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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Sep 24. 2024

초(무)능력자 (3)

13-3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대전의 한 작은 동네에서 6.8킬로그램의 초특급 우량아가 태어났다.

산모는 산통보다는 배설감에 가까운 시원한 기분에 취해 나른한 표정을 지었고 태어난 아이는 덩치에 걸맞게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었다.     


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수의 포효와 같은 울음소리에 43년 경력의 의사부터 신입 간호사까지 입고 있던 속옷을 뜨끈하게 적셨다. 그러나, 야근 탓에 헐레벌떡 뒤늦게 도착한 아이의 아버지를 포함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을 경악시킨 것은 그다음에 벌어진 일이었다.      


바로,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짐승처럼 바닥으로 기어가 보는 이까지 시원할 만큼 길고 묵직한 숙변을 누는 것이었다. 이 기상천외한 광경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김 모 조산원은 그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난, 생전 그렇게 예쁘고 건강한 똥은 처음 봤어요. 빛깔도 너무 예쁘고, 냄새도 하나 안 나는 것이 똥이라고 불러도 되나 싶었죠. 제가 원래 가래떡을 참 좋아하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쑥 가래떡은 입에도 못 댈 정도니까요. (웃음)”     


20년 전, 현주는 그렇게 태어났다.     


6.8킬로그램의 초 우량아의 대이변에 가까운 대변 소식은 국내 대형 언론사에서 대서특필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아테네 올림픽의 화제성에 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 소식을 전혀 웃어넘기지 않은 남자가 있었으니. 그의 정체는 국정원 기획조정실에서 근무 중이던 최무혁이다.  

   

20년 후 국정원장이 될 그 남자는 초능력 특수부대, SPS의 초석을 은밀하게, 그리고 위대하게 다지고 있었다. 온 신경이 오로지 초능력자 발굴에만 집중된 그에게 6.8킬로그램에 건강한 대장을 지닌 초 우량아의 출산은 절대로 웃어넘길 일이 못 되었던 것이다.     


무혁은 소식을 접하자마자 아이의 부모에게 갔다. 중산층에 약간 못 미치는 평범한 가정, 평범한 외모, 너무나 평범해서 왜인지 두 부부의 스킨십 장면도 잘 그려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어떻게 저런 위인이 태어날 수 있었을까. 조상 중에 고구려 유명 장수나 조선에서 표류한 사모아인이라도 있었던 게 아닐까.     

무혁의 마음은 초조했지만 아이가 더 자랄 때까지 기다리며 지켜보기로 했다. 다행히, 그의 인내심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때는 4년 후. 현주가 5살이 되었을 무렵이다. 그녀의 부모는 산부인과에서 딸의 첫인상을 마주하자마자 그녀가 평범한 인생을 살기 어려울 것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외출할 때마다 딸의 육중한 몸을 가리기 위해 두툼한 거적때기로 둘둘 말아 짐짝처럼 들고 다녔고, 행여 옆집 아이와 대화라도 나눌까 봐 해가 떨어진 밤에만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현주가 엄마에게 매주 수요일마다 오는 전기구이 통닭을 사달라고 졸랐다.

“오늘 저녁에 삼계탕 먹었잖아. 다음에 꼭 사줄게.”

현주 모는 단호한 말씨로 대답했다. 하지만 현주는 끝까지 칭얼거렸다. 결코 5살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딸의 두툼한 주먹이 조만간 자신의 턱을 노릴까 두려웠던 그녀는 결국 거적때기를 꺼냈다. 현주의 능력이 국정원에 알려진 것은 바로 그다음부터였다.     


삼계탕을 너무 신나게 먹어서인지, 들어간 약재 중 하나가 그녀의 체질과 맞지 않아서인지 갑자기 현주의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급변을 처음 경험해 본 그 어린아이는 곧 아파트 1층 현관문 앞에서 꼼짝도 못 하고 얼어붙고 말았다.     


“엄, 엄마. 나. 배가 이상해요.”

현주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누런색 거적때기도 춤을 췄다.  “에이, 바로 앞이니까 조금만 참자. 자, 엄마가 업어줄게.”

통닭 트럭은 정말 근처에 있었다. 약 20미터 전방에 파란색 통닭 트럭이 보였다.

“아잇. 나 화장실이, 급하다요.”

‘아잇’은 말을 배운 지 얼마 안 된 5살짜리 아이가 내뱉을 수 있는 가장 심한 욕설이었다. 그만큼 어린 현주의 아래쪽 상황은 급박했다. 엄마도 딸의 움직임이 점점 강렬해지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어, 어쩌지, 그럼 엄마가 안고 뛰어줄게. 알았지?”

그때였다. 커다란 굉음이 들리며 현관문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현주의 엄마는 급격한 충격에 놀라 그 자리에서 기절했고 찌그러진 현관문에는 현주의 손바닥 자국이 선명했다. 그랬다. 그것은 현주의 초능력이었다. 현주는 배가 아플 때 즉, 대변이 몹시 마려울 때 엄청난 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초능력자였던 것이다.     


수년째 그녀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최무혁은 굉음을 듣자마자 현주에게로 달려갔다. 현장에는 충격으로 쓰러진 30대 중반의 여성과 그 옆에서 바지춤을 쥐며 울고 있는 귀여운 아이가 있었다. 아이를 덮고 있던 거적때기 틈새로 사변의 흔적이 보였다.     


“꼬마야 괜찮니?”

무혁이 손수건을 꺼내 입과 코를 막으며 말했다. 현주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저씨랑 잠깐 어디 좀 갈까?”

“... 세요.”

“뭐라고?”

“...라고요.”

“통닭 사달라고요.”

“그래, 사줄게. 평생 질리도록 사줄게.”     


무혁은 왼손으로 코를 싸쥔 채 손수건을 감싼 오른손으로 현주의 작고 오동통한 손을 잡았다.

그녀의 반대쪽 손에는 손만큼 오동통한 닭다리가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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