변하고, 세상의 기준은 달라집니다. 거기서 나의 기준과 항상 일치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호기심을 갖고, 배워보고자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 '평생학습'의 근본입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는데 뭐, 그냥 살면 되지..."이러한 생각으로는 평생학습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세, 유행을 좇아 가자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서로 공존할 수 있을 정도의 관심과 애정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걸음 다가가자는 것이죠.



아직 네가 젊어서 그래...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같은 공간에 계신 두 어르신을 비교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할머니는 본인의 '미의 기준'을 수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입는거 좋아하지?"라는 말 속에 그분의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봤을 때 예쁜 것은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의 눈으로 보고자 하는 노력이죠. 거기다 그분의 기준을 더해서 상호조절을 거치는 것입니다.



1. 나의 기준을 강요한다.


2. 다른 기준을 그냥 냅둔다. 


3. 다른 기준을 맹목적으로 좇는다.


4. 나의 기준과 다른 기준을 상호조절한다. 



이렇게 셋으로 나누었을 때, 

1이 소위 말하는 '꼰대'겠죠. "그게 아니야! 세상 말세다!"  

2는 무관심이 가득한 '거짓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런게 있긴 하겠지만 뭐, 관심 없어." 

3은 역으로, 유행과 대세에만 민감한 겁니다. "요즘 이게 인기래 ~"

4는 타인에 대해,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입니다. "저게 뭘까? 신기한데, 한번 배워서 접목해 볼까"


말이 필요 없겠지만. 4번이 가장 유연한 평생학습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쉽지 않겠지만 이 마인드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사소한 생활 경험이지만,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나름 울림을 주는 경험이라 남기고 싶었습니다.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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