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IT회사 사장님의 화끈한 입금)
처음으로 큰 계약을 체결했다. 중앙대학교에서 들었던 교양 과목들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창업학과 수업에서 친해진 경영학과 교수님께서 창업 이후로도 많은 조언을 주셨었는데, 광고회사를 창업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친한 IT회사 사장님과 미팅을 잡아주셨다.
할 수 있는 거는 다 말해보라고 말씀하셔서 브랜딩에 관련된 거는 왠만한 거는 다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홈페이지부터 시작해서 로고 디자인, 회사홍보영상, 회사소개서, 제품소개서, 제품 서비스네이밍까지 다 맡기셨다... 스케일이...
작업했던 사이트
작업했던 회사소개서 중 일부
작업했던 서비스 네이밍 중 일부
당시 나는 모두 작업하는 비용을 2천만원으로 산정했었는데, 2천만원이 누구 코에 붙이냐고 말씀하시면서 바로 부가세 포함해서 3300만원을 입금해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조금이라도 광고 비용을 깎으려고 하는 사장님들은 봤어도, 조금이라도 더 주시려고 하는 분은 처음이어서 상당히 당혹스러웠지만 당시 정말 어려웠던 시기어서 눈물이 날만큼 감사했다.
주작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크리스마스 전에 바로 입금해주셨는데, 그 해 크리스마스는 뭘 먹지 않아도 통장이 두둑해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정도로 마음이 풍족한 크리스마스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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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억하라.
나만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함께 일을 해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이 조금이라도 딜레이된다면 딜레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 뿐 만 아니라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삼키지 못할 일을 가져오는 것은 오히려 회사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나도 거의 그럴 뻔 했다.
이미 당시에 10개가 넘는 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었고, 3천만원 광고 계약건은 전체적으로 해야할 물량은 많은데 빠른 속도를 요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끊임없는 수정사항과 더불어서 부족한 인력... 4명의 인원으로는 어림도 없는 업무였다. 그리고 직원들의 역량 또한 그걸 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결국 몇 달의 고군분투 끝에 외주도 함께 써야만 했었다.
후배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광고주께서 기다려주셔서 망정이지, 무사히 모든 작업을 끝내긴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거의 4개월 정도가 늦춰진 상황이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고 죄송할 따름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수중에 큰 돈이 들어와서 좋았지만, 외주로 들어간 비용과 딜레이된 4개월, 다른 작업들도 미루어진 것을 계산해보면 사실상 큰 손실을 불러온 계약이었다.
지금은 그래서 오히려 큰 계약이 들어올 것 같으면 검토하고 또 검토하고 아예 안 받는 경우가 많다. 몇 억을 한꺼번에 벌 수 있는 기회여도 이제는 혹하지 않는다. 흑자도산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계획할 수 있었던 미래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느리지만 탄탄하게, 빠르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때로는 가장 느려 보이는 게 제일 빠른 거일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렇게 초보사장은 지난날 온갖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성장하고 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