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번 등산, 마음 두드리기.

(feat. 맨발 등산의 여유, 발바닥에 알알이 박히는 돌멩이들)

by 화개 지화
요새는 일도 일이지만, 매일 오전은 등산과 반신욕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을 가지는 중이다.


사무실 근처 봉산


조금이라도 일을 안하는 날은 없지만,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청년 창업과 강도 높은 업무량과 8시간을 훌쩍 넘기는 업무시간으로 몸에 대한 생각을 거의 못하고 살았다.


사무실 근처 봉산, 은평둘렛길


연인과의 결별(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모른다.), 난치성 질환의 발견,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림프절염과 대상포진까지...


8, 9월은 극도의 아픔에 11kg가 빠져버리는... 예상치 못했던 다이어트 효과에 기분이 묘했다.


2달정도는 꼭 해야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누워서 쉬고, 그동안 못봤던 영화들도 보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얼마 전 다녀온 석모도 식물원


최근 새로 만나게 된 분과 석모도 미네랄 온천을 다녀왔는데, 함께 했던 순간들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온천에 대한 소견은 개인적으로 그냥 집에서 즐기는 반신욕이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석모도 식물원 광경


그래도 개발이 아직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라, 자연 풍경이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봉산 전망대


사무실 뒤에 있는 '봉산'


3분 정도만 뒤로 나가면 봉산이, 5분 정도만 앞으로 나가면 불광천이 흐른다.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고, 때로는 뒤로 물러서는 것이 마치 우리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몸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지만은 않았던 내게, 이 단독주택 생활은 많은 여유와 건강을 찾아다주었다.


일을 할 때만큼은 집중을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단독주택에서의 여유는 내게 평안함과 건강한 삶에 대한 소망을 계속해서 일깨워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산과 천이 흐르지 않았다면, 이렇게 꾸준히 운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비가 올때는 우산을 쓰고서라도 땅이라도 사뿐히 즈려밟고 오려고 한다. 어렵게 만든 습관이 행여나 나의 게으름에 밀려 사라질까봐...


누군가가 내게 아플만큼 아파야 몸이 낫는다고 했는데,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내내 아토피, 천식, 각종 알러지와 폐질환으로 바람잘날 없었던 내가 건강해진 것은 오랜시간 함께한 질병의 신이 떠난 것처럼 20대 초반이 되어서였다.


아픈 감각들이 잦아들고, 다른 감각들이 내게 찾아오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세상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 싶은 마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하나씩 하다보면 분명 좋은 일들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하나씩 실행하다보니, 좀더 구체적으로, 선명하게 찾아오는 현실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고, 이렇게 악한 사람들도 있구나 싶은 생각에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슬픔을 느꼈었다. 무뎠던 감각들이 점차 날카로워지고, 잘 쓰지 않았던 신경 세포들이 항상 곤두세워져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누군가를 비난할 자격은 없지만,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마음이 무거웠던 시간들.



지금 생각해보면, 20대 중후반은 몸도 마음도 항상 바쁘고 시끄러웠던 것 같다.


하나씩 하다보면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이 있겠지만, 마음이 힘든 상황들도 많았기 때문에. 낙망하고 지쳐있을 때 산을 타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까치들과 옆에서 뒤뚱거리며 척척 걷는 산비둘기에 그저 웃음이 나온다.


하하.


그림 같은 숲속에서 뛰노니는 아무런 악의가 없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동물들.


아플 때도 식은 땀을 흘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다 보면, 그런 그림같은 풍경에, 생동감 넘치는 생명의 기운에 몸에 기운이 차오른다.


그럴 때.



조금이라도 그 생명의 기운을 더 느끼고자 하늘을 한번 바라보고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터벅터벅.


발바닥에 알알이 박히는 돌멩이들을 온전하게 느끼며 걸어간다.


무언가 내 마음을 두드린다. 깊은 내면 속 어딘가에 잠들어있던 것들이 하나씩 깨어나는 기분이다.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아름다운 세상 가운데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도 이런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가, 이런 아름다움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화개하고 싶다.


누군가를 화개하게끔 도와주고 싶다.


화개기획이라는 브랜드를 만들면서, 흰 도화지에 점을 하나 찍듯이.


그 점에 이어 선과 색을 입히는 과정 가운데 많이 넘어지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작품을 만드는 장인의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점과 선과 색. 하나의 그림이 만들어지는 가운데에, 또다른 도약을 하고자 두 개의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중이다.


어떤 작품이 완성될지는 아직까지는 모르지만,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이라는 빛을 따라가다보면 원하는 풍경을 담은 인생 앞에 서있지 않을까.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멈추지 말자. 힘을 내서 나아가보자.


용기내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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